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이 주는 위로

쉼이 필요할 때

by 사공작가

요즘 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쓴다.


이 시간이,
지금의 나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육아는 사람을 참 많이 바꾼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원래 클래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클래식? 왜 듣는 거야.
들으면 졸리기만 한데

임신했을 때도 그랬다.
클래식이 태교에 좋다며 듣는 엄마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엄마가 좋아하는 거 들으면 되지,
왜 꼭 클래식이어야 할까.

그랬던 내가.

육아를 하다 보니
어쩌다 보니
클래식에 빠져들었다.


무언가에 빠진다는 건 늘 그렇다.
갑작스럽고,
묘하게도 타이밍이 잘 맞아떨어진다.

사랑처럼.

클래식도 그랬다.


아이를 키우며 사는 하루는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그리고 늘 정신이 없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순간부터
할 일은 끝없이 늘어났다.


집안일, 요리,
아이를 챙기는 일,

나의 할 일,

거기에 보이지 않는

기획노동까지 더해지면..


엄마는 몸이 열 개쯤은 되었으면 싶어진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흩어져 있다.
한번쯤은 모두 모아 정리하고 싶지만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다.


그저 하루에 주어진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며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는 것뿐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이 시기의 아기들에게 클래식이 좋다는 말을 들었다.


아이 CD 플레이어에

블루투스를 연결해
아무 클래식이나 틀어두었다.
그저 배경음악처럼.


그 순간이었다.


정신없이 흐르던 시간이
갑자기 슬로우 비디오처럼 느려졌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간식을 챙기고
설거지를 하는 평범한 순간들인데
내 마음에 누군가 브레이크를 걸어준 것 같았다.


급박하던 마음 위로
평온과 안정이 밀려왔다.


그저 음악을 듣고 있었을 뿐인데
마음이, 너무 편안해졌다.

ChatGPT Image 2025년 12월 16일 오후 12_03_44.png

특히 바이올린과 첼로.
그중에서도 첼로의 소리는
내 마음을 묵직하게,

그리고 가득 차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한동안 계속 첼로 연주 클래식을 틀어놓는다.


밥을 먹을 때도
집안일을 할 때도
아이와 놀아줄 때도
이렇게 글을 쓰는 지금도.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자연스럽게 한자리에 모인다.
그리고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음에
조용히 감사하게 된다.


10대와 20대.
뒤돌아볼 새도 없이
무작정 달려오기만 했다.


30대가 된 지금도
아이를 낳고
취업 준비라는 시간 속에서
여전히 세상이 짜놓은 틀에
나를 맞추느라 애쓰고 있다.


아마도
나는 잠깐 멈추고 싶었던 것 같다.

인간은 늘 그런 존재인가 보다.
달리다 보면
반드시,
쉼이 필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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