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살거리는 소소한 시
큰 소리
할아버지 이발해드리는 날은
내가 아버지에게 큰 소리 치는 날이다
90이 넘으신 아버지는 낫으로
봉분 주위를 깎으시는 것도 힘에 겨웁다
오늘 네가 혼났다!
허허롭게 웃으시며 말을 건네시는데
예초기 잡고 내멋대로 풀을 작살내던 나는
효도 아닌 효도에 부끄럽기만 하다
벌초 가는 것도 내 맘대로
집에 돌아오는 것도 내 맘대로
낫질 외엔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아버지는
오늘만큼은 큰 소릴 치지 못 하신다
젊다는 것이 힘이 되는 날
벌초하는 날은 아들노릇 모처럼 제대로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