터키의 휴양도시 닷챠에서
2016년 7월 15일. 터키에서 썼던 일기를 들춰본다.
몰타에서 입던 옷을 챙겨 터키에 도착했다. 수염을 기른 터키 사람들이 등과 어깨를 훤히 드러낸 나를 계속해서 쳐다본다.
지난겨울 남자 친구는 멋진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두른 채 공항에 서있었다. 이번에 만난 남자 친구는 슬리퍼에 간편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이었다. 우스갯소리로 '이번에는 공항에서 꽃을 들고 기다려 줘'하고 말하고 내심 기대했으나 그는 어떤 것도 가진 게 없이 몸만 있었다. 그는 '돌아서 이쪽으로 나와'하는 수신호를 보냈다. "내 꽃은 어디 있어?"하고 묻자 동네를 샅샅이 뒤졌음에도 찾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짐을 내려놓고 소파에 눕자 작년 이 집에서 보았던 눈 내리는 풍경이 왈칵 쏟아지는 듯했다. 한 눈에도 터키 같은 카펫을 깐 거실과 아치형 보조 문이 달린 부엌 바깥으로 나서면 어딜 가나 갓 구운 양고기 냄새가 잔뜩인 거리가 펼쳐진다. 덩치 좋은 남성들은 차이를 마시며 담배를 피우고 젊은 여성들은 유독 짙은 눈썹과 날카로운 표정으로 빠르게 거리를 걷는다. 젊은 남성들은 남자 친구가 한 눈 파는 사이를 틈타 내게 윙크를 보낸다. 오기 전에는 티켓을 취소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던 나라에서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곤한 잠에 빠졌다. 옷을 선물해 주겠다 약속한 남자 친구와 근처 쇼핑센터에 갔다. 여름을 맞아 한창 세일 중인 터키에는 클럽에서도 입을 수 없을 듯한 대중적이었다. 파티에 가면 많은 여성들이 몸에 달라붙고 가슴이 파인 드레스를 입고 신나게 춤춘다. 작년 크리스마스는 터키 이스탄불 힐튼 호텔에서 보냈는데 한껏 차려입은 여성들 사이에서 가죽 재킷을 입고 닥터마틴을 신은 내가 어딘지 이상해 보였다. 내 취향이 아닌 옷 사이 배꼽이 드러난 바지 하나를 간신히 샀다.
오늘은 터키의 휴양도시인 닷챠(datca)에 간다. 버스 티켓을 구입하러 가는 길에 좌판에서 팔고 있는 한 다발의 꽃들을 많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