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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사람과 장소

[1] The Art of Game Design

by 문철


우린 어디에서 살아가는가?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반드시 어떤 장소에 머무르게 된다. 우리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PC방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당구장에서 함께 당구를 친다. 우리는 상황과 장소에 맞춰서 무언가를 즐길 수 있고,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즐기는 경험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장소를 일일이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크게 분류해보는 것은 가능한데, 책에서는 다음 그림과 같이 장소를 분류한다.


Frame 1 (3).png 장소의 분류


크게 나누어보면 공적 장소와 사적 장소로 나누어볼 수 있으며, 두 속성을 공유하는 장소들 역시 존재한다. 이 장소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자.


화롯가


인류는 불의 발견으로 문화적, 심리적, 물리적으로 변화했다. 불은 인간의 삶을 짐승과 같은 삶에서 분리시켜주었고, 사람의 소화기관은 더욱 간단해졌으며 뇌는 비대해졌다. 불은 인간의 삶을 책임지는 핵심 요소였으며, 이 불을 관리할 누군가는 항상 필요했다.


따라서 사람들은 점점 모이기 시작했으며, 가족, 부락, 마을 등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화롯가에 모여 도란도란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화롯가는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을 평온하게 만드어주는 편안한 공간이다. 우리가 불을보며 멍때릴때 느끼는 편안함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오늘날의 화롯가는 TV가 있는 거실이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TV는 불의 적절한 대체제가 되어주었다. 적당히 깜빡거리고, 공간을 밝게 비춰준다. 가족은 거실에서 모여 TV를 함께 본다. 화롯가와의 차이점이라면 화톳불은 사람들끼리의 소통을 만들어주는 반면, TV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사람들은 정보에 집중한다.


화롯가는 게임 플레이에 아주 적합한 장소이다. TV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환경에 적합한 출력 디바이스이며, 사람들이 모이는 거실에서 함께 플레이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닌텐도의 위는 TV 앞에서 모두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 플레이 시스템을 제공했다. 마치 모닥불 주위를 돌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던 우리의 선조처럼, 우리는 TV앞에 서서 사람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럽다.


작업대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인 작업대는 일반적으로 사적인 공간으로 분류된다. 우리는 작업대 앞에 앉아 오랜 시간을 앉아 집중하며, 문제 해결이나 설정한 목표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업대는 그런 공간이다. 조용한 구석에다가 적잖이 어질러져 있고, 고독하게 무언가를 완수하기 위한 공간.


이 공간에는 어떤 종류의 게임 플레이가 적합할까? 바로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게임들이다. 꽤 어렵고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게임들이 작업대에서 하기 좋다. 이런 게임들은 긴 시간을 붙잡고 진행하게 되며, 집중에서 하다보니 어느새 날이 새어있는 그런 게임들이다.


오늘날의 작업대는 우리가 앉아있는 컴퓨터가 있는 그 책상이 되겠다. PC가 모든 가정에 보급된 오늘날인 만큼, 작업대 위에서의 게임은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게이머는 방 안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컨트롤러를 부여잡고 몇시간이고 플레이한다.


스팀 (Steam)의 성공배경에는 이러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HMD로 대표되는 가상현실 플랫폼을 플레이하기에는 작업대만큼 좋은 공간이 없다. HMD를 끼고 허공에 손짓하는 걸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싶을까?



구석진 독서 장소


구석진 독서 장소는 말 그대로 책을 읽는 장소다. 조용하게, 차분하게, 심각하지 않은 채로 독서를 즐긴다.


독서와 게임 플레이는 크게 관련이 없었지만, 아이패드와 같은 모바일 플랫폼의 부상으로 주목받는 장소가 되었다. 모바일 플랫폼에서 동작하는 게임 플레이들은 독서 공간에서 플레이하기 가장 적합하다. 침대나 소파, 독서실 등에서 플레이하는 모바일 게임은 마치 독서와 같아서 평화로운 안락함을 제공한다.


