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 1~2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은 원작 소설 「빨간 머리 앤」의 주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적 시각과 섬세한 감정선을 추가하여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원작에서 앤은 마릴라의 브로치를 잃어버린 사건으로 초록지붕집에서 쫓겨날 뻔하고, 이 갈등이 해결되면서 이야기는 급히 화해로 나아간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한 오해와 해소의 틀에서 벗어나 좀 더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처음부터 따뜻한 마음으로 앤을 지지했던 매슈와 달리 마릴라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앤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던 만큼 앤이 무언가를 훔쳐 가지 않을까 의심하는 말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마릴라가 아끼던 브로치가 사라지면서 갈등이 깊어지고 앤은 결국 고아원으로 돌아가야 했다. 오해가 풀린 후 앤을 데려왔던 원작과 달리 드라마는 자신을 찾으러 온 매슈에게 앤이 '마음이 들지 않으면 다시 버릴 것이냐' 외침으로써 가족이란 한쪽의 선택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매슈가 앤을 '딸'이라고 부르는 장면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딸"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그가 앤에게 진심으로 사랑과 믿음을 보내며, 그녀를 받아들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다. 이 표현은 앤의 상처를 위로하는 동시에 사랑받는 존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전환점이 된다.
앤과 매슈를 기다리며 고통스러워했으면서도 무사히 돌아온 두 사람에게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마릴라는 그녀가 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득시킨다. 앤이 초록지붕집의 가족이 되는 것은 단순히 한 아이를 입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은 서로를 이해하고 믿는 과정을 통해 완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앤 또한 마릴라와 매슈를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이는 어느 한쪽의 변화가 아닌 서로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변화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이 드라마는 원작의 따뜻함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되었다. 마릴라와 매슈가 앤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은 어쩌면 이야기 전개상 당연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이 세심하게 다뤄지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보게 한다.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은 ‘앤’이라는 한 고아 소녀를 통해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서로를 믿는다는 것"이 가족의 시작임을 알려준다. 진정한 가족은 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함께 겪는 시간과 서로의 변화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메시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