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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맑음 Sep 12. 2024

[에세이] 비눗방울 총을 사기로 했다.

에필로그[비눗방울 총에 대한 철학]

에필로그[비눗방울 총에 대한 철학]


내가 미취학아동이던 시절 동경했던 비눗방울 총에 대해선 완벽한 철학이 있었다. 그 철학은 3차,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타고 구체화하였으며 첨단 산업의 등장으로 조금 더 아름다워졌다.


비눗방울이란 물에 세제를 녹인 단순한 버블 액으로 만들어진 연약한 구체이다. 속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맑고 가끔 하늘에 떠 있어야 할 무지개가 비눗방울 속에서 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비눗방울 총이란 아름다운 꿈의 결정체, 비눗방울을 발사시키는 단순한 장치를 말한다. 단가가 비싸지도 않다. 위대한 위인인 세종대왕을 하나, 혹은 두 개만 주면 대부분의 비눗방울 총을 가질 수 있다.


그 총은 핑크나 혹은 노란색이어야 했다. 한꺼번에 발사되는 비눗방울의 양은 150~200개 사이가 적절하였다. 화려한 led 불빛이 발사를 축하해주어야 하며, 맑고 고운 동요가 흘러나와서 시선을 집중시켜야 한다.


비눗방울 총을 발사하는 시기는 7~8시 공원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적막에 싸인 공원에서 화려한 비눗방울은 시선을 끌 것이고 너무 늦지 않은 시간이니 민원도 적을 것이다.


나는 언제나 가지고 싶던,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면서 언제나 살 수 있던 첫 비눗방울 총을 가지기까지 꼬박 35년 5개월이란 시간을 낭비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다. 미취학아동 시절 당시엔 대전에서 과학 엑스포가 개최되었고 경주에서도 문화유산을 뽐내기 위한 화려한 축제가 펼쳐졌다.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나와 오빠의 손을 잡고 주말마다 유적지와 관광지에 가는 활동적인 사람이었다.


나는 늘 그 유원지에서 비눗방울 총이 가지고 싶었다. 비눗방울 총은 놀이동산의 매점에서 꽤 비싼 축에 속하는 장난감이었다. 그리고 한번 사용하고 나면 그 쓸모를 다하는 필요 없는 장난감이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늘 비눗방울 총을 열망했지만 소리를 내 울거나 가지고 싶다고 조르지는 않는 아이였다. 미취학아동이지만 나름의 품위를 지킬 줄 아는 것이 나의 장점 아니었을까. 그래서 부모님은 내가 얼마나 비눗방울 총이 가지고 싶었는지 모르셨던 것 같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비눗방울 총을 산 자금은 충분하였다. 마트, 문구점 그리고 무엇이든 다 있는 다이소. 비눗방울 총을 구할 수 있는 장소도 충분하였다. 그러나 언제든 다음이 있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여전히 내 마음속에서 비눗방울 총이란 쓸데없는 장난감이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35년 5개월 동안 비눗방울 총을 사지 않았다.


나의 가장 좋은 친구, 사랑하는 남편도 내가 얼마나 비눗방울 총을 가지고 싶어 했는지 알지 못했다. 이 책은 내가 ‘아 이러다 나 죽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야 비로소 샀던 비눗방울 총에 대한 의미와 짧은 시간 강하게 내 머리를 강타했던 생각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시 만나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

여러분이 눌러주신 라이킷을 보고 있으면 응원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몽실몽실했는데 바보같은 실수로 작품을 날려버리다니…

그래도 다시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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