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r May 28. 2024

호찌민 길가의 이름 모를 꽃

너 이름이 뭐니?

난 아이들과 호찌민 풍미흥 이란 지역에서 스카이가든아파트에 살았다.

이름처럼 곳곳에 예쁜 정원이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에 와서 자주 단지 안을 산책 하거나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있곤 했다.

예쁜 화단 옆으로 걷기 좋은 길과 상점이 있어서 단지 밖을 나갈 일이 거의 없기도 했다.

편의 시설이 모두 갖춘 작은 마을 같기도 하다.


일 년쯤 되었을까? 나의 사교성 없는 성격에 여전히 아는 사람은  교회에서 보는 몇몇 한국 분들이 전부였고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늦은 오후가 되어 아이들을 재워 놓고 답답함에 단지를 걷는데 화단에 꼬마아이 머리통 만한 꽃이 눈길을 끌었다. 삐죽삐죽 꽃잎은 마치 미친년 엉클어진 머리카락 같은 태어나 처음 보는 꽃이었다.

줄기는 어린아이 팔뚝만 하고… 그럼에도 당당히 쳐든

꽃잎이 마치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난 잠시 화단 앞 벤치에  앉아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그 이름 모를 꽃이 되어 본다.


그 이후도 난 가끔 아무도 이쁘다 말하지 않지만 당당히 고개를 쳐든 그 이름 모를 꽃이 되어 벤치에 앉아 있곤 했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