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근무할 당시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여행하시는 외국분의 가방을 우연히 보게 되었어요.
그분의 가방에는 자물쇠가 달려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가 10년 전 세계여행을 했을 당시의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여전히 누군가는 여행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제가 일본에서 배운 가방 만드는 기술과 3년 간 세계여행을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가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만든 첫 번째 샘플모형이에요.
(집에서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일본어가 쓰인 이면지로 만들었네요... 하하)
샘플을 보시고 나니 어떤 가방이 탄생할지 조금 감이 오시나요??
이러한 고민들을 해결하기 위한 Unflowed의 첫 번째 가방을 준비하고 있어요.
제가 이렇게 여행자를 위한 가방을 만들게 된 아이디어를 여러분들에게 솔직하게 공유하는 이유는
유명 모델을 써서 이쁘게 사진을 찍어 대기업처럼 판매하는 것은 1인 기업과는 다른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일본에서 근무할 당시 왜 작은 브랜드 [=일본에서는 "가레지(Garage) 브랜드"라고 합니다] 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을까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졌습니다.
엄청난 자금을 들여 마케팅을 하고 최상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대기업들이 있는데도
굳이 작은 브랜드를 응원할까 생각해 보니
그건 작은 브랜드가 가진 " 솔직한 스토리 "라고 생각했어요.
대기업들은 이렇게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공개하지 못하죠.
왜냐하면 이런 것 것 하나하나가 자산이기 때문이에요. 누군가가 곧바로 카피할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 가짜가 많이 판매되는 나라에서는 더 조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저는 어렸을 적부터 미술관에 가는 걸 좋아했어요.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미술관이라는 공간에 가서 작품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혼자 가서 작품을 보고 제 나름대로 생각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도슨트( =작품설명해 주시는 분)에 설명을 듣고 나서 작품을 보는 것 또한 즐거웠어요. 왜냐하면 그 작품 속에 이야기를 더 깊이 알게 되고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저의 가방은 좋은 퀄리티의 사진을 찍고 막대한 마케팅으로 판매를 하고 끈다는 것이 아닌
숨겨진 이야기에 공감을 하고, 제작기간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기성품에 비해 다소 소요될 수 있지만
세계여행을 했던 가방디자이너가 손으로 직접 여행자를 위해 만들어지는
가방이란 스토리에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렇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어요.
누군가는 제가 하는 것들이 한국에서 말도 안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빨리빨리를 추구하는 나라에서
가방을 받기까지 오래 걸리는데 누가 좋아나 하겠어라고...
그런데 우리는 항상 일본이나, 유럽의 작은 수공업 브랜드가 많아서 부럽다고들 하죠.
그런데 우리는 왜 없는 걸까요?
그건 지금까지 공장에서 똑같이 쏟아져 나오는 가방들뿐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남들보다 느릴 수 있지만 "여행자를 생각하여 가방을 제작하는 브랜드"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가방을 만드는 데 있어서 다양한 방법들이 있어요. 드로잉을 하고 도면을 그리고 모델링을 한 후 실제 제품을 만드는 방법과, 반대로 "모델링 - 패턴 - 도면" 식으로 가는 방법들이 있는데. 그건 본인의 스타일에 따라 다릅니다. 혹시 가방을 공부하시거나 준비 중이신 분들이 계신다면 언제든 답글 남겨주세요:)
저도 가방브랜드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지 한국에도 다양한 재미있는 가방브랜드들이 같이 성장하니까요!!
: 여행 및 가방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인스타그램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