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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녀들 후기

생각보다 좋았다

by 별총총하늘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로 문화시설의 할인 또는 무료 관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월은 설 연휴 중간에 수요일이 있어서 금요일로 문화의 날이 변경되었다. 나는 문화의 날에 주로 영화를 본다. 2024년 12월에는 ‘하얼빈’을 관람했고, 이번에는 ‘검은 수녀들’을 예매했다. ‘검은 사제들’의 후속 작품이기도 한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 전여빈이 주연을 맡았다.


극장에 가기 전에 영화를 검색해 봤는데 평점이 매우 좋지 않았다. 네이버 관람평에 '검은 수면제'라는 후기가 '좋아요'를 수천 개 받을 정도였다. 악평이 많아서 영화를 잘못 고른 건가? 잠깐 후회도 했지만,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후에는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거나 졸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구마 의식 장면에선 몰입하면서 봤다.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는 수수께끼 같은 불가사의한 이야기를 여전히 좋아한다. 그래서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수녀 ‘유니아’(송혜교)는 소년 ‘희준’(문우진)에게 12형상 중 하나의 악령이 깃들었다고 확신하지만, 구마(악령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의식) 사제가 오기 전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다. 서품(신부, 부제, 주교 등으로 임명하는 의식)을 받지 않은 수녀는 구마를 할 수 없다는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 유니아는 오직 소년을 살리기 위해 움직인다. 그러나 ‘희준’을 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바오로’ 신부(이진욱)와 갈등이 생긴다. 우연히 ‘미카엘라’ 수녀(전여빈)의 비밀을 알게 된 ‘유니아’는 그녀를 설득해 함께 ‘희준’을 병원에서 빼내기로 한다. 처음엔 반발하던 ‘미카엘라’도 결국 동참하고, 두 수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구마 의식을 강행한다. 이제, 원칙은 단 하나—무조건 살린다.



내용 면에서는 검은 사제들과 비슷하다고 여겼다. 다만, 검은 사제들에서는 악마를 소환하여 담을 재물이 필요했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그것이 등장하지 않아 궁금했다. 그리고 ‘귀태’라는 생소한 단어를 영화에서 알게 됐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면서도 무속이나 민간신앙은 신비로운 힘 때문인지 은근한 두려움과 불안을 유발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검은 사제들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점도 있었다. 영화는 구마 의식이라는 종교적 요소를 다루고 있지만, 종교적, 도덕적 갈등을 통해 성직자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유니아 수녀의 능력을 여자라는 이유로 폄하하고 자격 운운하는 모습은 남성 중심의 사고가 종교계에도 만연해 있음을 드러낸다. 그러나 기억하라. 예수를 잉태한 것은 여성이었다는걸. 세상의 모든 남성을 낳은 사람도 여성이다. 여성도 성직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자격이 있으며, 종교가 남성 중심으로만 정의되지 않아야 한다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를 보는 중에도, 끝난 뒤에도 의문이 있었다. 수녀들은 구마 의식을 행하는 중에도 끊임없이 하느님께 기도를 올리며 도움을 요청한다. 하느님의 힘이 강하다면 왜 악마를 직접 세상에서 몰아내지 않는 걸까? 12형상이라는 강력한 악마를 등장시킨 것은 인간을 괴롭히기 위함일까? 아니면 인간이 스스로 구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까? 종교를 불신하지도, 완전히 믿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사람으로서 들었던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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