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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swin Oct 22. 2024

마케팅은 과학적으로┃Ep8. 단순 노출 효과

어? 저거 전에 봤었는데? 저거 요즘 되게 핫하대잖아!

 사람들은 한자와 같은 글자를 평가하라고 하면 처음 보는 글자보다 이전에 본 적 있는 글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더 나아가, 최소한 12개 언어로 반복 실험된 연구에서는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에 포함된 글자에 대해 특별한 애착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이 익숙한 글자가 포함된 단어를 그렇지 않은 단어보다 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혹시 우리가 유명한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것이 아름답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그것이 친숙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우리 조상들의 관점에서 보면, 친숙한 것을 선호하는 이러한 편향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이는 심리학자 로버트 자이언츠(Robert Zajonc)가 제안한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로 설명된다. 자이언츠는 1960년대 연구를 통해 특정 자극을 반복해서 접할수록 그 자극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조상의 조상의 조상이 알았고 그를 해치지 않았던 것이라면, 모르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할 가능성이 높았다. 친숙한 것을 선호하는 행동은 일상 속에서 생존에 유리한 특성으로 선택되었을지도 모른다. 이는 곧 신기한 것보다는 잘 알고 있는 것을 선호하는 생물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에게 위안을 주는 음식을 찾는 경향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음식은 평소 즐겨 먹던 음식이라는 점도 진화적 적응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학의 영역에서는 친숙한 것을 더 선호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예를 들어, 내가 특정 한자를 좋아하거나, 아이묭을 비롯한 J-pop을 선호하는 이유가 그것의 예술적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단지 익숙하기 때문이라 하더라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친숙한 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이것이 우리의 이른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심각하다. 예컨대, 사람들은 이미 실행되고 있는 정책을 새로운 정책보다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기존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을 때에도 그렇다. 사람들은 종종 새로운 정보를 분석하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것이 어떻게든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는 단순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마케팅에서도 이러한 단순 노출 효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반복된 자극은 뇌의 활성화 패턴을 안정화시켜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은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를 더욱 신뢰하고 선호하도록 유도한다.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익숙해지는 순간, 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마케터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반복적인 광고 노출, 특정 이미지나 로고의 지속적인 사용, 그리고 소비자가 자주 접할 수 있는 메시지 전달을 통해 브랜드 친숙도를 높인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할 때 이미 익숙한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만들며, 다른 선택지와 비교할 필요성을 덜 느끼게 한다.

출처 : 디자인빛



 예를 들어, 대형 글로벌 브랜드들이 꾸준히 동일한 로고와 컬러 스키마를 유지하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 이유도 단순 노출 효과 때문이다. 여기서 컬러 스키마란 브랜드의 색상 조합을 의미하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일관된 색상 이미지를 전달하는 중요한 마케팅 요소 중 하나이다. 이런 반복된 노출을 통해 소비자에게 친숙함을 느끼게 하고, 이는 결과적으로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로 이어진다. 또한, 소비자가 자주 접하는 소셜 미디어 광고나 제품 리뷰 역시 이러한 친숙함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무의식 중에 친숙한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마케터들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단순히 친숙함에 의존하는 마케팅은 소비자가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거나 더 나은 가치를 찾고자 할 때 도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친숙함에만 의존하지 않고, 브랜드의 본질이 되는 고유한 가치를 다각도로 함께 강조해야 한다. 브랜드의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면서도, 새로운 경험이나 차별화된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소비자들은 계속해서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것이다.






단순 노출 효과를 활용한 실제 마케팅 사례

 단순 노출 효과는 한국 내 다양한 브랜드와 분야 전반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음은 이 효과를 활용하여 소비자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몇 가지 사례이다.


1. BTS의 '유명해서 유명한 전략'

 방시혁이 언급한 BTS의 "유명해서 유명한 전략"은 단순 노출 효과를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BTS는 초창기 작은 팬층을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그 팬층이 지속적으로 BTS와 관련된 콘텐츠를 공유하고 확산함으로써 점차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되었다. 이러한 반복적인 노출은 전 세계 팬들에게 BTS를 점점 더 친숙하게 만들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유명해서 유명한' 상태로 이어졌다.

