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땀방울을 닮아가는 손주의 작은 눈 삽
올해도 눈은 어김없이 세상을 하얗게 덮었습니다. 보통 서너 번 큰 눈이 오고 나면 겨울이 저만치 물러나곤 하는데, 올해는 아직 고요한 풍경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던 지난주, 소복이 쌓여가는 눈이 반가우면서도 걱정이 앞섰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길목이라 그대로 두면 얼음으로 변해 외출길이 위험해지기 때문입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둘러 눈 치우는 일에 나섰습니다.
그때 제 눈에 들어온 뭉클한 풍경이 있었습니다. 내 아들이, 이제는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커다란 눈 삽을 들고 묵묵히 길을 닦아 나가자, 어린 손주가 약속이라도 한 듯 제 몸집만 한 삽을 들고 아빠 곁을 지키고 선 것입니다.
아이에게 눈 치우기는 고된 노동이 아니라, 사랑하는 아빠와 호흡을 맞추는 즐거운 놀이자 소중한 동행이었나 봅니다.
백 마디 말보다 무서운 것이 어른의 뒷모습이라는 말을 다시금 실감합니다.
굳이 "남을 위해 길을 치워야 한다"라고 가르치지 않아도, 아빠가 흘리는 땀방울과 헌신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 마음을 제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아빠의 뒷모습을 거울삼아 그대로 따라 하는 손주를 보며, 지켜보는 저는 기분 좋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아들의 눈에 비쳤던 나의 하루가, 그리고 이제 손주의 눈에 비칠 우리들의 하루가 조금 더 정성스럽고 사랑이 가득하기를 바라봅니다.
희망이 삶이 되고, 그 삶이 다시 다음 세대에게 보석 같은 지도가 되어주길 소망하는 아침. 오늘도 저는 손주에게 부끄럽지 않은 성실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