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왔습니다

잊고 있었어, 소중한 건 오래전에 이미 다 받았다는 걸

by 혜온

현관문을 열면 냄새가 먼저 온다. 된장찌개일 때도 있고, 고등어 굽는 냄새일 때도 있다. 어떤 날은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다. 그냥 집 냄새. 어디서도 맡을 수 없는, 설명할 수도 없는.

"다녀왔습니다."

잠시 후 어디선가 대답이 돌아온다.

"어, 왔어?"

그게 전부다. 특별할 것 없는 두 마디.


생각해보면 이상한 말이다. 다녀왔습니다. 어디를 다녀왔는지도 말하지 않고, 뭘 했는지도 말하지 않는다. 그냥 돌아왔다는 것. 그것만 전한다.

그리고 받는 쪽도 묻지 않는다. 어디 갔었어, 뭐 했어. 그런 건 나중이다. 일단은 "왔어?"가 먼저다.

왔구나. 돌아왔구나.

그 확인만으로 충분한 인사.


언제부터 이 말을 하지 않게 됐을까. 혼자 사는 방에선 인사할 사람이 없고, 밖에선 인사할 이유가 없다. 회사 문을 열며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렇게 어떤 문들은 인사 없이 열리고 닫힌다.


집을 떠나 살 때가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어느 날. 현관 앞에서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다가 손이 멈췄다. 기억이 가물거렸다. 매일 눌렀던 번호인데.

문이 열리고, 입이 먼저 움직였다.

"다녀왔습니다."

안쪽에서 대답이 왔다. 기다렸다는 듯, 아니 그냥 늘 그랬듯이.

"어, 왔어?"

그 순간 무언가 목 안쪽을 스쳤다. 울컥,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조용한 감각이었다. 그냥 오래된 것이 제자리를 찾은 느낌.


소중한 것들은 대부분 그런 모양을 하고 있다.

너무 가까워서 보이지 않는. 너무 익숙해서 느끼지 못하는. 매일 받았기 때문에 받는 줄도 몰랐던.

누군가 내 인사를 받아준다는 것.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 "왔어?"라는 두 글자가 품고 있는 것.


언젠가 이 말이 허공에 머물 날이 올 거라는 걸 안다.

문은 열리는데 대답이 없는 날. 그게 언제인지는 아무도 모를거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더 또렷하게 말하려 한다.

"다녀왔습니다."

그 말이 닿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