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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장 Jun 10. 2024

인생 이모작

다시 꿈꾸는 삶 

하나밖에 없는 아들아이가 결혼해 독립했다. 내 나이 쉰을 넘겨 예순에 접어들었다. 아들아이가 품을 떠나니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무력해진다. 마음을 추스르며 할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정 할 일이 없으면 왕자 복근이라도 만들자, 멋진 몸매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통기타를 둘러메고 전국을 여행하며 거리공연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도 상상해 본다. 손주들과 함께 기타도 치고 바둑 장기 두는 멋진 할머니로 외국어도 하나쯤은 익혀두자 해외여행도 다닐 수 있게, 그간 살아온 삶을 글로 정리도 해 보고 싶다. 아이들이 골프도 배워서 같이 치자고 한다. 생각해 보니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해야 할 일도 또한 많다. 내가 더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것이다. 

    

지금까지 나와 가족을 위하여 바쁘게만 살았다. 남은 삶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여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그려본다. 갑자기 할 일이 많아지니 마음이 바빠진다. 많은 일을 다 하려면 건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다. 근력운동도 해두어야겠다. 마침, 인천평생학습관에 필라테스 모집 공고가 떴다.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선착순 모집이다. 인기가 많아 빠르게 접수해야 한다. 접수 시간에 맞춰 알람까지 해놓고 신청했다. 선착순 접수에 성공했다. 첫 수업 시간이다. 젊고 날씬한 사람이 많다. 순간 기가 죽는다. 코치님께 나는 유연성도 없고 처음 해 보는 운동이다. 나 같은 사람도 가능한가? 여쭈어보니 걱정하지 말란다. 되는 만큼만 따라 하다 보면 점차 잘 될 거란 말씀에 용감하게 따라 했다. 

    

오래전 구매해 두었던 기타에 뽀얗게 쌓인 먼지를 털어내며 설렘으로 행복하다. 예전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마음뿐 시간 없다는 핑계로 미루어 두기만 했다. 적적으로 찾아보니 길이 열렸다. 행정복지 센터에 퇴근 후할 수 있는 시간에 통기타 강의가 있다. “구하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찾으니 다 나를 위해 기다리고 있듯이 준비되어 있다. 매주 목요일이면 퇴근 후 통기타를 둘러메고 바쁘게 행정복지 센터로 간다. 손가락이 관절염이 걸렸는지 내 손가락이 내 손가락이 아닌 듯 말을 듣지 않는다. 오른손으로 왼쪽 손가락을 구부려 기타 줄에 올려놓으며 코드를 익히며 배우기 시작했다. 같이 배우기 시작한 젊은 친구들은 손가락이 유연해서인지 코드를 자연스럽게 옮긴다. 하지만 기죽지 않았다. 내겐 근거도 출처도 모르는 자신감은 있으니까 젊은 친구 한 시간 노력하면 나는 두 시간 노력하면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자신감으로 안 돼도 즐겁고 행복하게 열심히 통기타도 배우기 시작했다.

    

글도 써보고 싶다. 가진 재주가 없다 보니 30여 년을 한 우물만 파며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운용의 묘라 할까? 아님. 내가 겪었던 시행착오라 할까? 아니면 내가 조금이라도 잘한 것이 있다면 그 일을 기록으로 남겨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막연히 하고 있던 때다. 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어린이집 원장 자조 모임으로 포토 자서전 쓰기 6회기를 준비하여 공지했다. 좀 놀랐다. 신께도 감사했다. 내가 꿈꾸고 있는 일을 신께서 알아채고 준비해 주는 것 같다. 마음만 있었지, 글에 대해 문외한인 나는 걱정 반 기대 반이다. 첫 수업 후 글쓰기에 대한 매력에 점점 빠져든다. 초보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시는 강사님의 매력에도 빠졌다. 나의 글쓰기는 6회의 짧은 강의로는 부족했다. 다행히 그 강사님께서 인천평생학습관의 중년의 글쓰기 강의도 맡아하신다. 그곳에 다시 도전하여 글쓰기를 더 배우게 되었다. 배울수록 매력적이다. 자기 삶을 뒤돌아보며 앞으로의 삶을 알차게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며늘아기와도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 듯 세월이 흐르며 편안해진다. 이제 내게는 살가운 딸 같은 며느리며,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도 하며 잠자리에 들기 전 카톡 이모티콘으로 “잘 자”라고 보낼 수 있는 친구 같은 며느리. 서로의 직장에서 어려운 일에 대해 진심 어린 조언을 나누는 든든한 직장동료 같은 며느리, 다정다감하며 특히 나의 아들을 많이 사랑하고 지지해 주는 지혜로운 며늘아기가 생겼다. 내가 글을 쓰면 제일 먼저 애독해 주는 독자는 바로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과 며늘아기이다. 이글도 지도받고 나면 분명 며늘아기는 “어머님 이번 주 과제 글 보내주세요”하고 카톡을 보내올 것이다. 나의 일호 애독자가 있어 글쓰기 과제를 게을리할 수 없다. 오늘도 아들과 며늘아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다시 시작하는 인생 이모작을 위해 밭을 일구고 고르는 작업을 열심히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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