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시인이었어 ㅡ
낙엽지고
귀뚜리 우는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 되는 계절ㆍ
혼탁한 이승에서 거친 삶을 살아도
마음에 시상 하나 쯤 담고 살지 않은 이는 없어
마음 속으로 시 한 번 지어보지 않은 이도 없어
저절로
어느날엔가 저절로
나도 모르게 그냥 저절로
이를 닦다가
길을 가다가 문득
슬프고도 아름다운 시 한 번 쯤
지어보지 않은 이는 없어
종이 위에
책 속에
글이 되어 박히지 않았을 뿐
가슴엔 시가 흐르지
고단한 삶 부여잡으며 살아도
따스한 정 잊을 수 없듯이
시인은 세월이 만드는 것
누구나 한 번쯤은 고운 시인이 되는 법
누구나 한 번쯤은 따뜻한 시인이었던 때가 있는 것
아득한 기억 너머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해도
당신도 한때는 분명 시인이었어
당신도 한때는 분명 아름다운 시인이었어
ㅡ 소소당
* 1집《꿈을 찍는 사진쟁이》/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