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켜지고 있는 서점
* 2025년 12월 5일 (금)
반달서림 공간을 각자 맡은 요일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운영한 시간이 어느덧 일 년이 넘었다. 그 기간 동안 꾸준히 서점원 활동을 하고 계신 분도 있지만,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서점원 활동을 중단하신 분들도 생겼다. 그에 따라 해당 요일을 지켜줄 서점원을 다시 섭외해야 했는데, 신기하게도 매번 꼭 맞는 새로운 서점원이 나타나 공백 없이 서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신기하다고 했지만 사실, 지역 서점에 애정을 가진 숨은 지역민을 발굴해 낸 대표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하루하루 꾸역꾸역 살고 있는 개인의 삶처럼, 반달서림도 하루하루 꾸역꾸역 지켜지고 있었다.
대표님이 베트남으로 떠난 후 반달서림을 지키고 지켰던 서점지기들을 정리해 보니. 2025년 12월 기준 12명, 그리고 2026년 3월 현재 기준 15명의 적지 않은 인원이었다. 서점원 한 명 한 명의 얼굴을 떠올리니 따뜻한 미소가 지어졌다.
반달서림 서점원들 연말모임으로 브런치를 먹는 날.
금요일 오전 서점원이 여행으로 회식 참석이 어려웠기에 내가 금요 서점원 대타가 되어 오전 서점 문을 연 다음, 식사 후 티타임을 위해 난방을 미리 켜두고, 브런치 모임 시간에 맞추어 옆 건물에 있는 모임 장소로 가기로 했다. 전날 내린 눈이 서점 앞에 쌓여 있을 것 같아, 눈을 치우려 조금 일찍 집을 나서서 서점에 도착했는데, 우려와 달리 서점 앞의 통로와 계단의 눈은 상가관리실에서 치운 듯 깨끗했고, 서점 현관 앞 공간만 작게 눈이 쌓여 있었는데 하얀 눈에 첫 손님의 귀여운 발자국이 남았다. 귀여운 발자국은 사진으로 남기고, 싸리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었다. 서점 내부도 청소를 한 다음 브런치 모임 장소인 카페로 향했다.
베트남에 계셔서 참석하지 못하신 대표님이 미리 메뉴를 확인하고 예약을 해 놓은 터라, 작은 식당에 음식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고, 낯익은 얼굴의 월요 서점원이 홀로 앉아 있었다. 곧이어 참석자 6명이 모두 모였는데, 모인 사람 중 3명이 새해가 되면 서점지기를 중단하는 서점원. 곧 복직을 앞두고 있는 월요 서점원과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서점원이었던 아르케컬처 대표님, 목요일 오전 서점원이 그들이었다. 비록 서점원 활동을 중단하지만, 서점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다른 서점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활동은 지속할 것이라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니 끈끈하게 이어지는 연대에 마음 든든하였다.
화요 서점원과 목요일 오전 서점원과는 첫 만남이었는데, 카톡 업무공간에서 실무 대화를 통해 만나고, 다른 시간에 같은 공간을 지킨다는 공감대로 이미 친숙한 사이처럼 느껴져 반가웠다. 다른 요일의 서점원들은 상반기 서점원 회식과 여타의 모임으로 이미 아는 사이나 다름없어 더욱 반가웠고, 여행과 업무로 불참한 금요일 오전 서점원과 또 다른 토요 서점원, 그리고 해외에 있는 대표님을 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었다.
식사를 하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참 좋았다. 특히, 수요 서점원이 1년 동안 진행하고 있는 논어 강좌인 <반달수요쿵푸클럽>에 대한 관심이 컸는데, 몇몇 서점원도 학생으로 참여하고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2500년 전 공자의 가르침이 현대인의 삶에 적용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면면히 이어지는 공자의 사상을 적절한 시기에 접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덩달아하게 되었다. 또 청소년이 일찍 논어를 접하여 생각하는 힘을 기르면, 진로나 미래를 계획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하였다.
참고로 수요 서점원은 지역도서관에서 2026년 1월부터 3월까지 주 1회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교실: 논어로 배우는 인생 수업>를 진행하고 있는데, 신청 접수 당일 일찌감치 마감되어 앞으로 인기 강좌가 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맛있는 음식과 즐거운 대화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서점으로 자리를 옮겨 티타임을 가진 후 모임을 마쳤다. 모임을 마치고 오후 서점원으로 서점을 지키는 동안 시창작회 가입에 대한 전화 문의를 받았다. 시창작회는 화요일 오전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는 모임과, 목요일 저녁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모임, 두 모임을 정성껏 안내하였는데, 이후 시창작회 모임에 가입을 마쳤다고 하여서 뿌듯했다.
활기차고 젊은 여성의 목소리였는데, 과연 어떤 시를 짓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가능하면 꾸준히 시창작 활동을 이어 가서, 시창작회 시우님들이 쓴 시를 엮은 동인지 <시인은 못돼도>에도 시를 싣고, <시인은 못돼도>에 수록된 시를 직접 시우가 낭독하는 반달서림 연말행사에서도 만나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2025년을 마치며 서점원 활동을 중단하는 서점원들에게는 아쉽고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2026년 들어 새로 합류할 서점원들에게는 기대감을 품고 2025년 하반기 서점원 회식 날의 서점원 활동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