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한 면을 채색하며
* 2026년 3월 28일 (토)
세상에 색을 입히는 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하얀 목련과 연분홍 진달래는 벌써 피었고, 노란색을 담당한 생강나무와 개나리는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나의 베란다 화초들도 봄이 에너지를 맘껏 발산하고 있는데, 삽목으로 개체수를 늘려 키운 화분을 사람들과 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왕이면 월간 서점원으로 일할 때, 서점 밖에 나눔 화분을 두고 안내를 하면 좋을 듯하여, 한 주 전부터 나눔용 화분을 정리하였고, 바구니에 화분들을 담아 새소리를 들으며 아침햇살이 살살 내려앉은 봄길을 걸어 서점에 도착한 후, 나눔 화분을 정리하고 안내문을 써서 붙였다.
CD플레이어에 있는 «Blue Note Plays The Beatles»를 들으며, 재즈로 편곡되어 연주되는 비틀스 음악을 즐기고 있는 중 택배가 한 상자 배달되어 왔다. 개봉한 상자 안에 음악 CD 세 장이 들어있어서 반달서림 대표에게 알리니, 한국에 들어올 때 가져가려고 주문한 것인데 미리 듣고 있어도 된다면서, 그중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앨범을 추천해 주어, 비틀스 음악이 끝난 후 피아노 연주자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앨범을 들었다. 처음 듣는 바흐의 토카타 7 곡 피아노연주가 너무 아름다웠다. 원래 하프시코드로 연주된 곡인 것 같아, 하프시코드로 연주된 곡으로도, 또 다른 피아노 연주자가 연주한 곡으로도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서가를 둘러보시던 손님이 카운터에 오셔서 계산을 위해 책을 올려놓으시는데, 책 제목이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와 그림책 한 권이었다.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는 반달클래식클럽에서 읽으며 회원들이 모두 좋아했던 책이라 손님께 그 이야기를 전하니, 손님은 언젠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라두 루푸 연주를 감명 깊게 들었다고 하시면서, 라두 루푸라는 피아니스트를 너무 늦게 알아 그의 연주를 실황으로 듣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 나오는 곡도 너무 좋다고 덧붙이셔서, 나도 방금 처음 들어보는 주제에 역시 진가를 알아주는 손님이라고 반가워하며 지금 막 포장을 뜯어 처음 플레이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피아노곡을 좋아하시는 만큼 앨범을 유심히 보시고 잠시 CD 플레이어 쪽으로 자리를 옮기셔서 음악을 감상하시는 모습이 월간 서점원인 내 마음속 사진 한 컷이 되었다.
구입하신 그림책과 함께, 한국그림책출판협회의 2026년 상반기 목록 『그림책 책 Vol. 10』을 드렸는데, 『그림책 책 Vol. 10』의 뒤표지가 다시 첫 표지가 되면서 몇몇 그림책의 한 장면을 필사하고 그림을 색칠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림책 목록만 실은 것보다 독자가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 독자로 하여금 그림책에 한발 더 가깝게 다가가고 한층 더 깊게 즐길 수 있게 만들어 줄 것 같았다.
마침 하루 전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가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하였다는 낭보가 전해졌고, 대표님은 서점에 있는 『작별하지 않는다』 책에 수상 축하 메시지를 함께 써두는 것이 좋겠다는 제안을 하셔서, 책갈피 뒤편에 긴장은 하였으나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조심스럽게 글귀를 적은 후 서가에 비치하였다.
이런저런 일을 하고, 잠깐 들르신 고울연,차 대표님에게 나눔 화분을 드리려고 서점 밖을 나왔는데, 놀랍게도 나눔 화분은 거의 다 주인을 찾아가고 벌레잡이 제비꽃 1개와 다육 1개만 남아있었다.
솔직히 나눔이 되지 않고 남겨진 화분은 다시 가져갈 생각을 하였기에 이렇게 빠르게 이루어진 나눔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후 오후 1시에 다시 보니 남겨진 두 개의 화분도 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모쪼록 주인을 찾은 화분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다.
틈틈이 독서모임에서 토론할 『창백한 지구의 시』를 읽으며 3월의 서점원 업무를 마치고, 피아노를 사랑하는 손님과 완판 된 나눔 화분으로 따뜻해진 마음을 안은 채 퇴근하였다.
*참고자료
1. 『라두 루푸는 말이 없다』 이타가키 지카고/김재원, 봄날의책, 2025
2.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문학동네, 2021
3. 한겨레-문화/책과 생각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1251391.html)
4. 《Blue Note Plays The Beatles》, 유니버설뮤직코리아, 2004
5. Francesco Tristano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Bach: The 7 Toccatas》, Naïve, a Label of Believe Group,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