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침에 가장 먼저 깨어납니다.
공작소로 가는 길에 해가 떠오릅니다.
파란 하늘 위로 번지는 연붉은 빛을 바라보며 아직 살아 있음을 느낍니다.
언제까지 이 빛을 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날까지 내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주기도문을 외우며 한 걸음씩 걷다 보니 어느새 공작소에 다다랐습니다.
먼저 불을 켜고 난방을 올리고 음악도 선곡합니다.
차가운 공간이 조금씩 사람의 온도를 닮아갈 즈음, 우리 가족은 이곳에 모여 함께 아침을 나눕니다.
부엌으로 향하며 오늘 아침 식구들이 먹을 메뉴를 시금치 된장국으로 정합니다.
매일 먹는 밥상이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손길이 먼저 움직입니다.
쌀뜨물에 멸치 가루와 육수 망을 넣어 한소끔 끓이고 된장을 풉니다.
시금치를 넣은 후 준비한 파를 넉넉히 넣어 마무리합니다.
국이 끓는 사이 큰손주가 곁으로 다가와 조심스레 묻습니다.
“할머니, 나는 계란밥”
밥이 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달라 했더니, 아이는 햇반이면 충분하다며 웃습니다.
서두르는 그 마음이 내게는 괜스레 고마움으로 다가옵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달걀 세 개를 톡 깨 넣습니다.
참치액젓으로 간을 하고
들기름, 참기름을 아낌없이 넣어 비벼낸 노란 밥을 예쁜 그릇에 담아냅니다.
둘째 손주는 어젯밤 몸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가 좋아하는 달걀찜을 평소보다 더 부드럽게 만듭니다.
체에 한 번 더 거르며 내 마음의 조급함까지 고르게 걸러내 봅니다.
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무엇을 차려내든 항상 맛있게 먹으며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습니다.
때로는 밉다가도 이럴 때면 참 고마운 사람입니다.
공작소에 둘러앉은 여덟 식구는 북적이며 밥상을 나누지만,
마음 한편엔 여수에서 혼자 자취 중인 막내아들에 머뭅니다.
우리 집 막내, 아홉 번째 식구인 아들은
지금쯤 차가운 아침을 홀로 맞이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꾸만 마음이 쓰입니다.
함께 모여 국을 뜨는 식구들을 보며,
이 따뜻한 시금치 된장국 한 그릇을 아들의 식탁에도 놓아주고 싶은 간절한 기도를 담아봅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엄마의 온기가 멀리 있는 아들에게도 꼭 닿기를 바랍니다.
여덟이 먹으며 하나를 그리워하는 이 마음이 바로 부모의 마음인가 봅니다.
사과를 깎아 접시에 담아내면 비로소 우리 가족의 아침이 완성됩니다.
여럿이 함께 산다는 것은 때로
나만의 고요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고요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존재'라는 선명한 감각입니다.
맛나게 먹어주는 남편이 곁에 있어 든든하고,
할미의 정을 받고 자라는 손주들이 있어 감사하며,
멀리서도 꿋꿋이 제 삶을 일구는 막내가 있어 애틋합니다.
혼자였다면 대충 넘겼을 밥상이
식구들 덕분에 매일 아침 풍성한 기도의 자리가 됩니다.
내가 차린 것은, 밥 한 끼이지만
가족에게서 돌려받은 것은
내일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거대한 생의 에너지입니다.
서로의 기척을 확인하며 하루를 여는 이 소란스러운 온기 덕분에
나는 오늘도 '함께'라는 것의 축복을 배웁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입니다.
이 모든 수고의 이름은 사랑이며,
함께이기에 이 사랑은 절대로 식지 않는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