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출근할 때는 상당히 깔끔하고 단정하다.
그ㆍ러ㆍ나
출근을 안 하는 날은 아주 냄새둥이가 된다.
머리에도 기름이 쫄쫄 흐르고, 얼굴도 아주 반질 반질하다.
그래서 내 남편의 별명은 냄새둥이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냄새둥이씨라고 부른다
ㅡ냄새둥이씨 밥 먹어요~
ㅡ냄새둥이씨~어쩌구~
기름이 쫄쫄 흐르는 날은 세탁해 놓은 베개를 오염시킨다. 베개 가까이 가면 냄새둥이 향이 확 올라온다.
남편은 자다가 엉겁결에 내 베개로 영역 확장을 시도하며 본인 머리를 내 베개 끄뜨머리에 안착시킨다.
새벽에 내가 먼저 일어나고 나서 나중에 보면 내 베개를 완전히 장악해 버린다. 그 후로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베개를 침대 헤드에 안전하게 세워둔다.
냄새둥이씨는 더 이상 내 베개를 침략하지 못한다.
ㅡ어? 여보 이렇게까지 할 필욘 없지 않아?
ㅡ안돼. 냄새둥이 향이 얼마나 진한데.
향은 베개만 베는 게 아니라 냄새둥이씨가 걸치는 모든 옷에서도 난다. 옷에는 냄새둥이씨가 잠깐만 입어도 잔향이 남는다.
다우니향보다 오래가는 냄새둥이향.
그러고 보면 섬유유연제는 왜 냄새둥이 향처럼 오래 가게 못 만드나 몰라.
지속 시간 길다고 광고해도 세탁하고 나면 금방 날아가던데.
냄새둥이씨는 베개커버를 약 7시간의 수면시간동안 냄새둥이향으로 농축시킨다. 때문에 향이 가장 강하다. 일주일에 두 번에서 세 번 교체를 하곤 한다. 세균이 가장 많은 곳이 베개 커버라서 얼굴을 문대기도 하니까 특히 자주 세탁해 줘야 한다.
남편에게 물었다. 출근 안 할 때 씻지 않는 이유를.
자원을 아끼기 위해서란다.
수자원..수자원 때문이었어?.. 여보.. 괜찮아. 아끼지 마.
냄새둥이는 꿋꿋하게 버틴다.
ㅡ이 옷은 냄새 안 나지 않아?
하면서 내 얼굴에 들이댄다.
ㅡ웩~ .
ㅋㅋㅋ 남편이 웃는다. 나도 웃음이 터진다.
ㅡ여보, 이 옷은 괜찮을 것 같은데? 이거는 어때?
ㅡ으응~~싫어.
몸을 뒤로 빼자,
ㅡ아니야. 이건 진짜 잠깐 입은 거야. 이건 어때?
ㅡ으응~싫어~으응
ㅡ아니 잠깐만 맡아봐. 진짜 이건 안나는 것 같은데. 진짜.이건 안 빨아도 될 것 같은데.
ㅡ웩~~웩~~~ 이건 더 진해~~
ㅋㅋㅋㅋ남편이 크게 웃는다. 나도 웃는다.
남편이 냄새둥이씨일 때 샤워를 권할 수는 있지만 강요하고는 싶지 않다. 새벽에 피곤한 몸으로 들어오는 남편이 씻는 걸 나중으로 미룰 땐 그렇게 하게 두었다. 침대로 들어가 그대로 잠드는 남편을 보면 일하느라 힘들었겠다는 생각에 조용히 방문을 닫는다.
냄새둥이 덕분에 우리 집 세탁기가 바쁘다.
어쩌다 손 빨래하다 보면 세탁기가 너무 고맙고, 어쩌다 무릎 굽혀 바닥을 닦다 보면 청소기가 새삼 고맙고, 단수 됐을 때는 물만 나와도 얼마나 고마운지.
냄새둥이 일지라도 가족을 위해 일을 하는 남편이 곁에 있으니 그게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