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Tune & Tea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장소: 파미에소

by 줄기

*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장소: 파미에소


카페 ‘파미에소’로서의 방문은 처음이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첫 방문은 아니었다. 바로 전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음악회 <음악의 조각들>이 열렸던 ‘드바로크’가 2022년 8월에는 카페 드바로크였던 것처럼, <Tune & Tea>가 음악회가 열리는 ‘파미에소’는 2022년 9월에는 ‘푸얼솜’이었기 때문에……

2022년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공연을 가졌던 두 곳, 아니 앞으로 소개할 공연장 반달서림까지 세 곳은 그 사이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전을 해서 또 공연을 하고, 그래서 관객인 나는 이전하기 전과 후 두 장소를 공연장으로서 비교해 보는 재미 하나를 얻었다.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세 문화공간 모두, 새로 옮긴 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꽃피우며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했다.

2022년 9월의 푸얼솜

보이차 전문점 ‘푸얼솜’은 ‘파미에소’로 확장 이전하면서, 1층은 베이커리 카페로 운영하고 2층은 이전 ‘푸얼솜’의 분위기를 간직한 보이찻집으로 차문화 수업이나 캘리그래피 수업을 하는 등의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1층 베이커리 카페의 영향과 넓은 주차장으로 ‘푸얼솜’에 비해 거리적•심리적 접근성이 한층 좋아졌으니 사람들이 많이 찾아 오래도록 곁에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Tune & Tea> @파미에소 프로그램, 공연 전 무대 모습과 편안한 관객 의자

이윽고,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연주하는 음악회가 시작되자, ‘파미에소’는 공연장으로서도 훌륭한 면모를 가지고 있음이 증명되었다. 편안하고 우아한 관객 의자에 앉아, 넓은 공간과 높은 층고가 아름답고 풍부하게 울려주는 악기 소리를 들으며, 무대 뒤 여유로운 달항아리와 다기, 그리고 곳곳에 있는 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니, 클래식을 듣는 중국 신선이 따로 없다.

<Tune & Tea> 음악회는 제목이 말하듯
음악으로 마음을 조율하고
차 한 잔을 나누는 음악회.

매번 혼자 신청하고 참여했던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에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참석했다. 지난번 <음악의 조각들>은 다소 작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참여했다면, 이번 <Tune & Tea> 음악회는 넓은 공간에 비해 참여한 인원이 적어 안타까웠는데, 알고 보니 나를 포함한 참여자들이 ‘파미에소’로서의 방문이 처음이라 공간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아 주변에 적극 홍보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공간 크기를 고려하지 않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참여하겠다는 충성스러운 관객들. 여하튼 아르케컬처 연주자들이 열심히 노력해 올리는 이 날의 이 좋은 공연을 이 적은 사람만 본다는 것이 어쩐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당백의 마음으로 1열에 앉아 감상하였다. 1열은 부담스럽다는 남편을 옆에 앉히고……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아르케컬처 손다영 대표님은 이번 음악회 음악을 로마시인 루크레티우스의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와 관련된 음악들로 구성했다고 소개해주었다. 나로서는 생소한 책이라,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종교의 권위에 눌려있던 시대에 쓴, 세속적이고 현대적인 우주관을 강조한 책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 책으로 하여금 그 시대에 만연했던 신 중심의 문화에서 벗어나 감각에 충실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진 듯했다. 아마도 대표님도 그런 측면에서 이 책과 관련된 음악들로 구성했다고 한 듯 하니, 훗날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를 읽어 본 다음, 이 부족한 글도 필요한 부분 다시 수정을 할 생각이다.


지금부터는 연주곡과 그에 따른 아르케컬처 대표님의 설명, 그리고 나의 느낌이다.

첫 번째 곡으로 아르케컬처는 바이올린 두 대로 로베르트 슈만의 <Carnival>을 연주하였는데, 슈만 내면의 두 자아를 두 대의 바이올린 두 대로 표현했다고 하였다. 설명을 들어서 그런가 정말 한 사람의 마음속 갈등과 좌절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두 번째 곡은 모짜르트의 <터키 행진곡>으로, 오스만 제국의 군악대 음악 스타일을 모방하여 클래식에 접목한 곡이라고 하면서, 세상의 다양성과 차이가 질서 속에서 작동하는 것이 사물의 본질이라는 설명과 적합한 듯했다.

세 번째 곡은 헨리 퍼셀의 <Rondeau>. 헨리 퍼셀은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악보 필사 담당자를 거쳐 지휘자가 된 인물이다. 이 곡은 반복되는 연주로 조화를 표현하고 있는데, 언어로는 모두 전할 수 없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음악의 본질이라 이 곡을 선곡하였다고 하였다.

