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 아직 추웠던 날

- 기본을 지키는 하루

by 줄기

* 2026년 2월 7일 (토)

정말 너무 추웠던 하루. 추운 날씨 탓인지 거리에도 공원에도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 한가한 분위기였다. 서늘함이 서려있는 겨울 거리를 걸어 서점으로 가는 길, 이웃한 “고울연,차”를 보니 아직 10시 전이건만 벌써 찻집문을 여셨고, 이미 손님이 계셨다(후에 말하시길 티클래스 수업을 신청하신 분이라고......). 마주친 시선, 문 밖에서 '고울연,차' 대표님에게 반가운 눈빛인사를 건네고 서점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책방음악으로는 금요클래식클럽에서 읽고 있는 『재즈의 도시』에 맞춘 마일스 데이비스 앨범을 듣기로 하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첫 곡 So What를 듣는데 트럼펫과 여러 악기들이 연주하는 음이 정말 ”So what?”으로 들려서, 자꾸 “뭐 어쩌라구?” 라며 반항하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였다.

마일스 데이비스의 'Kind of Blue' 앨범
『재즈의 도시』책의 재즈 공연장 정보 및 재즈플레이리스트

『재즈의 도시』는 재즈 초보자로 하여금 ‘재즈의 도시’인 뉴욕에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게 하며 장르별 재즈를 편안한 글로 설명하는 한편, 특색있는 재즈 공연장과 재즈 뮤지션의 음악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아직 뉴욕을 가본 적 없는 나는 술술 읽기는 했지만 특별한 감흥은 없었는데, 뉴욕 공연장을 찾은 경험이 있는 금요클래식클럽 회원분들은 책에서 언급한 장소를 이야기 할 때마다 눈동자를 반짝이며 저자의 제안에 적극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반응을 보고 뉴욕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고 있던 이 책도 구매해서 재즈입문서로 소장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책에 QR코드로 담겨진 재즈 음악을 종종 들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켰다.

추위로부터 지켜 줄 난방3총사 - 난로와 무릎담요, 그리고 손난로

싸늘한 실내 온도는 다른 서점원들이 놓아두신 난로와 무릎 담요, 그리고 집에서 가져온 손난로로 한결 따뜻해졌다. 김중혁 작가님의 『미묘한 메모의 묘미』를 메모하면서 (메모라고 쓰고 낙서라고 읽는다) 읽는데, 나름 메모생활자라 관심을 가지고 정독하던 중 메모 관련 여러 앱을 소개하면서 나오는 아이폰의 기본 메모앱 파트에서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문구를 접했다.
이 문구는 전날 『재즈의 도시』를 읽을 때, 재즈 음악에 여러 장르가 있지만 돌고 돌아 결국 재즈는 “스윙”임을 강조하며 ”튜닝의 끝은 순정“이라는 표현을 보았던 터라, 이 글귀가 오늘 하루 나의 운명적 문구인가 싶었다. 기본을 지키며 충실한 하루를 보내라는 계시.


『미묘한 메모의 묘미』의 "튜닝의 끝은 순정"
『재즈의 도시』의 "튜닝의 끝은 순정"


비슷한 운명적 계시를 같은 주 월요일 이헤마음챙김 황윤정 대표가 진행하는 “반달서림 서점원 마음챙기기 - 타로리딩” 모임에서 보았다. 황윤정 대표는 반달서림에서 월요일 오전마다 “반달월요심리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모임은 심리학 에세이와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 그 모임의 하루를 반달서림 대표님의 배려로 반달서림 서점원에게 내어 준 것이다.

맞춤형 복리후생 같은 그 모임에서 월요 서점원이 같은 카드를 연속해서 무려 세 번을 뽑았는데, 마침 타로카드의 그림이 월요 서점원이 근래 하고 있다는 고민을 정확히 표현한 그림이어서 모두 신기하게 보았던 것이다. 인생의 길을 걷다가 만나는 고민과 장애물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뜻일까? 타로 분야의 문외한에 가까운 애송이로 느낌을 말하면, 타로 카드는 고민에 대한 직접적인 답을 준다기 보다는, 그 답을 스스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용기와 희망을 북돋아 주는 도구인 것 같았다.


이헤마음챙김 황윤정 대표가 진행하는 반달서림의 월요일 프로그램 "반달월요심리클럽"
이헤마음챙김 황윤정 대표님과 함께 하는 반달서림 서점원 마음챙기기

오전에는 금요일 오전 서점지기 야옹이가 깜짝 방문하였다. 야옹이는 그동안 서점지기들 모임 행사가 있을 때마다 매번, 예정된 일이 있거나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겨 참석을 못했던 터라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이었다. 나이를 먹지 않는 듯 항상 생기 발랄한 야옹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표님이 귀환이 올해로 그 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기하고는 서로 기뻐하였다. 대표님이 돌아오는 계절 역시 돌아오는 겨울일 테지만, 그 겨울은 따뜻할 것만 같다.


추운 날씨는 오후가 되어도 좀처럼 풀리지 않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과 서점을 찾는 이는 결국 많지 않은 하루가 되었다. 기본을 지키고 충실한 하루를 보냈어야 했는데 그러지는 못한 것 같아, 퇴근길에 도서관을 들르기로 하고 출근길과 반대로 방향을 잡고 서점을 나섰다. 퇴근길의 공기는 왠지 출근길의 공기보다 더 차갑게 느껴졌다.

*참고자료

1. 『재즈의 도시』 김소리, 파이퍼프레스, 2024

2. 『미묘한 메모의 묘미』 김중혁, 유유, 2025

3. 이헤마음챙김 블로그 (https://blog.naver.com/fancy99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