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어떤 반딧불
* 2025년 11월 8일 (토)
아파트 단지 내 숲길을 걸어가고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찾은 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머리 위 나뭇가지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직박구리 한 마리. 나무에 잎들이 떨어진 계절이 되면, 가지에 앉은 새를 관찰하기에 용이하다는 탐조책방 인스타그램의 어느 글처럼, 쉽게 새를 찾을 수 있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미뤄둔 탐조책방 방문 생각이 간절해졌다. 새소리를 들을 수 있는 카드도 있다고 하여, 아파트 새지도와 함께 새소리 카드를 구해, 올 겨울 만나는 새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새소리를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어느덧 서점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후 3개월이 지난 2026년 2월 현재까지도 아직 탐조책방 방문을 못하고 있다.)
항상 그렇듯 복도와 접한 출입문으로 서점에 들어간 후, 호수공원 쪽 유리출입문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뭔가 아름답지 않은 풍경. 서점 앞에 놓인 테이블 위와 주변에 있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다. 테이블은 용인시에서 관리하는 테이블로 아래층 광장에 여러 세트가 있고 한 개 테이블만 위층인 우리 서점 앞에 있는 것인데, 지난번에도 이런 식으로 남겨진 쓰레기를 치운 적이 있지만 이번엔 정도가 심했다. 금연 구역이라고 버젓이 안내되어 있건만 꽁초와 담뱃갑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소주병에 심지어 제대로 마무리를 하지 않은 배달음식 쓰레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주말이라 관리실 연락이 잘 되지 않기도 하고, 서점 바로 앞이라 미관상 좋지 않아 일단 정리를 하고 쓰레기를 치웠다. 마침 서점에 들른 금요 서점원 야옹이, 해외에 있는 대표님과 논의를 하여 서점 앞에 홀로 있는 테이블의 위치를 다른 테이블 위치 쪽으로 옮겨 시의 적극적인 관리를 받도록 하자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사실 볕 좋고 살랑바람이 따뜻한 봄이나 가을 테이블에서 간식을 먹기도 하는 장소이기도 하고, 공원을 산책하다 잠시 앉아 쉬시는 분들도 계셨던 지라, 공중도덕을 해치는 몇몇 사람들 때문에 테이블을 치우게 되어, 우리를 포함하여 정상적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본 셈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시민의 품격이란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으로, 소수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품격이 땅에 떨어지고야 마는 것. 그래도 예전보다는 확실히 향상된 시민의식을 느끼고 있기에, 가끔은 하는 실수나 후퇴에 좌절하지 않고 점차 나아져 품격 있는 시민들이 되길 바라본다.
잔나비 2집을 들으며, 진은영 시인의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를 읽으며 서점을 지키던 중, 한 손님이 오셔서 책을 찬찬히 고르시고 결재를 요청하셨다. 마침 독서포인트 전환 지역화폐카드로 결제를 하셔서, ‘지난번 전화로 지역화폐로 전환한 독서포인트 결제가 가능한지 문의전화를 하신 분이 아니실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쌓인 독서포인트가 상당한 것이 독서 내공 또한 보통이 아니신 것 같은데 결재를 하시자마자 바람처럼 나가셨다. 토요일에만 책방에 오실 수 있다고 언뜻 이야기하셨던 손님, 모쪼록 또 와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배송 온 책 가운데 그림책 『나는 반딧불』이 눈에 띄었다. 몇 달 전 우쿨렐레 수업에서 배워 알게 된 노래와 제목이 같아 책표지를 열고 내용을 보니, 과연 그 노래였다. 자신이 별인 줄 알았던 반딧불이가 부르는 노래. 우주에서 날아온 별이 아닌, 무주에서 태어난 반딧불인 것을 알고는 실망할 법도 한데, 그래도 빛을 낼 수 있는 자신을 긍정하는 반딧불이 참 기특하다 생각한 한편, 빛은 흐려지고, 자존감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혀 가던 나를 위로해 준 가사, 우쿨렐레로 연주할 때면 마치 내가 그 반딧불인 양 울컥하며 따라 불렀던 노래였다.
