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또 청소하고 싶으시죠?”

남의 카페 테이블까지 닦고 오는 나의 묘한 고집

by 할미네 사랑방

나는 그리 깔끔한 성격은 아닙니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털털하다’는 말을 더 자주 듣는 편이지요. 하지만 그런 나에게도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고집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매일 쓸고 닦는 일을 멈추지 않는 것입니다.


“그저 쓸고 닦기만 잘해도 이 땅에서 먹고사는 일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를 이 문장은 어느새 나만의 강한 신념이 되어 몸에 배었습니다. 바닥을 쓸며 어제의 먼지를 털어내고, 행주로 식탁을 닦으며 오늘의 자리를 마련하는 일. 이 단순한 반복 속에 삶을 지탱하는 가장 정직한 힘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나의 이 묘한 고집은 집 밖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됩니다. 가족들과 나들이를 가거나 커피숍처럼 대중이 이용하는 공간에 갔을 때, 앞사람이 남기고 간 커피 자국이나 질서 없이 흩어진 설탕 봉지를 보면 마음이 영 편치 않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슬그머니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나의 이런 ‘증상’을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큰며느리입니다. 테이블 위가 어수선하다 싶으면 며느리는 나를 보며 살며시 웃으며 묻곤 합니다.


“어머니, 또 청소해주고 싶으시죠?”


그 말에 들킨 게 멋쩍어 “아니, 뭐 그냥 조금만…” 하고 중얼거리면서도, 내 손은 이미 흐트러진 냅킨 박스를 똑바로 맞추고 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렇게 내 손길이 닿아 자리가 정돈되고 나서야 비로소 '쓱' 만족스러운 웃음이 나옵니다.


unnamed.jpg 이미지는 AI도움 받았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결벽증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저 내 기준 안에서 ‘질서 정연함’을 사랑하는 사람일 뿐입니다. 어수선한 환경을 정돈하는 행위는 결국 타인을 위한 검열이 아니라, 소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 스스로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나만의 휴식법입니다.


바깥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투성이지만, 내 손길이 닿는 이 작은 자리만큼은 명쾌한 질서를 가질 수 있으니까요.


오늘도 나는 나만의 평화를 위해, 질서가 잡힌 자리에서 기분 좋게 하루를 닦아내며 하하 웃어봅니다. 쓸고 닦은 자리만큼이나 내일의 삶도 정갈하게 반짝일 것이라 믿으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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