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김치

속살거리는 소소한 시!

by 도니 소소당

열무김치 >



이른 아침

나는 문 밖 디딤돌에 앉아

누군가가 써놓은 시를 보고


아내는

그 옆 흙바닥에 주저앉아

나를 위해 열무를 다듬는다


아내는 나를 보고

아침부터 무슨 책이냐면서

새벽 풍경이나 감상하라 타박을 한다


나는 책을 덮어놓고

열무 다듬는 아내의 손길을 본다

손길 하나 하나가 곱다


저 열무 다듬어

내 좋아하는

열무김치 담그겠지


파랗고 하얀 물김치도 좋고

온갖 양념 다 넣어 버무려 만든

빨갛고 매콤한 열무김치는 더 좋아


저절로 가는 손 길

누가 막으리

밥 한 그릇 어느새 먹어치웠지


올 여름 나는

상큼한 오이지와 더불어

붉게 익은 열무김치로 살아왔느니


어디 올 여름 뿐이야

나는 그동안

아내의 사랑을 먹고 살아왔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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