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 대학 친구 만나러 간 찹쌀떡~

by 촌에서 온 반포댁

대학 단짝 친구 선화를 만나러 설렘을 안고서 수원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녀를 생각하며 몇 주전부터 챙긴 자그마한 선물들.
ㅡ이것도 써 보니까 너무 좋아. 이것도 챙기고, 어머! 그래 그것도 있었지. 그것도 챙기고.
엄마가 이번에 보내 준 된장도 너무 맛있던데 그것도 유리병에 담을까? 아냐. 지금 쇼핑백만 해도 무거워. 안돼. 안돼.

된장 안 가져오길 얼마나 다행인지. 20여분을 걷는데 쇼핑백 무게에 겨울인데미에 땀이 났다.

잠깐의 정적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의 이야기는 짧은 만남의 시간에 밀도 높은 대화를 다. 즐거운 표정으로 듣는 선화를 보면 이야깃거리가 마구 떠오른다.


아직도 이런 순수함이 있다니! 아이와 같은 그 예쁜 마음이 내 마음에 들어올 때면, 수원 이까이꺼까지 오는 건 전혀 번거롭지 않은 일일뿐더러 한 달에 한 번 여행럼 느껴진다.


헤어짐을 아쉬워 하며 포옹을 한 후 수원역에 도착했다. 어,그런데 8번 플랫폼이...8번이 안 보인다. 눈을 아무리 똥그랗게 뜨고 보아도 승차권에는 8번이라고 쓰여 있다.

여기 저기 휙~휙~ 둘러봐도 7번이 마지막 숫자다. 기차시간은 다가 오고 조바심이 난다. 역무원이 지나간다. 8번 플랫폼을 묻자 모바일 예약을 보여 달랜다.

급한데 그냥 가르쳐 주시지.
ㅡ네. 여기 있어요~


ㅡ음..영등포ㅡ수원을 끊으셨네요.
앗~!! 오마나 이럴 수가.

영등포ㅡ수원으로 2장을 끊었다니~~~


나는 교통과 관련해서 만큼은 종종 이런 빈틈이 많다.

버스, 비행기의 날짜나 시간, 출도착을 잘못 선택할 때가 종종 있다.

남편이 나중에 이 얘기를 듣고는,
ㅡ아, 내가 표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아.. 여보, 내가 표를 봐줬어야 했는데.. 아.. 라며 자기 탄식을 했다.

남편 반응이 이렇게 된 건 수년을 나의 이런 모습을 봐왔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남편이 이런 나를 이해하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이제는 잘 찾아갔다 오면 오~하며 감탄사를 날린다.

서둘러 예매를 했지만 전부 입석. 기차역에서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열차에 올랐다. 객실 통로로도 진입 불가. 문 열리는 계단 앞에 선 채로 서서 갔다. 덜컹거리는 소리에 정차 방송은 잘 안 들렸고 이쯤이면 다왔겠다 싶어서 폴짝 내렸다.

뭐지? 이 싸한 느낌은.. 뭔가 낯선 이 느낌적인 느낌. 영등포역이 이랬었나?갸우뚱 갸우뚱.
앞에 있는 역무원에게 영등포역이 맞냐고 묻자

아뿔싸!

안양이랜다.
큰일 났다..
방향감은 물론이거니와 거리감이 전~혀 없는 나로서는

덜 간 건지, 더 간 건지도 알 수 없었다.

난 안양이 어딘지도 모르는 나부랭이다.


얼굴이 찹쌀떡처럼 하얗게 질린 나는,
ㅡ아저씨, 그러면 영등포역 가려면 저 어떻게 해야 해요?


'뭐야. 별것도 아닌걸 이렇게 간절한 눈빛으로 묻다니'라는 역무원의 표정 보인다.
ㅡ한 정거장만 더 가면 돼요.
ㅡ어머!~감사합니다.

진심 감사한 마음으로 꾸벅 인사를 했다.

너~무 다행이다.

마음이 다시금 발랄해졌다.


호다닥~~~
얼른 내렸던 기차에 곧장 올랐다.
안도감에 찹쌀떡은 인절미가 었다.
한 정거장만 가면 되고,

그리고 너무 다행인 건 바로 탔다는 거다!

안 그랬음 엉뚱한 곳에 내려 어떻게 찾아 갈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했다.


휴 너무 다행이다. 아. 감사해. 지나치지 않았다니.

아 너무 좋아.
길을 종종 못 찾는 나로서는 낯선 곳이 어렵다.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된다는 사실 마음이 들었다.

낯선 곳에 내렸다면 땀을 아주 쫄쫄 흘리며 찹쌀떡이 되어서 또 얼마나 헤맸을지.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안도감에 감사함.
나와의 약속이 없었더라면 그 시간에 편히 쉬었을 친구가 내어준 시간에 대한 고마움.

친구야.

기쁜 일이 있을 때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내가 아니더라도,
마음이 슬플 때는 새벽이라도 내게 연락을 하렴.

네 슬픔이 가라앉을 때까지 들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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