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끄고 누워 있으면 방 안이 금세 어두워진다.
천장에 잔상이 남고, 벽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린다.
가끔은 이 어둠이 나를 삼킬 것 같고,
가끔은 이 고요가 나를 지켜주는 것 같다.
혼자 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된 꿈처럼 내 안에 남아 있다.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누구의 기분도 살필 필요 없이,
내가 만든 질서와 나만의 시간에 기대어
하루를 보내는 상상.
하지만 혼자 사는 날들이 길어지면
내 안에 작은 균열이 생긴다.
말을 하지 않는 혀가 굳고,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는 저녁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래서 같이 살아야 할까,
누군가와 밥을 먹고,
서로의 하루에 대해 묻고 답하는 삶.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
내 안의 울퉁불퉁한 부분들이 조금씩 닳아
조금은 더 둥글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만큼 내 마음의 가장자리도
조금씩 닳아 없어지는 것 같다.
함께 있을 때의 불편함과
혼자 있을 때의 공허함 사이,
나는 늘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다.
혼자 살면 혼자 사는 대로 나빠지고
같이 살면 같이 사는 대로 나빠진다.
이렇게 생각하는 내가
어쩌면 가장 나쁜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차라리,
나는 그 사이에 머물기로 한다.
완전히 혼자이지도,
완전히 함께이지도 않은,
어딘가 어정쩡한 경계에서
나는 내 그림자를 바라본다.
아주 오래 전,
누군가와 함께 걷던 골목에서
나는 내 그림자가
두 개로 나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서로 겹쳤다가,
다시 멀어졌다가,
결국엔 하나로 사라지는 모습.
삶이란 어쩌면
그런 그림자와 비슷한 것 아닐까.
완전히 혼자일 수도,
완전히 함께일 수도 없는
그 어딘가에서
우리는 조금씩 닳고,
조금씩 사라진다.
차라리,
나는 오늘도
그 사이에 머물기로 한다.
조금은 나빠지고,
조금은 괜찮아지기도 하는
이 어정쩡한 하루의 끝을
가만히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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