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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Jun 03. 2024

내 나이 예순

아이의 독립과 시작된 나의 인생일기 

 내 나이 예순이다. 추수 끝낸 가을 들녘처럼 황량하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아이가 결혼해 독립했다. 아들의 여자 친구로 십여 년을 보아오며 나와도 꽤 친했던 예쁜 아이를 며느리로 보았다. 마음에 쏙 드는 아이다. 아들은 어릴 적부터 조곤조곤한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며늘아기는 상냥하고 다정한 아이다. 거기에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는 공감 능력이 뛰어나다. 대화를 나누면 언제나 상대의 기분을 유쾌해지게 하는 훌륭한 재주를 가진 아이다. 그런 예쁜 며늘아기를 맞이하는 날, 나의 감정이 미묘하다. 기쁨과 허전함의 양가감정은 나 자신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결혼 후 신혼여행을 스위스로 떠났다. 전화를 기다렸다. 첫날, 둘째 날도 전화가 없다. 서운해진다.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보았나? 신혼여행 첫날 여행지 도착하면 시댁과 친정에 전화하는 모습의 드라마를… 신행에서 돌아왔다. 잠시 들렸다 곧바로 간단다. 신혼집은 서울이다. 그때 며늘아기가 아동심리 상담을 공부할 때다. 실습 겸 알 바 겸 맡아서 상담하던 아이가 동암역 근처에 살고 있다. 결혼과 여행으로 상담이 밀렸단다. 잠시 우리 집에 들렀다가 그 아이 상담하고 곧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간단다. 신행에서 돌아오면 하룻밤같이 지내며 이런저런 시댁 가풍도 이야기해 주고 대소사를 알려주고 싶었는데, 아들아이가 힘들어 일찍 가서 쉬었다 출근해야겠단다. 내 기대와 다르다. 힘들다고 하니 서운한 표현은 못 했지만,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아들이 결혼하면 며늘아기도 당연히 우리 가족 단체 카톡방에 초대하는 줄 알았다. 아들아이가 반대한다. 아직은 아니란다. 표정 없이 나누는 글에서 가까워지기 전에 오해를 일으키는 일이 많단다. “천천히 다가가도록 할게요. 기다려 주세요” 하고 말한다. 그때는 아들의 그 말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 십여 년간 보아오며 나름 친해졌다고 생각했던 며늘아기다. “그럼 우리 셋도 묶지 말자” 원가족 셋이서 하던 카톡방도 나와버렸다. 서운하다. 딸이 없던 나는 며느리 겸, 딸 겸, 친구 겸 잘 지내고 싶었는데 중간에서 아들이 다 차단한다. 주말이 되면 전화가 기다려진다. 오늘은 뭐 하고 지낼지 그냥 궁금하다.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 주가 더 많다. 내 기대가 너무 컸나? 아들과 며늘아기는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구나,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진다.

   어느 날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모임에서 본인의 보물 일호는 누구냐는 질문이 나왔다. 다른 원장님들은 망설임 없이 자녀를 일 순위로 꼽는다. 모두 자녀를 결혼시키지 않은 젊은 원장님들이다. 속으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나도 일 년 전만 해도 망설이지 않고 아들을 꼽았을 텐데 이젠 망설이고 있다. 결국 남편을 꼽았다. 이제 아들은 며늘아기의 일 순위란 생각을 했다. 나도 내 남편이 일 순위란 생각이 든다. 마음에서 점점 아들을 며늘아기의 남자로 떠나보내기 시작했다. 아들을 보내고 나니 그제야 남편 보인다. 스스로 독립해서 잘 사는 아이들 틈에서 기웃거리지 말고 아들의 독립과 나도 그로부터 독립하자 마음먹고 마음을 비워냈다.

   

아들은 영원한 내 것이 아니다. 아들을 낳아 길러 독립시키기까지의 인생 일 막을 정리하고 이제부터 나를 찾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자 마음먹었다. 내 나이 예순이다. 앞으로 일할 날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퇴직 후하고 싶은 일을 노트에 적어 보았다. 첫째, 내 이야기 글로 남기기. 둘째, 악기와 노래 배워 거리공연 하기. 셋째, 마음껏 책 읽기. 넷째, 여행하기. 다섯째, 봉사 활동하기. 여섯째, 바둑 배우기. 일곱째, 외국어 공부하기 등 하고 싶은 일이 참으로 많다. 우선 악기 배우기로 퇴근 후 동사무소에서 하는 기타 강습에 등록했다. 그리고는 평생학습관 중년의 글쓰기를 신청해서 열심히 내 이야기도 쓰고 있다. 처음에는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지낼까 막막하던 것이 이제는 기타 연습도 해야 하고 글도 써야 하고 할 일이 많다. 퇴직 후도 걱정이 안 된다. 앞으로 나의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면서 여러 사람과 공감할 수 있고 기억에 남을 일들을 글로 남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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