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를 가슴에 꼭 안자마자 내가 맨 처음 한 행동은 아이에게 많이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태교 때 읽어 주었던 책을 펼쳐서 들려주었다.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었다.
내가 만약 아이 곁에 함께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하더라도 책 읽는 습관을 아이에게 남겨 줄 수 있다면 책이 아이를 훌륭하게 키워 낼 거란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깨어 있을 때도, 잠들 때에도, 시간이 흘러 옹알이를 할 때에도, 기어 다닐 때에도, 아이와 나는 책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았다. 나는 아이가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아침마다 거실에 책을 펼쳐서 도미노처럼 세워 구불구불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잠에서 깨어난 아기가 거실로 기어 오며 책을 건드리자 도미노처럼 세워 둔 책들이 스러진다. 아이는 이걸 놀이로 인식해서 책을 만지고 탐색하며 입에 가져가기도 했다. 아이가 돌이 되기 전까지 무수히 많이 했던 행동은 책을 가리키며 나에게 읽어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는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가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 뜨리지 않도록 언제든 아이의 요구를 흔쾌히 들어주었다.
설거지를 하기 위해 잔뜩 거품이 묻은 고무장갑을 끼고 있을 때에도 장갑을 바로 벗고 바닥에 앉아 책을 읽어 주었고,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하던 일을 즉시 멈추고 책을 읽어 주었으며, 빨래를 베란다에 널다가도 아이가 원할 때는 언제든 책을 읽어 주었다. 욕실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가 샤워를 하는 동안을 제외 하고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아이가 원할 때는 언제든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 주었다. 그림책을 보면서 책에 쓰인 문장 외에도 아이의 손가락으로 그림을 짚어가며 그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기에 하루에 약 40권의 책을 읽어 주다 보면 목이 쉬어서 잠긴 목소리가 나오는 날도 많았다.
집에 TV가 없는 상태에서 장난감과 책으로 채워진 거실은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할 때마다 단어를 수식하는 부사어를 사용해 풍부한 문장을 만들어 아이에게 계절의 아름다움을 들려주었고, 아이가 바라보는 사물을 구체적으로 표현해 주었다.
아이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아이에게 어른들이 사용하는 단어를 써서 역으로 나에게 질문하게 만들었다. 가령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방지턱을 넘어 천천히 달리고 있을 때 "엄마, 방금 차가 왜 덜컹거렸지?" "응~그건 도로 바닥에 요철이 있어서야.".
"요철? 요철이 뭐야?"
이렇게 하다 보면 아이와 나는 차 안에서도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친절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나는 사람들에게 반갑게 먼저 인사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했다. 아이는 자연스럽게 그런 엄마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아이는 빠르게 말을 습득해 나갔고, 풍부한 어휘력을 가지게 된 아이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많은 단어를 사용해 문장을 만들어 얘기를 해 나갔다.
아이를 처음 보는 어른들은 하나같이 어떻게 저 어린 나이에 저런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까 하며 놀라워했다.
아이는 자라면서도 여전히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책을 읽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갈 때에도 책을 챙겨가는 걸 잊지 않았다. 언제든 손 닿는 곳에는 책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 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았기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굳이 보낼 필요가 없었다. 나는 많은 시간을 아이와 함께 하기 위해서 입학 전에 1년 간만 유치원에 보냈다.
아이가 이 시기에 주로 읽은 책은 바른 인성을 길러 줄 수 있는 일상의 예의범절을 담은 책과 자연 과학 책, 그리고 동화책과 위인전을 반복해서 읽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