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나의 생일날 미역국을 끓이지 않는다.
음력을 사용하는 내 생일은 달력에 표시되어 있지 않다.
내 생일을 아이와 남편이 안 챙긴 지는 벌써 몇 해가 된다.
생일날 하루만 좋으면 뭐 해? 맨날 좋아야지~!
이런 나의 오랜 생각으로 인해 매우 자연스럽게
내 생일은 안 챙기게 되었다.
내가 소소한 감동을 받을 때 그 날들이 모두 내 생일이 된다. 그래서 나는1년 중에 많은 생일 날들을 갖게 되었다.
작은 것에도 기쁨을 감추지 않으면 그게 곧 내 삶이 된다.
퇴근 한 남편 가방에서 나를 주려고 줄 서서 사왔다는 에그타르트를 받으면 흐뭇한 마음에 그날이 내겐 생일처럼 참 좋은 날이 된다.
단풍이 잘 깃든 산책길이 너무나 좋았다면 그날이 또 생일처럼 기분 좋은 날이 된다.
햇살이 참 따뜻했던 어느 오후. 내 생각이 나서 샀다는 아이의 손에 든 꽃 몇송이는 나에게 또 좋은 날을 만들어 주었다.
태어난 생일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다보니 아이와 남편에게는 내 생일을 챙기지 말라고 일러 두었고, 서서히
그 뒤로는 딱 하루여야 했던 내 생일날이 이렇게 많은 날이 되었다.
며칠 전에 생일을 기억하는 친구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서야 오..생일이었구나를 알았다. 음력 생일이라 표시해 두지 않으면 나도 모른다.
카톡에도 생일 알림을 꺼 뒀다. 다른 이들을 성가시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생일.. 그러거나 말거나다. 뭣이 중헌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라는 현자의 말처럼 난 지금이 행복한 게 좋다.
행복을 더는
나중으로,
그리고 기다림으로 미루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들 생일은 반드시 챙긴다.
나는 이렇더라도, 가족은 나와 다르니까.
나만의 생일 챙겨 주는 독특한 법이 있는데,
생일 선물을 미리 앞 당겨서 준다는 데 있다.
우리가 살면서 누구나 꼭 갖고 싶은 게 한 두 개쯤은 있다.
삶과 죽음은 늘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가 언제 생을 마감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당장의 오늘 일도 모르는 게 삶이다.
그러니 갖고 싶은 게 있다면 가져 보고 가야지 않겠는가.
그렇게 갖고 싶다했는데 그거 한번 못해 보고 갔네 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굳이 기다렸다가 가지게 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가족이 갖고 싶은 걸 생일까지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이왕 가질 거면 하루라도 빨리 사서 더 써보는게 남는 거라고 생각했다.
남편이 생일 4개월을 앞두고 몽블랑펜을 갖고 싶다고 했을 때도 바로 사 주었다. 물건을 아끼는 남편의 성품 탓에 그것은 1년 뒤에나 쓰임새 역할을 하게 되었다.
남편 말로는 1년 동안 쓰지 않고 서랍에서 꺼내 보는 시간이 좋았단다. 받는 즉시 사용하는 나와 오랜 시간을 두고 즐기는 남편.
방식은 다른 듯해도 그 물건을 대하는 각자의 태도를 가지고서 다시 올 수 없는 지금을 우리는 잘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매일이 생일처럼 즐거운 날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오래전부터 남편의 어린이날을 챙겨 왔다.
1월에는 맛있는 카스테라가 담긴 상자에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써서 남편 서재에 올려 두었다.
퇴근한 남편이
ㅡ여보, 이게 뭐야~난 싫어. 누가 카스테라 선물 받고 싶댔어~난 이거 말고 다른 거 해 줘. 이거 여보가 먹고 싶어서 사 온 거 같은데?
맞다. 들켰다. ㅋㅋㅋ
아내 : 여보~ 그래도 내 마음이니까 받아 둬~ 여보가 선물 받은 덕분에 내가 카스테라를 다 먹어 보네.
남편 : 아. 여보 난 다른 거 해 줘. 이걸로는 안 돼~
앙탈 부려도 소용 없다. 올해 어린이날 선물은 이걸로 끝이다.
눈이 왕방울만 해지게 너무 달고 맛있는 과일을 사 오는 날에는 이건 또 남편의 내년 어린이날 선물이 되기도 한다.
필요에 의해 남편의 옷을 사 줄 때에도.
ㅡ여보~이거 너무 잘 어울린다. 이걸로 해. 아주 딱이네. 여보, 이거 올해 어린이날 선물! 너~무 좋지?
의도치 않게 만들었는데 눈이 아주 똥그래질 정도로 맛나는 음식을 만든 날에도그냥 지나 칠 수 없다. 이건 남편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오늘 사 온 맛있는 쿠키 상자에도 ♡어린이날 선물♡이라고 써서 남편 서재에 가져다 두었다.
또 앙탈을 부리겠지만 ㅎㅎ
수년째 받아 온 내 남편의 어린이날 선물.
조헌주 작가님의 글처럼
우리는 모두 동심에서 태어나서 동심으로 돌아갈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