그만큼 게임들을 쉽고 단순했으며, 스토리 역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다. 이 게임들을 독서와 같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다.



경기장


인간은 오랜 시간동안 경기장에서 경쟁을 즐겼다. 축구, 야구, 농구 등의 스포츠는 역사가 깊으며, 하나의 경기장에서 진행되었다. 경기장에서 진행되는 경기를 보며 관중들은 열광하고, 선수들은 관객이 열광할 때마다 희열을 느끼며, 더 훌륭한 경기를 위해 자신을 갈고닦는다. 이런 뜨거운 공간이 바로 경기장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게임은 이러한 특징들을 아주 잘 계승했다. 특히나 한국에서 뜨거운 E-Sports가 그렇다. 사람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경기를 챙겨보고, 선수들의 플레이에 열광한다. 이 열정은 자신들의 게임 플레이에도 녹아들고, 선수가 했던 플레이를 재현하고픈 욕구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경기장의 뜨거움은 게이머의 마음에도 불을 지핀다.


경쟁 게임의 특징은 플레이어를 디지털 상의 경기장 위에 세운다는 것이다. 플레이어는 한 명의 선수가 되어 상대와 경쟁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팀을 이루어 팀 대 팀으로 배틀을 수행한다. 이길 경우 쾌감을 느끼고, 지는 경우에는 적잖이 분해한다. 마치 스포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처럼.


오늘날에는 인터넷의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유튜브를 통해 디지털 이벤트를 중계하고, 바나 식당에서도 함께 시청하는 경우도 많다. 접근성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은 이런 디지털 경기에 더 몰입하고, 더 대중적으로 디지털 컨텐츠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모바일과 증강 현실 기술을 이용하여 전통적인 스포츠 경기가 디지털화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물관


우리는 때때로 일상에서 벗어나 특별한 경험을 하러 떠난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것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 그 예인데, 박물관 역시 게임 플레이의 요소를 활용할 수 있다. 단순히 관람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적인 요소를 추가에 관람자의 뇌리에 전시물에 대한 경험을 더 강렬하게 제공해줄 수 있다.


개인적인 경험을 첨언하자면, 부산 타워에서의 경험을 소개할 수 있다. 부산 타워는 부산의 야경이나 대학생들의 졸업전시, 부산의 역사 등에 대해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그리고 벽 이곳저곳에 QR 코드를 숨겨서 붙여놓았고, 이를 게임 플레이의 요소로 녹여냈다. 숨어있는 QR코드를 모두 찍어 콘텐츠를 감상하고 모든 QR을 찾은 손님에게는 상품을 주는 식으로 말이다.



게임 테이블


포커, 바둑, 마작등의 게임을 진행하는 게임 테이블은 사람들끼리 얼굴을 마주보고 앉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 공간은 공적이라기에는 사람 수가 적지만, 사적이라기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필연적이다.


오늘날 이 공간이 잘 활용되는 경우는 보드게임 카페가 있을 것이다. 보드게임은 필연적으로 같이 할 사람들이 필요하고, 테이블위에서 마주앉아 함께 보드게임을 즐긴다. 이 경험은 아직 디지털 세계에서는 재현이 어렵지만, 가상현실 기술이 발전하면 디지털 플랫폼에서도 보드게임을 실감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증간현실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보드게임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마치며


우리는 많은 공간을 드나들며 살고 있다. 게임을 언제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모든 게임이 모든 공간에 어울리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이 디자인하는 게임이 어디서 즐기는 게임이며, 장소에 맞는 게임 요소, 매커니즘들을 디자인하여야 한다. 책에서는 이를위한 세 번째 렌즈, 질문들의 모음을 제공한다.


-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게임의 최적 장소는 어떤 종류인가?

- 그 장소는 특별한 속성을 지니며 내 게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인가?

- 내 게임의 어떤 요소들이 장소와 조화를 이루어야 하며, 어떤 요소는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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