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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플펀치 May 03. 2023

내가 사라져도 내가 존재했음을 증명해 줄 수 있는 사람

소설 <구의 증명>과 '너'의 존재

소설 <구의 증명> 이야기


구의 증명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의 이야기로 어린 시절, 사귀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고 깊은 사이로도 발전하지만 ''의 집안 사정 때문에 서로가 가까이할 수 없게 되고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주인공 '구'와 '담'은 어렸을 때는 가정형편이 어려워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만남을 유지했으나, '구'의 부모님이 빚더미에 앉다가 행방불명되고 그 빚을 떠안게 되자 '구'의 존재는 점차 세상에서 희미해져 가고 '담'은 그런 구를 계속 기억하고 잊히지 않게 노력한다.


 사랑과 '너'의 존재


사랑이란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있게 하고 나를 나로서 만들어주는 사람.


결혼을 하며 한 가지 든 생각이 있다. 나에게도 무슨 말이든 다 털어놓을 수 있는 가족이 생겼구나. 물론 부모님도 계시고 동생도 있지만 나에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결혼이라는 건 내가 선택한 첫 가족이기 때문이다.

이제 내 가족은 너 하나뿐이야
나의 우선순위는 누가 뭐래도 너야

이제는 기쁜 일은 물론 슬픈 일도 화나는 일도 먼저 아내와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화내고 울고 웃게 된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설명하지 않아도 표정만 봐도 누가 아내를 화나게 했는지 알 수 있다.


''''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었기에 '''구'가 사라진 뒤에도 ''를 기억하기 위해 이 세상에서 잊히지 않기 위해 ''를 흡수하는 선택을 한다. 잔혹한 표현이지만 그렇게라도 자신이라도 ''라는 사람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관심 없지 않았는가. 사람으로서 살아내려 할 때에는 물건 취급하지 않았는가. 그의 시간과 목숨에 값을 매기지 않았는가  쉽게 쓰고 버리지 않았는가. 없는 사람 취급 하지 않았는가. 없는 사람 취급받던 사람을, 없는 사람으로 만들 수는 없다.
                                           - 구의 증명 중에서 -

 

남녀의 만남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그 짧은 찰나에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것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니 이제 내가 바라는 것은, 네가 나를 기억하며 오래도록 살아 주기를. 그렇게 오래오래 너를 지켜
볼 수 있기를. 살고 살다 늙어버린 몸을 더는 견디지 못해 결국 너마저 죽는 날, 그렇게 되는 날, 그제야 우리 같이 기대해 보자
                                            - 구의 증명 중에서 -


너와 내가 혼으로든 다른 몸으로든 다시 만나길. 네가 바라고 내가 바라듯, 네가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은 후에, 그때에야 우리같이

 사랑을 떠나보낸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많지만 을 덮고 가슴 먹먹함이 하루종일 간 것은 처음인 것 같다.

분량도 길지 않고 술술 읽히는 편이니 흐리거나 비 오는 날 앉아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세상에 흔적도 없이 살아야 하는 구를 유일하게 증명해 줄 담의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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