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귀국

by gir

우리는 심장이 쪼여드는 불안 속에 서 있었다.
다리의 힘까지 풀려버린 그 순간, 누군가 나의 어깨를 잡았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괜찮아...?"

"여보...."


남편이었다. 창백해진 내가 휘청거리자 남편이 나를 붙잡은 것이었다.


"지긋지긋해...."


남편과 나는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했다.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게이트 앞으로 걸어갔다.


"배 고프지 않아?"

"아니."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억울했다. 그동안의 나의 노력. 내가 버텨 온 시간들.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린 것 같았다.
남편 때문이었다.


늘 사람 좋다는 말을 듣던 남편. 잘 속는 남편.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한없이 무너지는 남편이었다.

급여를 받지 못해도 "미안하다"는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그저 돌아섰다.


"정말 지긋지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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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하기 그림 그리기를 좋아 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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