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열 번째 식구가 된 꼬리 달린 손주(?) 이야기
여수에서 홀로 자취 중인 막내아들이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식구들을 거실로 다 불러 모으더니, 마치 고해성사를 하듯 진지한 얼굴로 폭탄선언을 합니다.
“저... 사실 자식을 입양했습니다. 이름은 서백돌이고 출생신고도 이미 마쳤어요.”
순간 거실의 공기가 얼어붙었습니다. ‘출생신고’라는 단어에 우리는 무슨 큰 사고라도 난 줄 알고 가슴을 쓸어내렸지요.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유기견 센터에서 강아지를 들어 함께 살고 있는지가 한 달이 넘었다는 고백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반려동물 등록을 그렇게 부른다고 합니다. 서울 친구 모임에 가야 하니 사흘만 ‘우리 집 손주’를 맡아달라는 것이 이번 깜짝 방문의 진짜 목적이었습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기특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강아지 노래를 불렀지만, “집안에 짐승은 절대 안 된다”는 부모의 엄격한 반대 앞에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렸다는 아들, 그렇게 제 성(姓)까지 붙여 ‘서백돌’이라 부르며 입꼬리가 귀에 걸린 아들을 보면서 그저 허허 웃고 말았습니다.
드디어 말로만 듣던 ‘서백돌’ 군과 상봉했습니다. 이제 겨우 네 달 된, 한 손에 쏙 들어올 만큼 작고 가냘픈 녀석입니다. 견종이 무엇인지는 제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꼬리 달린 작은 생명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풍경은 이미 달라졌으니까요.
그런데 이 녀석, 보통내기가 아닙니다. 온 집안을 제 안마당인 양 누비며 거침없이 영토 확장을 시작했습니다. 백돌이가 ‘영역 표시’를 하고 지나가면, 평소 엄격하던 남편은 말없이 뒤를 쫓아다니며 닦기 바쁩니다. 평소 같으면 “누가 집안에 개를!”이라며 호통을 쳤을 호랑이 아빠가, 아들의 자식(?)이 실례한 자리를 묵묵히 치우는 뒷모습이라니. 그 묘한 광경에 자꾸만 웃음이 터져 나옵니다.
그 와중에 둘째 손주는 강아지가 무섭다며 소파 위로 피신해 내려올 줄을 모릅니다. 온 식구가 조그만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들썩이는 풍경이 참 가관이면서도 정겹습니다.
막내아들은 더 가관입니다. “백돌이가 마흔 살이 될 때까지(?) 제가 책임질 거예요!”라며 큰소리를 치더니, 녀석이 남긴 흔적을 정리하고 털을 빗겨주느라 손발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알뜰살뜰,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챙기는 막내를 보니 ‘아버지가 아들을 돌보면 저런 모습이겠구나’ 싶어 흐뭇한 미소가 번집니다.
딱 사흘만 맡아주기로 한 약속이었지만, 사실 아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핑계로 온 가족에게 백돌이를 인사시키고, 당당히 ‘우리 식구’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요.
여수 벌판에서 혼자 밥 먹을 아들 걱정에 늘 마음이 짠했는데, 이제 퇴근길 꼬리를 흔들며 반겨줄 든든한 짝꿍이 생겼다니 엄마로서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외로운 막내와 작은 백돌이가 서로의 하루를 지켜주는 존재로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빌어봅니다.
사흘 뒤면 다시 여수로 떠나겠지만, 백돌이는 이미 우리 집 ‘열 번째 식구’로 합격입니다. 아들이 녀석의 아빠가 되기로 결심한 그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은 이미 한 식구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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