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여보~어지럽혀 주시겠어요?

by 촌에서 온 반포댁

내 친구들의 대다수는 남편이 손이 많이 가서 자기가 꼭 챙겨 줘야 한다고 한다. 집에 있는 물건도 잘 못 찾아서 아내들이 대신 찾아 줘야 되며, 심한 경우에는 서랍 안에 들어 있는 양말조차도 못 찾아서 아내를 부른다고 했다.

남편이 자기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는 그네들의 말이 남편에게는 자기가 필수불가결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들렸다.

우리 집을 떠 올려보니 남편은 내가 없어도 딱히 불편해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부터 칼각으로 정돈을 해 오던 남편이라 주변이 늘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을뿐더러 출근으로 바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샤워 후 빨랫감을 세탁실로 가져다 놓는 걸 잊은 적이 없었다. 퇴근 후에도 알아서 정리를 했고 머리를 말린 후에는 늦었다면서도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뒷정리까지 하고 나간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늦었다면서 그냥 두고 가면 될 것을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어떨 땐 답답한 마음도 들었다.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된다는 신념이라도 있어서 그런가?



친구들의 말을 떠올리니 나는 남편에게 해 줄게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남편을 억지로라도 도와주고 싶어진 나는 출근할 때는 바쁠테니 샤워 후 빨랫감은 욕실 앞에 여기저기 어질러 둬도 된다고 말해 주었다. 남편은 알았다고 했으나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자동 반사적으로 세탁실 빨래 바구니에 빨래를 담았고, 내가 치울 테니 편하게 그냥 둬도 된다고 몇 차례 다시 일러 주었다.

다음 날이었다. 바닥에는 누가 봐도 일부러 설정한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 포착됐다. 빨래를 한데 모아 놔도 될 텐데 굳이, 누가 봐도 작위적으로 양말은 여기, 런닝은 이쪽에, 잠옷은 저기. 딱 봐도 위치를 잡아 골고루 배치해 둔 형세다. 그 모양이 하도 우스워 남편에게 일부러 이렇게 둔 거냐니까 맞댄다. 한 참을 웃은 후 남편에게 말했다. 출근할 때 바쁠 테니 편하게 그냥 두라고 했다. 어차피 난 집에서 노니까 할 일이라도 있어야 되지 않겠느냐며. 그 후 남편은 빨래를 바닥에 두기는 하지만 오랜 습관이라 그런지 어쩌다 가끔은 세탁실 바구니에 갖다 놓고 출근을 한다. 이래서 습관이 무서운 거다. 좋은 습관인데 귀찮게 왜 그러냐 싶겠지만 내가 없으면 안 될 것 같은 길 들임을 하고 싶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이러다 다시 습관을 원래대로 바꾸고 싶을 날도 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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