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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니 소소당 Dec 16. 2024

당신도 시인이었어

당신도 시인이었어 ㅡ

낙엽지고

귀뚜리 우는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계절ㆍ


혼탁한 이승에서 거친 삶을 살아도

마음에 시상 하나 쯤 담고 살지 않은 이는 없어

마음 속으로 시 한 번 지어보지 않은 이도 없어


저절로

어느날엔가 저절로

나도 모르게 그냥 저절로


이를 닦다가

길을 가다가 문득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 한 번 쯤

지어보지 않은 이는 없어


종이 위에

책 속에

글이 되어 박히지 않았을 뿐


가슴엔 시가 흐르지

고단한 삶 부여잡으며 살아도

따스한 정 잊을 수 없듯이


시인은 세월이 만드는 것

누구나 한 번쯤은 고운 시인이 되는 법

누구나 한 번쯤은 따뜻한 시인이었던 때가 있는 것


아득한 기억 너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당신도 한때는 분명 시인이었어

당신도 한때는 분명 아름다운 시인이었어



ㅡ 소소당


* 1집《꿈을 찍는 사진쟁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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