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속옷

by 여유

사실 여섯 글자로 제목을 적고 싶었다.

아직은 선정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속옷이라 표현한다.


엄마가 빨래를 돌리거나 널 때

웬만해선 걷기 개기까지 다 하지만,

늦게 오는 날이나 일찍 출근하는 날이면. 할머니가 어느 정도는 해줘야 했다.

빨래를 널던지. 걷던지.

초저녁 이슬을 맞으면 빨래는 축축해진다.



세탁기가 엄마의 속옷을 잡아먹는 것인지.

신기하게 엄마의 속옷은 하루하루

사라져 갔다. 사라져 가는 속옷을 찾기는 참..

쉬웠다.


세탁기 뒤편. 보이지 않는 곳. 손이 닿지 않는 구석에.

마당이 있던 옛날 집. 커다란 모과나무 틈바귀에 흙속에, 항아리가 많았던 우리 집. 항아리 틈 속에. 창고 박스 틈바귀에.




엄마는 자꾸 흙더미 속, 먼지 속에서 속옷이 발견되는 일이 반복되자 실수가 아닌, 우연이 아닌 고의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빠에게 말했다. 남편이다.남의 편..


자꾸 내 속옷이 사라져.


아빠는 믿지 않았다.

엄마대신 빨래를 널고, 걷게 됐을 때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니야. 우리 엄마는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런 사람이었다.

아니긴 개뿔.

엄마의 브라자는 그렇게 먼지와 흙속에서 발견되었다.


엄마는 늘 고고학자가 된 기분이었을 듯하다.

직접 찾아 발굴해야 하는.



보물 찾기다. 브라자 찾기.

그렇게 할머니는 며느리와 보물 찾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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