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이 아닌 ‘우리 집’, 생존이 아닌 ‘사람살이’

사회복지법인 나눔세상이 10년간 응답해 온 근원적인 물음

by 할미네 사랑방


삶은 누구에게나 스스로 경험해야 할 숭고한 신비이며, 오직 자신만이 걷는 고유한 여정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 마땅한 여정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채 '생존과 보호'라는 울타리에 갇힌 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일상적인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에게 일상은 고립과 통제의 연속이 되기 쉽습니다.


사회복지법인 나눔세상은 바로 이 지점, “어디에 살든 사람은 사람답게,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근본적인 물음에서 출발했습니다. 35년간 복지 현장을 지켜온 사회사업가로서, 나는 이 물음에 대한 가장 구체적이고 진심 어린 응답을 나눔 세상의 실천 속에 담아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지향점은 명확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이어야 합니다. 장애가 있더라도 사람대접을 받고, 사람 노릇과 사람 구실을 하며 이웃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의 삶을 세상과 잇기 위해, 곁에서 기꺼이 ‘주선하고 거드는’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1. 공간에서 삶으로, 존엄을 회복하는 ‘진짜 집’

나눔 세상의 철학은 주거 환경의 변화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지적장애인 거주시설‘더숨99지원센터’는 입주자가 ‘시설에 속한 사람’이 아닌 ‘자기 집에 사는 사람’으로서 존엄과 자유를 되찾는 곳입니다. 정해진 규칙이 아닌 자신만의 리듬으로 하루를 채우는 삶, 그것이 우리가 지원하는 주거의 본질입니다.


여성 입주자 중심의 공동생활가정 ‘21더숨’ 역시 획일적인 관리를 거부합니다. 섬세한 개인별 지원을 통해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돕습니다. 35년 현장에서 배운 확신은 하나입니다. 이 작은 ‘차이’와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복지의 가장 중요한 진화라는 사실입니다.


2. 시설의 경계를 넘어, 지역사회라는 광장으로

우리의 실천은 물리적 경계인 시설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군산장애인통합돌봄서비스센터’는 장애인이 자신의 집에서 살며 이웃과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는 단순히 주거지를 마련해 주는 차원을 넘어, 지역사회에서 삶의 기반을 다지는 ‘독립생활’의 용기 있는 실천입니다. 고립의 문제를 해결하고, 돌봄 통합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일에 우리는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3. 치열한 물음과 성실한 응답, ‘더 숨 콜로키움’

더숨99지원센터는 매해 ‘콜로키움(Colloquium)’을 개최하여 당사자의 주체적인 삶을 위한 실천 기록을 공유합니다. 우리의 논의는 늘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됩니다. “우리는 지금, 진정으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있는가?”


제1회부터 7회에 이르기까지 개인별 지원, 탈시설 로드맵, 행정과 현장의 고민을 가감 없이 나눠왔습니다. 이처럼 치열한 논의의 장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감내하는 철학적 고민의 무게가 곧 당사자들의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주체적인 일상이 곧 삶의 존엄입니다

삶은 결국 ‘일상’이라는 작은 조각들이 모여 이루어지며, 그 일상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식이 곧 한 사람의 존재를 결정합니다.


내가 추구하는 ‘보통의 삶’. '평범한 삶'은 통제가 아닌 선택이 있고, 생존을 넘어 관계가 흐르며, 타인에게 의존하기보다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있는 여정입니다. 일상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일지라도 여느 사람처럼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 이것이 내가 현장을 지키는 이유입니다.


당사자가 제 삶의 온전한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곁에서 묵묵히 함께 걷는 일은, 내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내 가족의 삶에서 비롯된 소명이기도 합니다. 나눔 세상은 오늘도 그 소중한 한 걸음을 지역사회 이웃들과 함께 기꺼이, 그리고 끝까지 내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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