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무서운 것, 어른의 뒷모습

아들의 땀방울을 닮아가는 손주의 작은 눈 삽

by 할미네 사랑방

올해도 눈은 어김없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보통 서너 번 큰 눈이 오고 나면 겨울이 저만치 물러나곤 하는데, 올해는 아직 고요한 풍경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KakaoTalk_20260126_100905217_01.jpg 가볍게 내린 눈


그러던 지난주, 소복이 쌓여가는 눈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길목이라 그대로 두면 얼음으로 변해 외출길이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둘러 눈 치우는 일에 나섰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뭉클한 풍경이 있었습니다. 내 아들이,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커다란 눈 삽을 들고 묵묵히 길을 닦아 나가자, 어린 손주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제 몸집만 한 삽을 들고 아빠 곁을 지키고 선 것입니다.

KakaoTalk_20260126_100905217.jpg 아빠와 함께라면 어디든.. 지금은...


아이에게 눈 치우기는 고된 노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빠와 호흡을 맞추는 즐거운 놀이자 소중한 동행이었나 봅니다.


백 마디 말보다 무서운 것이 어른의 뒷모습이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굳이 "남을 위해 길을 치워야 한다"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아빠가 흘리는 땀방울과 헌신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빠의 뒷모습을 거울삼아 그대로 따라 하는 손주를 보며, 지켜보는 저는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들의 눈에 비쳤던 나의 하루가, 그리고 이제 손주의 눈에 비칠 우리들의 하루가 조금 더 정성스럽고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라봅니다.


희망이 삶이 되고, 그 삶이 다시 다음 세대에게 보석 같은 지도가 되어주길 소망하는 아침. 오늘도 저는 손주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실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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