 BTS는 다양한 미디어 채널에서 꾸준히 노출되며, 지속적으로 팬들과 소통하고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여 BTS를 점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들었고, 결국 전 세계적으로 호감도와 인기를 얻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즉, 단순 노출 효과에 기반한 반복적이고 일관된 노출이 BTS의 인지도 상승과 글로벌 팬덤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BTS의 성공이 단순히 음악적 완성도만이 아니라, 꾸준한 노출과 친숙함 형성이라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2. 빙그레 '빙그레 왕국' 마케팅

출처 : 빙그레

 빙그레는 2·30대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빙그레 왕국'이라는 독특한 세계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빙그레는 자사 제품인 메로나, 바나나맛 우유 등을 의인화한 캐릭터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젊은 소비자들에게 브랜드를 친숙하게 각인시키고 있다. 이 세계관은 빙그레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참여형 콘텐츠로 소비자들이 캐릭터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B급 감성과 유머 요소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바이럴 효과를 일으켰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빙그레는 또한 빙그레우스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의 IP 자산을 활용하고 있다. 웹 애니메이션, 버추얼 유튜버 활동 등 다양한 채널에서 캐릭터를 노출시키며 소비자에게 반복적으로 친숙함을 제공함으로써, 단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빙그레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만들어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3. 여기어때 '여행할 때 여기어때' 캠페인

 여기어때는 '여행할 때 여기어때' 캠페인을 통해 단순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여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어때는 음악을 콘셉트로 한 캠페인 영상들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누적 조회수 4650만을 기록하고 재시청 비율이 36%에 이르는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윤종신, 장기하, 이미주 등 유명 인물들이 출연한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캠페인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여기어때는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고, 여행을 계획할 때 여기어때를 우선적으로 떠올리도록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하고 있다.

출처 : 여기어때

 여기어때의 이러한 캠페인 전략은 광고를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하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더욱 친밀감을 느끼도록 만든다. 광고를 콘텐츠로, 콘텐츠를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터'로 발전시키는 접근 방식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이와 같은 반복된 노출과 적극적인 소통 전략은 여기어때를 여행·여가 플랫폼으로서 강력한 위치에 올려놓았다.



4. 맥도날드의 "I'm Lovin' It" 캠페인

 맥도날드는 단순 노출 효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I'm Lovin' It" 캠페인이 있다. 이 캠페인은 2003년에 시작되어 전 세계에서 일관된 메시지와 테마송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반복적으로 노출되었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브랜드 이미지가 형성되었고,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가 증가하였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함으로써 맥도날드는 소비자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으며, 이는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졌다

 또한, 맥도날드는 해피밀과 같은 제품을 통해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반복된 노출은 브랜드에 대한 친숙함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피밀은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재미와 즐거움을 제공하는 요소로, 어린이들이 맥도날드를 친숙하게 느끼고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유도하였다.



5. 무신사 (Musinsa)의 브랜드 친숙도 형성 전략

 무신사는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 온라인 플랫폼으로, 친숙함을 형성하기 위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와 반복된 노출을 활용하고 있다. 무신사는 인스타그램 릴스를 활용한 짧은 영상 콘텐츠로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있으며, MZ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패션 관련 콘텐츠로 팬덤 커뮤니티를 강화해 왔다. 또한 무신사 매거진을 통해 실용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스타일링을 제공하여 소비자와의 친숙한 접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반복된 노출은 소비자가 패션 아이템을 구매할 때 무신사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출처 : MUSINSA

 무신사는 자사의 로고와 심플한 디자인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이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은 단순 노출 효과가 마케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반복된 노출과 일관된 메시지를 통해 소비자에게 친숙함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신뢰와 충성도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 전략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반복 노출은 우리의 뇌가 자극을 더욱 효율적으로 처리하도록 도와주며,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에 대해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단순 노출 효과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마케팅 도구이다. 그러나 이를 진정한 브랜드 충성도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친숙함뿐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제로 의미 있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마케터들은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신뢰와 긍정적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할 것이다.



추신(追伸).

사실 이 글의 썸네일이 카리나인 것도 단순 노출 효과를 이용한 클릭 유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보아 익숙해진 대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카리나처럼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을 썸네일로 사용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호감을 유발하고, 클릭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친숙하고 매력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독자들이 더 쉽게 관심을 가지게 하며, 해당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친숙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노출해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은 단순 노출 효과와 깊이 연결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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