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뒤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갑니다!
나는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 후 백수가 되었다.
자세히 말하자면 육아휴직 1년 하겠다고 하니
회사에서는 그 기간 동안 기다려 줄 수 없다며
퇴사를 권유하였다.
그로부터 약 1년 8개월 간의 공백기가 있었고,
실업급여를 받아가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의 직업은 개발자.
그런데 육아휴직하고 다시 세상에 나왔더니...
뭔 일인지 AI가 판을 치고 있었다.
사람들 모두가 AI로 인해 개발자의 시대는 갔다며
이 직업이 AI에게 잠식당하고 있으니
지나가던 컴공생에게도 얼른 진로를 바꾸라고들 떠들어댔다.
육아라는 세계에 있다가 다시 현실 세계로 돌아왔을 때
내 직업이 한순간에 이렇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
완전히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고 난 뒤,
구인 사이트를 통해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넣어봤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더 준비해야 할까.
막막하기만 한 시간이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취준의 시간은 어두운 터널을 걷는 기분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막막한 어둠 속을 혼자 외로이 걸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럼에도 무작정 여러 곳을 지원했다.
그렇게 10개 중 1곳에서 연락이 왔다.
운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연락이 온 그 순간부터 왠지 여기 합격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아니나 다를까.
합격해 버렸다. ㅇ,ㅇ?
취업에 성공... 했다?
경력직으로 이직에 성공했다 이 말이다.
그런데...
마음이 좋지가 않다.
심란하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울적하고 두렵고 걱정이 된다.
그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내 마음의 무거운 짐은 단연 '아이'였다.
거리가 좀 있는 직장이라 1시간 전에는 출발을 해야 하는데
그러면 아이의 어린이집 등원 시간이 거의 1시간 반이 앞당겨져야 한다.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이 지금보다 3-4시간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다.
이 작은 아이가 벌써부터 집보다 밖에 나가있는 시간이 많아진다는 생각에 참 안쓰러웠다.
그냥...
아직 두 돌도 안된 아이가
아침 일찍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적 거리며
눈곱도 떼지 않은 채,
엄마의 출근 시간에 맞춰 부랴부랴 등원하고 어린이집에 맡겨지는 것 같아 참 미안하다.
가장 첫 번째로 등원하고 가장 마지막으로 하원하는 아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참.. 너무나도 무겁게 만들었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서 길을 가다가도 혼자 생각에 잠겨 눈물을 훔치곤 했다.
그럼에도 우리 가정의 생계와 사랑하는 이 아이를 위해서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가도
나로 인해 아이가 힘들어질 상황을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이제는 진짜 현실적인 워킹맘의 삶을 살아야 한다.
아직 워킹맘으로 살아보지 않아서 그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새로운 변화 앞에서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아이가 아플 때다.
양가 부모님이 근처에 계시지 않아 아이가 아프면 일단은 남편이 연차를 써야 하는 상황이다.
이 마저도 그럴 수 없거나, 남편의 출장이 겹치면 난감한 상황이 생길 것 같다.
맞벌이하며 애 한 명 키우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위대한 일인지
새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모든 변화에는 크고 작은 진통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나의 인생에서는 결혼할 때, 아이가 생겼을 때,
남편의 육아휴직과 복직, 아이의 어린이집 입소 등이 그러했다.
결국은 그 변화에 적응하고 익숙해진다.
근데 삶은 우리를 자꾸 시험하려고 하듯
적응하면 새로운 상황을 만들고,
거기에 익숙해지면 삶의 변화를 가져온다.
예전엔 새로운 것이 참 특별하고 호기심 가득했었다.
오히려 익숙해지면 새로운 것을 찾기 바빴다.
그런데 그 시기를 지나고 안정적인 가정이 생기니까
'새로운 것'이 오히려 불청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런가-
삶에 새로운 변화가 생기면 불안해지는 마음이 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고
그에 맞는 대안과 대책을 통해서
문제의 상황들을 어떻게든 헤쳐나가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드는 건 사실이다.
우리네 인생에 아이라는 존재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정말이지 하늘과 땅의 차이이다.
남편과 내가 직장에 나가더라도
결국은 아이 중심으로 우리의 삶이 흘러갈 것이다.
그래야만 하기도 하고.
막상 취업에 성공하고 보니
무언가 허탈한 느낌이 든다.
왜 그런 걸까.
그냥 단순하게 드는 생각은 이렇다.
'하, 이렇게 직장 구해질 줄 알았다면 아이와 있는 시간을 온전히 즐길 걸'
'AI로 개발자 망했다, 개발자 이제 없어지는 직종이다' 이런 소리가 나오니
나는 심적으로 너무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에게 가진 기술이라곤 컴퓨터 조금 다루는 능력인데
이거 없어지면 난 뭐 먹고살아야 하나 싶은 마음과 취준의 시기가 겹치며
항상 마음의 짐이 있었고, 늘 불안한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왔던 것 같다.
물론 아이와 있을 때는 온전히 아이에게 집중하며 시간을 보냈지만,
그 외 시간에는 나의 미래를 위한 시간에 더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은 늘 후회하는 것 같다.
그리곤 하는 말이 다 똑같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이렇게 하는 건데'
참 이 문장을 한 글자씩 곱씹어 읽어보면 되게 웃긴 말이다.
사람 일 한 치 앞도 모르는데
어떻게 미래 일을 알았더라면 하는 이상한 전제가 있는 것인가.
다시 읽어봐도 어이없이 웃기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늘 같은 말을 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걱정했던 것보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은 빨리 취업이 된 것 같아 좋으면서도 참 허탈하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지난 시간을 좀 더 평온히 지낼 것을~'
한숨 푹 쉬며 제자리에서 하소연해 본다.
지난날을 후회한들 무엇이 바뀌랴.
그저 현재와 앞날을 잘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안 따라줘서 그렇지 우리 모두 다 아는 사실 아닐까.
아무튼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당장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라고 하니
뭔가 마음의 정리가 좀 필요했다.
사람이 어딘가로 떠날 때가 되면
자기 자리를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고 했던가.
나는 이제 새로운 직장으로 떠나게 되니(?)
괜히 그동안 손보지 못했던 집안 곳곳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애 딸린 나를 누가 뽑아줄까 하고 자존감이 바닥으로 치닫던 때도 떠올려보고~
불투명한 미래에 맞서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던 때도 떠올려 보았다.
이 집에서
남편과 아이 없이 오로지 혼자 가져보는
마지막 시간을 온전히 느껴보았다.
고요한 적막 가운데,
그렇게 감사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임신 때부터 지금까지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촤-악 펼쳐졌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에게 힘들고도 위대한 시간을 지내왔고, 대견하다고 칭찬하며 스스로를 토닥였다.
그리고 앞으로의 날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힘들 수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이름으로 한 번 잘 이겨내 보자고 다짐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니까.
내 아이를 믿고, 또 우리 가족을 믿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가보려 한다.
지지고 볶아지는 삶 속에서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니!
이제는 내가 아닌 아이가 중심이기에
엄마의 삶은,
워킹맘의 삶은
그렇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