네 번째 곡으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에 자극을 받아 드보르작이 작곡하였다고 알려진 <Slavonic Dance (슬라브 무곡)>을 연주한 후, 다섯 번째 곡 벤야민 고다르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연주곡 Op.18: V. Midnight>를 연주했다. 이 곡은 두 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아르케컬처 대표님은 이 곡을 포함하여 올해 무지카클래시카 시리즈 공연에서 <6 Duo for Two Violins>를 모두 연주할 예정이라고 밝혀, 무지카클래시카 카드 수집과 함께 올해 무지카클래시카를 모두 참여할 이유를 또 하나 마련해 주었다.

여섯 번째 곡은 오펜바흐의 <Can-Can>. 캉캉춤의 음악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신나는 이 곡을 이렇게 바이올린 연주로 감상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지옥에서 신들이 여는 연회를 표현하는 이 곡은, 인간 삶의 궁극적인 선은 쾌락이며 무질서 속 질서를 말하고 있다고 해, 설명을 듣고 나니 마냥 신나게 들리지만은 않았다.

일곱 번째 곡은 피아졸라의 <Oblivion>이었는데, 이 곡을 들을 때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파묻힌 거인』 의 장면들, 이를테면 노부부가 짙은 망각의 안개를 뚫고 아들을 찾아 떠나는 모습이라던지, 마지막에 아내가 먼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장면들이 떠오른다. 자아가 기억의 연속으로 형성되는 것이라면, 망각은 죽음을 견디게 하는 존재로 자비로운 질서를 말한다는 해석. 기억함으로써 괴로움을 겪는다면 차라리 망각하는 것이 당장의 개인 정신 건강에는 좋겠지…..

하지만, 전체가 동시에 겪은 죽음은 아무리 괴로워도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몇몇은 잊는다 하더라도 대다수는, 최소한 많은 사람은 함께 되뇌며 기억을 하고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잊는 즉시 다시 뿌리는 같지만 형태는 달라진 새로운 괴로움이 가해질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보고 들었기에, 오히려 망각하지 않도록 괴로움으로 기억을 아로새겨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발디의 화려한 곡으로 마지막을 연주한 후 앵콜곡으로는 패닉의 <달팽이>를 연주함으로써 음악회는 끝이 났다.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Tune & Tea> 음악회 @파미에소

보통의 무지카클래시카는 이즈음 연주회의 여운을 느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후 인사를 하고 귀가를 했지만, 이번엔 Tea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파미에소’ 안쪽의 독립된 공간에 마련된 장소에서 올봄 하동에서 채취한 녹차잎을 우린 녹차로 Tea Time을 가졌다. 녹차잎의 담백한 연초록 기운을 느끼며 오랜만에 나누는 연주자와의 대화, 그리고 지난번 <음악의 조각들>에서도 만나 내적 친밀도가 생긴 관객분들과의 대화가 좋았다.

파미에소 내부

같은 공간에서 음악을 듣고 감상을 나누는 경험, 특히 다른 분야의 업을 가진 연주자와 함께 하는 경험은, 단순히 지식의 습득뿐이 아닌, 새로운 자극이 되어 무뎠던 감각을 키워주고 타인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게 해주는 즐거움을 준다. 또 매번 혼자 갔던 음악회에 남편도 함께 하니 남편과의 감정 공감대도 확대되어 이후 대화의 폭이 조금 더 다양해졌다는 부가적인 장점도 생겨나, 이러한 즐거움과 장점을 누리려 이러한 자리가 만들어지면 가능한 한 참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돌아왔다.

틴케이스와 나의 무지카클래시카 두번째 카드
무지카클래시카 카드 컬렉션은 앞으로 쭉 계속 될 예정
<Tune & Tea> 포스터와 아르케컬처 유튜브 재생목록 중 「튠앤티」 음악회

*참고자료

1. 아르케컬처의 무지카클래시카 @파미에소 <튠앤티> 안내글 (https://blog.naver.com/archeculture/223849318815)

2.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루크레티우스/강대진, 아카넷, 2012

3. 경향신문: 명저 새로 읽기>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관하여» (https://www.khan.co.kr/article/201206152031565)

4. 『파묻힌 거인』 가즈오 이시구로/하윤숙, 시공사, 2015

5. 아르케컬처 유튜브 채널 재생 목록 중 「튠앤티」 음악회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8UUJ1D1syiT0GZSMvkKx_-9uQGxFXy7v&si=cvuEix8Gm1I3dAw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