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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r Jun 01. 2024

엄마도 욕 할 수 있어!

요즘 아이들이 말이 너무 하다는 생각이 들을 때가 있다.

며칠 전 딸아이가 아파트 단지 안에 놀이터에 나갔다. 딸아이 혼자 나가있는 것이 아직은 불편하다.

그래서 아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나가자고 하고 단지 앞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몇 개 사들고 놀이터로 나갔다.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은 나와 같이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이들 노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초등학교 5~6학년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놀이터에 왔다.

사실 이 어린 소녀들은 놀이터의 무법자 같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과 유치원생들이 있는 아주 작은

놀이터였는데 미끄럼틀 올라가는 계단이나 놀이기구 틈사이에 앉아 이야기를 하는데 시작부터 욕이다.

나와 아들은 대화가 끊어지고 그 소녀들의 이야기를 듣으며 관찰자가 되었다.

딸아이가 불편했는지 "엄마! 저 언니들이 욕을 많이 해"라고 내 귀에다 이야기를 하고는 집에 가자고 한다.

아마도 그 놀이터에 있는 우리말고도 아이와 함께 나온 엄마들이 모두 불편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준비를 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우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럽게 욕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들 녀석은 고자질 쟁이가 된 듯 반에 누가 누가 욕을 많이 한다. 누구는 욕을 안 하게 생겼는데 화가 나면 한다. 거기에 질세라 딸아이도 친구들 언니, 오빠들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어때? 너희들도 밖에 나가면, 혹은 화가 나면 욕을 하지 않니?

말이 없어진 아이들... 나는 웃으며 내 이야기부터 했다. "엄마도 너무너무 화가 나서 욕이 나올 때가 있어

그런데 그러고 나서 바로 후회가 되거나 부끄러워지더라. 사실 욕을 하는 건 하수라고 생각해" 나의 이야기에 아이들이 관심을 갖는다. "오늘 너희들이 놀이터에서 본 욕을 많이 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보였니?"

딸아이가" 나쁜 언니들처럼 보였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아이들과 대화하기 자연스럽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이 되었다. 아들 녀석이 "하수??"나의 이야기에 반응을 보였다. 바로 말을 이어 나갔다. 이야기할 때 조금 더 과장 되게 이야기하기 위해 혹은 말하는 사람이 흥분이 되어 욕을 같이 사용하여 이야기하거나 단지 친구들이 하니까 혹은 강해 보이고 싶어서 방어적인 이유로 욕을 섞어 가며 이야기를 한다면 말의 힘이 약해진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아이들 관점으로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야기 앞에 ㅈㄴ라는 욕을 쓰는데 그 단어의 뜻을 알려주었고 얼마나 상황과 맞지 않은 부끄러운 욕인지 설명해 주었다. 아이들은 재미있어하는 거 같았다. 그밖에 ㅆㅂ,ㅇㅂ,ㅁㅊㄴ.... 나는 예전 청소년 세미나에서 들었던 욕의 뜻을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고 욕이 더럽고 악한 저주하는 말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언어가 우라가 살아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여러 가지 비유로 아이들과 이야기를 하며 저녁시간이 평소보다 길어졌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 치우고 거실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자려고 하는데 조금 늦게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왔다. 남편은 씻고 나오니 아이들이 남편옆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대뜸 딸아이가 남편에게 "아빠~아빠~ 엄마는 욕박사야!!" 그 소리에 나는 웃음이 터졌다. 바로 아들 녀석이 말한다" 아빠 엄마가 오늘 욕을 엄청 많이 했어"

남편이 놀라서 나를 바라본다. 아마도 아들이 동생 이야기에 아빠를 놀라게 할 생각으로 분위기를 몰아가려는 것 같다. 그래서 나도 거들었다 "엄마도 욕 할 수 있어! 그뿐이야 엄마는 욕박사야"

아이들과 나는 그리곤 한바탕 웃었다. 아이들이 양치를 하고 잠자리에 들고나서 남편과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남편은 정말 재미있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 거 같다며 함께 하지 못 해 아쉬운 듯했다.

사춘기가 오는 아들과 언제까지 식사를 하며 대화를 할지...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아들...

그래서일까? 오늘 저녁시간 대화가 참 감사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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