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정신병동에는 스타벅스가 배달되지 않았다.

스타벅스도 쿠팡프레쉬도 없는 그 폐쇄병동

by 김맑음

[에세이]

정신병동에는 스타벅스가 배달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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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의 제1 규칙.

나는 나아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 안에서 나아지기 위해서 어떤 시도라도 기꺼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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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 내가 정신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며 살았다. 누가 묻더라도 나는 ‘가벼운 우울증.’을 가진 경증환자인척하고 살았다. 그것은 꽤나 잘 통해서 나는 담당 의사조차 속이고 약물을 단약 했다.

단약. 약물섭취를 중지하는 상태. 꽤나 위험했지만 의사와 상의했다는 작은 안전장치를 믿었다. 내가 평생 의사를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은 잊어버린 채 말이다.

6개월 만에 병이 재발했다. 환청과 환각 그리고 망상. 가벼운 우울증 환자가 겪기에는 꽤나 가혹한 증상이었다. 일주일정도 증상이 있었던 것 같다. 가장 깊이 빠져들어 이번엔 기억을 잃고 나를 잃어버리기 전에 나는 상태를 자각해 냈다.

그리고 병원에 자진 입원했다. 병이 재발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1시간 동안 남편의 품에서 펑펑 울었다. 세상이 무너지고 내가 무너진 것 같았다. 이제 다 나아서 ‘정상인.’인 줄 알고 6개월을 보냈던 시간이 너무 달콤했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나는 다시금 나아지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길었던 첫 번째 입원생활은 10년 전이었다. 1개월가량의 입원생활은 너무나 힘들었지만 나는 그곳에 있을 가치를 찾으며 견뎠다.

그리고 이번 두 번째 입원.

아주 뜻밖에도 굉장히 재밌었다. 즐겁기까지 했다. 조용했던 그 폐쇄병동에는 고작 나까지 5명의 환자가 있었으며 꽤나 케미스트리가 좋았다. 화학 작용이 원활히 일어났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면서 나아졌다.

“폐쇄병동에는 왜 스타벅스가 배달 안 되나요?”

배가 부른 우리는 이렇게 투정 부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나는 이런 질문도 했다.

“쿠팡프레쉬 배달 되나요? 왜 안 되는데요?”

군대에서도 쿠팡프레쉬는 배달된다는데 폐쇄병동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질문만 하던 나와 내 룸메이트에 대해서 보호사들은 이런 평을 했다.

“두 분은 남들이 안 하는 질문만 하는 거 알아요?”

우리는 보통 환자가 아니었고, 꽤나 재밌었으며 어떨 땐 조증 환자처럼 병동에서 춤을 추기도 했다. 배우지망생인 잘생긴 동생이 있었고, 또래보다 성숙한 햇살도우미 동생도 있었으며, 또래보다 미숙한 18살 청소년도 있었다.

그리고 기꺼이 룸메이트가 되어주었던 언니도 있었다.

5명이서 꽤나 재밌었고, 간호사도 수간호사도 보호사도 우리를 최선을 다해서 말 그대로 ‘보호.’했다. ‘보호병동.’ 그 의미를 처음으로 느꼈던 짧았던 이번 일주일의 입원생활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이 에세이를 시작한다.


언젠간 이 에세이가 내 인생의 작은 에피소드가 될 그날을 기다립니다.

새로운 에세이를 함께해 주세요.

반가워요. 김맑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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