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없으면 안된다는 가장 어리석은 착각
니가 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야?
너 아니면 안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 없어도 세상을 잘 돌아가!
그러니까 이제 그만 너를 놓아주라고
좀 돌봐주라고!
남들의 반만이라도 제발 아껴주라고!
탈출은 지능순!
이 아니고, 탈출은 목숨이 달린 일이다.
내 안의 사이렌은 계속 도망치라고 외치고 있었다.
불이 나서 벨이 울리는데 가만히 앉아 있을 사람은 없다.
첫 발작 이후에도
내 안의 여러 위험 신호들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내가 전과 다르게 자주 불안해하고 걱정하며
사실 나는 약해보이기 싫어서 가까운 사람앞에서도 잘 울지 않는 편이다.
눈물은 많지만 참는 경우가 많고
사회 생활을 하면서는 동료들 앞에서 울어본 적이 없다.
직장에서 운다는 것은 프로답지 못하니까
그런데 그날,
정신과에서 의사선생님 앞에서 운 이후로
수도꼭지 틀어놓은 사람처럼 울게 되었다.
직장 동료들과 이야기 하다가,
팀장님들 모시고 저녁 먹다가,
어쩌다가 누군가
하는 식의 위로나 걱정을 건네면
여지없이 눈물을 흘려 사람들을 당황하게 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눈물에 후한 사람이었던가?
사람들은 갑자기 변한 내 상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바보같은 고민을 했다.
그 시기에 깨어난 '또다른 나'는 이렇게 속삭였다.
이때쯤 나는 진지하게 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처음으로 '나'라는 인간에 대해 적어 보았다.
1. 밝고 긍정적이다. 후회가 거의 없고, 다소 순진하고 엉뚱한 면도 있다.
2. 빈말을 최대한 하지 않으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이성적이고자 노력한다.
3. 만 가지 고민거리가 있어도 머리가 배게에 닿으면 바로 잠드는 복을 타고났다.
4. 일찍부터 알바와 인턴 등으로 사회 경험을 쌓았고, 현재 직장에서는 18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
5.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근성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한다.
1. 밝고 긍정적이다. 후회가 거의 없고, 다소 순진하고 엉뚱한 면도 있다.
ㄴ 긍정적이지만 순진하고 맹한 구석이 있다. 이런 취약점이 앞뒤 가리지 않고 일의 결과를 낙관하거나,
매사에 예스맨이 되게 했으며, 나 자신을 내몰아서라도 필요 이상으로 열심을 내게 했다.
2. 빈말을 최대한 하지 않으며 공적인 자리에서는 항상 이성적이고자 노력한다.
ㄴ 일처리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나의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다보니 힘든 것을 꾸역꾸역 참아내고
혼자 감당하려 했다.
3. 만 가지 고민거리가 있어도 머리가 배게에 닿으면 바로 잠드는 복을 타고났다.
ㄴ 맡은 업무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는데도 엄한 나이 탓을 하며 내 마음의 불안 상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4. 일찍부터 알바와 인턴 등으로 사회 경험을 쌓았고, 현재 직장에서는 18년 동안 성실하게 일했다.
ㄴ 이맘때쯤 '퇴사'라는 단어를 자주 검색하고, 퇴사를 고민할 만큼 출근이 싫어졌는데도 매너리즘 탓으로
치부했다. 즐거운 출근길도 어느 순간 사라지고 매일 새로운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귀찮아졌다.
5. 어렵고 힘든 일에 대한 근성이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한다.
ㄴ '더이상 못하겠다, 힘들다'는 말을 잘 하지 못한다. 그 안에는 내 능력의 한계나 약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진짜 약함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