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노트북을 닫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김성근 감독님의 책에 써있던 글이 생각났다. 누군가의 짐을 나눠 지겠다고 마음먹어도 결국 반도 들어주지 못한다는 걸. 그래도 다 들어주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사람이 진실해진다는 것도.
그런데 요즘 나는, 내 짐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도 이 카페 저 카페를 옮겨 다니며 일했다. 업무를 마쳤다기보다는, 하루가 끝나서 노트북을 덮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가방끈을 어깨에 메는 것도,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한 걸음 한 걸음이 무거웠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는 순간부터 소파까지의 거리가 이렇게 멀었나 싶을 만큼, 온몸이 무겁다. 냉장고에서 꺼낸 물을 마시는 것도, 불을 켜는 것도, 오늘 하루를 정리하는 것도 모두 버거웠다.
나는 진실되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짓말하지 않으려 했고, 누군가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조심했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다 해주려 애썼다. 그런데 삶이란 게, 이렇게 어려웠나.
진실하게 산다고 해서 삶이 더 쉬워지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무거워지는 것 같았다. 거짓말로 둘러대면 가벼워질 순간들을, 나는 정직하게 마주했고, 그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헌신한다고 했던가. 어렸을 때부터 가슴에 품고 살아온 문장이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를 알아주려 애썼다. 그 사람의 힘듦을 보려 했고, 그 무게를 함께 지려 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조금은 지쳐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핸드폰 화면 속 누군가의 안부 메시지를 읽으면서도, 답장을 쓸 힘이 없었다. 안녕하냐는 말조차 무겁다. 그저 화면을 끄고, 어둠 속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누군가 내 짐을 나눠 져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것이 도처에 깔려 있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다만, 이 무게가 언젠가는 조금 가벼워질 거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10월의 시작부터 이런 글을 쓰는 나는, 참 말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