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 남편은 냄새둥이

by 촌에서 온 반포댁

남편은 출근할 때는 상당히 깔끔하고 단정하다.
그ㆍ러ㆍ나
출근을 안 하는 날은 아주 냄새둥이가 된다.
머리에도 기름이 쫄쫄 흐르고, 얼굴도 아주 반질 반질하다.


그래서 내 남편의 별명은 냄새둥이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냄새둥이씨라고 부른다
ㅡ냄새둥이씨 밥 먹어요~
ㅡ냄새둥이씨~어쩌구~

기름이 쫄쫄 흐르는 날은 세탁해 놓은 베개를 오염시킨다. 베개 가까이 가면 냄새둥이 향이 확 올라온다.
남편은 자다가 엉겁결에 내 베개로 영역 확장을 시도하며 본인 머리를 내 베개 끄뜨머리에 안착시킨다.
새벽에 내가 먼저 일어나고 나서 나중에 보면 내 베개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 그 후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베개를 침대 헤드에 안전하게 세워둔다.
냄새둥이씨는 더 이상 내 베개를 침략하지 못한다.
ㅡ어? 여보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지 않아?
ㅡ안돼. 냄새둥이 향이 얼마나 진한데.

향은 베개만 베는 게 아니라 냄새둥이씨가 걸치는 모든 옷에서도 난다. 에는 냄새둥이씨가 잠깐만 입어도 잔향이 남는다.

다우니향보다 오래가는 냄새둥이향.

그러고 보면 섬유유연제는 왜 냄새둥이 향처럼 오래 가게 못 만드나 몰라.
지속 시간 길다고 광고해도 세탁하고 나면 금방 날아가던데.

냄새둥이씨는 베개커버를 약 7시간의 수면시간동안 냄새둥이향으로 농축시킨다. 때문에 향이 가장 강하다.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교체를 하곤 한다.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이 베개 커버라서 얼굴을 문대기도 하니까 특히 자주 세탁해 줘야 한다.
남편에게 물었다. 출근 안 할 때 씻지 않는 이유를.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란다.
수자원..수자원 때문이었어?.. 여보.. 괜찮아. 아끼지 마.
냄새둥이는 꿋꿋하게 버틴다.
ㅡ이 옷은 냄새 안 나지 않아?
하면서 내 얼굴에 들이댄다.
ㅡ웩~ .
ㅋㅋㅋ 남편이 웃는다. 나도 웃음이 터진다.
ㅡ여보, 이 옷은 괜찮을 것 같은데? 이거는 어때?
ㅡ으응~~싫어.
몸을 뒤로 빼자,
ㅡ아니야. 이건 진짜 잠깐 입은 거야. 이건 어때?
ㅡ으응~싫어~으응
ㅡ아니 잠깐만 맡아봐. 진짜 이건 안나는 것 같은데. 진짜.건 안 빨아도 될 것 같은데.
ㅡ웩~~웩~~~ 이건 더 진해~~
ㅋㅋㅋㅋ남편이 크게 웃는다. 나도 웃는다.

남편이 냄새둥이씨일 때 샤워를 권할 수는 있지만 강요하고는 싶지 않다. 새벽에 피곤한 몸으로 들어오는 남편이 씻는 걸 나중으로 미룰 땐 그렇게 하게 두었다. 침대로 들어가 그대로 잠드는 남편을 보면 일하느라 힘들었다는 생각에 조용히 방문을 닫는다.

냄새둥이 덕분에 우리 집 세탁기가 바쁘다.

어쩌다 손 빨래하다 보면 세탁기가 너무 고맙고, 어쩌다 무릎 굽혀 바닥을 닦다 보면 청소기가 새삼 고맙고, 단수 됐을 때는 물만 나와도 얼마나 고마운지.


냄새둥이 일지라도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남편이 에 있으니 그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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