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The Art of Game Design
올해 나는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서, 게임 디자이너로써 꿈을 키우게 되었다.
원래 나는 소프트웨어 전공이었고, 프로그래머로써 취업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을 다니면서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에 크게 흥미를 가지지 못했다.
나는 게임 개발에 흥미가 많고, 재미있어 한다. 그 과정에서도 특히, "어떤 게임을 만들지?" 하고 망상하는 부분을 말이다.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를 낼 때도 많았다. 물론 그 아이디어들이 막상 실현되었을 때 처참한 결과를 낳는 경우도 있었고, 괜찮은 결과물이 나올 때도 있었다.
여러 코딩 과제들을 수행하고, 장학 프로그램에도 나서면서 개발자로써 능력을 키워갔지만, 그 과정에 마냥 즐겁지는 않았고, 그렇다고 훌륭한 능력을 갖추지도 못해 보였다. 솔직히 말하면 그저 개발자로써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참에 게임 디자인에 깊게 연관된 대학원에 진학할 기회가 생겼다. 전액 장학금이 지급되고, 연구원들의 말이나 교수님의 말씀도 들어보니 연구비도 괜찮게 들어오나보다.
하여, 대학원 진학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다 와서 후회하는 것이 나답기도 했지만, 길이 정해진 이상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지.
하는 배경에서, 처음으로 읽게된 게임 디자인 서적, The Art of Game Design을 읽어보았다. 게임 디자인의 기초를 닦는 중요한 서적으로, 게임 기획자들, 게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여겨질 정도로 좋은 책이다. 평소 게임을 기획하는 과정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게임, 내가 좋아하는 재미 위주로 게임을 기획했다면,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분명 객관적으로 어떤 요소들이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내어줄지를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은 "마음 들여다보기" 장을 읽었으며, 마음에 남는 부분들을 나눠 요약해보았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게임은 재밌는 게임일거야." 라는 착각.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감안해야할 사실들에는 많은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좋아하는 게임과 비슷한 경험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자신의 취향을 가득 담은 게임을 만들었다고 해보자. 사람들이 이 게임을 좋아한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장담할 수 없다. 내게는 재미있는 경험일지라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닐 수 있다. 특히나 게임 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게임 오타쿠, 게임 매니아와 같이 특이한 게임 취향을 지녔을 확률이 높다. 특이한 취향을 충족시켜줄 게임에 큰 투자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단 게임을 플레이할 유저 뿐만 아니라, 협업하는 팀원들의 취향 역시도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게임의 규모가 커질 수록 게임은 혼자 만들지 않기 때문에 팀원의 영향력도 크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피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경청" 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을 경청하고,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비교할 수 있다. 나의 경험과 타인의 경험이 어떻게 다른지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어떤 경험을 즐길지, 어떤 경험을 싫어하게 될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이 경청의 기술을 틈틈이 수련해나갈수록 더 좋은 게임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명확하게 묘사하기"
타인의 의견은 직접 들을 수 있기에, 용기만 있다면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 (게임을 보여주고 부정적인 의견을 받아들일 용기.)
반면, 자신의 정확이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게임 디자니어는 자신이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를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을 싫어하는지 표현할 수 있다면 싫어하는 것들을 개선하거나 고쳐나갈 수 있으며,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면 좋아하는 요소를 강화하거나 많이 추가할 수 있다.
책에서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도구, 감정의 렌즈를 제공한다. 다음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 내가 만들 게임으로 플레이어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왜?
- (나를 포함하며) 지금 플레이한다면 플레이어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될 것인가? 왜?
- 내가 그들에게 느끼게 하고 싶은 감정과 그들이 느낄 감정의 차이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실제 경험의 핵심 부분만이 중요하다."
어떤 게임을 만들 때 우리는 보통 현실의 경험을 가상의 환경에 옮기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실제를 경험하고 관찰하는데, 이를 게임으로 만드는 것과 깊은 연관이 존재할까?
예를 들어 친구와 딱지치기를 한 경험을 토대로 딱지치기 게임을 만들다고 생각해보자. 이를 위해 실제로 다른 누군가와 딱지치기 게임을 하며 실제의 딱지치기를 경험하고, 경험을 관찰하여 분석한다. 딱지의 크기는 어떻게 달랐고, 딱지가 뒤집어졌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고, 우리는 몇살이었으며, 친구는 어떤 옷을 입고 있었고 나는 그 전에 점심을 먹었으며...
이 분석 결과를 모두 게임에 옮긴다고 재미있는 게임이 될까? 그럴수도 있지만,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 우리는 딱지치기라는 게임의 "핵심 요소"만 끄집어내면 된다. "오늘은 휴일이어서 친구와 놀이터에서 딱지치기를 했다.", "딱지가 한번에 뒤집어져서 억울했다.", "날씨는 정말 맑아서 놀기 좋았어." 와 같은 경험들 말이다. 반면 "나는 노란색 바지를 입었어." 와 같은 경험은 중요도가 떨어질 것이다.
즉 우리는 게임 디자이너로써 경험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경험의 핵심 요소를 끄집어내 게임으로 만들어내어 게임 디자인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경험을 유저로 하여금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다. "날씨가 좋았다" 와 같은 경험을 그래픽을 통해 전달하고, "딱지가 바로 넘어갔다" 와 같은 경험은 확률이나 딱지의 스테이터스 조정을 통해 밸런스를 잡을 수 있다.
우리는 경험의 본질을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한 두 번째 렌즈는 다음과 같다.
- 플레이어에게 어떤 경험을 느끼게 하고 싶은가?
- 그 경험의 본질은 무엇인가?
- 내가 만들 게임은 어떻게 그 본질을 포착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