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잃어버린 것만 같던 가슴 아픈 이별

세상을 잃어버린 것만 같던 가슴 아픈 이별

by 양윤화

1998년 10월. 사랑하고 존경하는 아버지께서 위암 3기 판정을 받으셨다. 지금처럼 의료가 발달되지 않은 시기였다. 그해 봄, 아버지께서는 속도 쓰리고 가끔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셨다. 그래서 병원을 방문하고 건강검진을 받아 보았다. 검사 결과 위에 염증이 있다 하여 일주일 약만 처방받고 지냈다. 그 이후에도 아프면 병원 가서 약 처방받고 지내길 몇 개월이 지났다. 살도 빠지시고 통증이 심해지셔서 종합병원에 가서 종합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이게 웬 말인가. 아버지께서는 위암 3기에 췌장까지 전이가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결과가 나왔다. 봄에 병원에서 내린 오진만 아니었어도 아버지께서는 고생도 하지 않고 수술만 하면 회복해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었다. 오진한 의사를 원망할 뿐이었다.


서울 아산병원으로 가서 또다시 검사했다. 검진 결과는 참혹했다. 길게는 6개월 짧게는 3개월, 수술을 할 수도 없었다. 항암치료로 암의 증식을 막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매달 서울로 올라가 항암치료를 받고, 암에 좋다는 약재를 구입해서 복용하며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현실이 너무 절망적이었다. 우리 가족은 아버지께서 고통 없이 지내실 수 있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그렇게 당신은 힘든 투병생활을 하시다 이듬해 8월 25일 오후 4시에 온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운명하셨다. 본인 통증도 참을 수 없었을 상황인데도, 가는 순간까지 아버지께서는 가족들을 일일이 챙기셨다.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에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가족은 자상하신 아버지와 함께한 의미 있고 아름다운 추억들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그 에너지로 지금껏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아버지께서 들려주셨던 수많은 이야기 “어려운 사람 보면 그냥 지나치지 말라”, “말은 아끼고 남의 말을 많이 들어야 한다”, “기쁜 일도 한때 힘든 일도 한때이니 늘 겸손하게 살아야 한다”…… 아버지는 살아있는 명언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철학적인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또한 칭찬과 채찍질을 조화롭게 해 주셨기에 나는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눈 쌓인 날이면 우리들과 함께 우리 집표 눈사람을 만드는 등 자상함도 빼놓을 수 없는 분이셨다. 또한 내가 부부 싸움했을 때 아버지께 신랑 흉을 보다 보면 어느새 나를 웃게 만들어 주시는 해결사이셨다. 감정이 풍부하셔서 말씀 하나하나가 시적이셨고, 재미있고 맛깔나게 이야기하셨던 아버지는 언어의 연금술사이셨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시는 아버지는 우리 형제들 입학할 때마다 기념수를 하나씩 심어 주셨고, 그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우리 형제들 또한 화초 가꾸기를 좋아한다. 나 역시 우리 아이들 입학할 때마다 기념수를 심었다. 그 나무와 꽃들이 잘 자라주고 있기에 볼 때마다 마음의 평안을 얻기도 한다. 존경하는 아버지께서는 친척들에게나 주변 분들에게 늘 솔선수범하셨기에 많은 지인들에게 ‘인자하고 배려 깊은 좋은 분’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께서 암 판정받으셨을 때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얼마간은 살아 계셨기에 함께 지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러나 아버지께서 하늘나라로 가신 후 내 삶에는 의욕이 없었다. 일상생활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매 순간순간 눈물이 앞을 가려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른다. 내가 막내라서 부모님께 의존했던 부분도 많았기에 더더욱 힘들었다. 온 세상을 잃어버린 것 같았던 아버지와 이별의 시간도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적응하며 살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한 행복한 추억들은 내 삶의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아버지의 깊은 사랑이 있었기에 우리 형제들은 배려 깊고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 사랑 이어받은 나 또한 우리 아이들에게 깊은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내 아이들 역시 자랑스럽고 예쁘게 잘 자라주고 있기에 대견하고 고맙다. 주위 분들에게 사랑과 배려로 인정 넘치셨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 역시 밝은 사회를 꿈꾸며 자원봉사활동을 30여 년 이어오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에 감사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존경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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