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기다렸던 단비가 오고 있다. 몇 주동안 뿌옇게 가렸던 먼지를 깨끗이 씻겨준다. 활짝 폈던 벚꽃들도 비와 함께 어디론가 흘러간다.
멍하니 카페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고 싶은 날이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을 때 비가 오면 사람들은 대개 실망한다. 이삿날에 비가 오거나 결혼식에 비가 오면 잘 살 거라고 위로도 한다.
2년여 전 내 결혼식 날에도 비가 왔던 것 같다. 새벽부터 메이크업받고 예복 입고 차로 이동하느라 전혀 몰랐지만 그날하객들은 비를 뚫고 결혼식에 와줬다고 한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비가 오는 것이 항상 나쁜 기억만은 아니다. 분명 비가 오면 손에 우산하나 더 들어야 하고 신발도 젖지 않게 신경 써야 한다. 몸과 손은 바빠진다. 하지만 특별한 날에 오는 비는 다른 의미가 있다. 그날에 비가 왔었던 것이 추억이 되고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어릴 때 맑았던 소풍날보다 비가 왔던 소풍날이 더기억에 남았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단비처럼 나타나 특별한 기억으로 남고 싶다. 매일 찾는 것은 아니지만 기쁠 때 슬플 때 찾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