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어떤 어른
김소영 작가의 글은 독자의 마음속에 ‘존중’과 ‘따뜻함’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며 어린이를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배웠다면, 그의 신작 〈어떤 어른〉은 어른으로서 내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두 책 모두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울림과 따뜻함을 전하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풋살화를 처음 신은 한 아이의 에피소드가 기억에 남는다. 전날 풋살화 끈을 묶는 연습을 하고 왔지만, 막상 오늘은 잘 못할 수도 있다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어른이 되면 일이 쉬워지기도 한다”라고 얘기한다. 그러자 아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아이의 대답은 어른인 내가 성급하게 정답을 알려주려 했던 순간을 돌아보게 했다. 어린이는 시간이 걸릴 뿐, 그들만의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어떤 어른〉은 어린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나은 어른이 되려는 저자의 진심이 담긴 책이다. 저자가 동네 아이들에게 “어린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내가 진정으로 그들을 존중하고 있었을까, 단순히 친절한 어른의 모습을 보이려 했던 건 아닌지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 후 수업을 앞두고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짚어 보았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올 때 인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그냥 지나가는 아이도 있었다. 그럴 때는 아이를 불러 눈을 맞추어야지. 어떤 아이는 말을 느리게 하니까 내가 중간에 끼어들거나 끊어버리는 때가 있다. 별일이 없으면 끝까지 듣고 대답해 주어야지. (이게 쉽지 않다. 평소 습관이 무섭다) 같은 다짐들을 머릿속으로 그렸지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그 계획은 흐트러지고 말았다.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학생들을 찾느라 눈인사는 꿈도 꿀 수 없었다. 떠드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려 친절하게 말하려 했지만, 눈 화살이 먼저 나갔다. 돌발 상황으로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달래기도 했고, 학생이 용기를 내서 발표했는데 다른 학생이 목소리가 이상하다고 말하는 바람에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또 한 학생은 잠시도 자리에 못 앉아 있고 교실을 돌아다녀서 앉으라는 말을 10번도 넘게 해야 했다. 이 모든 일이 한 시간 안에 일어났다.
책 속에 담긴 보석 같은 지혜는 아직 내 것이 되지 못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과정에서 반성하고 배우며 조금씩 더 나은 어른이 되어 가고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 본다. 어쨌든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