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를 돌려놓고 거실에 앉았다.
빨래가 돌아가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렸다가,
어느 순간 멈췄다.
나는 세탁이 끝났다는 신호음이 울릴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창밖에는 오후 햇살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고,
바닥에 떨어진 양말 한 짝이 눈에 들어왔다.
어젯밤 술기운을 품고 들어와, 벗어두고 그냥 둔 것이었다.
나는 양말을 주워 세탁기 안에 넣으려다
그냥 다시 바닥에 내려놓았다.
별일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거워졌다.
나는 왜 이렇게 사소한 일상에서도
쉽게 침잠하는 걸까.
이런 내가 싫어서
가끔은 일부러 바쁘게 움직여보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힘도 나지 않는다.
양말 한 짝이 바닥에 남아 있는 오후,
나는 그저
빨래가 다 돌아간 세탁기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이런 나를 미워하는 것도
이젠 좀 지겹다.
그래서 그냥,
오늘은
양말을 바닥에 둔 채
조용히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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