12년째 무명 인디 밴드였던 '중식이'의 정중식 뮤지션이 만들어 2020년 불렀던 곡이었지만, 역시 힘든 시기를 통과한 가수 황가람이 발견하여 자신의 이야기로 소화한 다음, 2024년 리메이크하여 애틋한 음색에 실어 불러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노래였는데, 따스한 그림과 어우러져 그림책으로 나온 것이다. 그림책으로 접할 아이들의 눈과 마음에는 『나는 반딧불』이 어떻게 보이고 느껴질까 궁금해지면서, 어쩌면 이 책은 아이들보다는 오히려 어른들을 위해 쓰인 그림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전문을 옮겨 본다.
나는 반딧불
정중식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한참 동안 찾았던 내 손톱
하늘로 올라가 초승달 돼 버렸지
주워 담을 수도 없게 너무 멀리 갔죠
누가 저기 걸어놨어 누가 저기 걸어놨어
우주에서 무주로 날아온
밤하늘의 별들이 반딧불이 돼 버렸지
내가 널 만난 것처럼 마치 약속한 것처럼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다시 태어났지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하늘에서 떨어진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개똥벌레란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그런데 사실 내게는 반딧불로 강렬하게 인상을 받은 책이 있다. 바로 동물행동학자인 델리아 오언스가 일흔의 나이로 처음으로 쓴 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인데, 탄탄한 스토리는 물론 시간과 공간의 구성이 흥미로웠고 특히 자연 생태와 관련된 묘사와 시가 아름다워서 인생책으로 꼽아두었다. 그중 소설 전체적으로 큰 의미를 암시하는 시 <반딧불>을 읽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생태학적 지식도 얻게 되어, 문학적 소양과 이과적 소양이 동시에 함양되는 듯한 즐거운 느낌마저 들었다.
반딧불
그를 꼬드겨내는 건
밸런타인의 불빛을 깜박이듯 쉬웠지
하지만 숙녀 반딧불처럼
그 불빛들에는 죽음의 은밀한 부름이 담겨 있네
마지막 터치,
끝이 아니야
마지막 발자국, 덫
아래로, 아래로 추락하네
그눈이 내 눈을 꼭 붙들다
끝내는 다른 세상을 보지
그 눈이 달라지는 걸 봤어
처음에는 질문
다음에는 해답
마침내 끝
그리고 사랑 그 자체가 스쳐지나 그게 무엇이었든 시작하기 전으로 돌아가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중에서
반딧불의 불빛을 『나는 반딧불』에서는 소원을 이뤄주는 작은 별똥별, 혹은 작은 별똥별조차 되지 못할지라도 최소한 빛나는 존재로 보았다면,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반딧불은 약육강식의 자연에서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신호로 이용했다. 거짓된 빛에 무방비 상태로 속아 희생되는 수컷 반딧불의 운명은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답이 너무 뻔한 물음을 생각해 본다. 나는 아니 우리는 어떤 반딧불이 되어야 할까?
어느덧 퇴근 시간. 현관 앞 화분들은 아직은 견딜만한 추위라고 판단해서 조금 더 가을 햇빛과 공기를 즐기게 하고 미스김 라일락을 제외한 두 화분을 이번 달 안에 다시 집으로 데려와 겨울을 나게 할 예정이다.
* 참고자료
1. 『나는 반딧불』 정중식, 책고래, 2025
2. O cotidiano da Bru - 브루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ektha0108/223865884558)
3. 문화일보 - “벌레인줄 알았는데 빛나는 우리”… 청년 보듬는 ‘나는 반딧불’ 날다 (https://www.munhwa.com/article/11482092)
4. 유퀴즈온더블럭 - 40살에 만난 인생곡 <나는 반딧불> (https://youtu.be/1fr0S98xs24?si=owrGW9GW2Yz6r7ue)
5.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 (https://youtu.be/MezvFK_r-MI?si=rxkFOjoge7ivO8bL)
6. 중식이의 '나는 반딧불' (https://youtu.be/Fi44YHwV7eg?si=NtZ7dxmbJKWPKcd6)
7.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김선형, 살림, 2019
8. 예스24 채널예스 [특별 기고] 델리아 오언스 "사랑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전제 조건"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39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