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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맑음 Sep 12. 2024

[에세이]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일을 합니다.

3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일을 합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오래된 종이에서 나는 책의 향기를 좋아한다. 고목에서 나는 약간은 쿰쿰하지만, 마음을 안정시키는 그 향기. 사각사각 종이를 넘길 때 들려오는 소리와 손끝을 스치는 투박한 질감.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상하면서 두꺼운 하드 커버를 연다. 귀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페이지를 넘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책의 저자를 만나게 된다. 반갑다 손을 마주 잡고 인사한다. 작가에 대해서 혼자 상상하며 읽어내리다가 이 책이 소설이라면 주인공을 친구로 맞아들인다.


오늘 소개받은 친구는 외톨이지만 관종끼가 있는 귀여운 여자아이이다. 그들의 삶을 따라가며 궤적을 함께한다. 이 소설은 해피엔딩이고 그녀는 상처를 극복하고 좋은 남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살 것이다. 좋은 일이다. 언젠가 외전이 나와서 그들의 삶을 다시금 엿보길 바라며 책을 덮는다.


혹은 오늘의 책은 자기계발서이다. 일타강사의 강의를 한 권의 책값으로 들을 수 있다니. 가성비가 좋다. 선생님께 예의를 갖추며 그들의 지식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그들은 좋은 과외선생님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책을 좋아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되었다.


글자로 이루어진 모든 문학을 즐기지만, 요즘 빠져있는 장르는 [에세이.]이다.


마법이라고 부르고 싶지만, 마술이라고 불리는 예술이 있다. 내가 보고 있는 환상이 속임수라는 것을 알지만 기꺼이 마법으로 받아들이고 박수를 보낸다. 에세이란 장르는 나에게 마법이었다.


이 마법은 일종의 이동마법이다. 또한 최면술에 가깝다.


책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내면세계로 이동하여 그 혹은 그녀의 삶에 동행한다. 저자가 슬프면 나도 슬프고 아픈 일을 겪었다면 충분히 위로하고 싶다. 이러한 마법이 나에게도 찾아오길 바라며 에세이를 쓰기로 결정했다.


아직도 글을 읽고 있다면 적어도 우리가 성공적으로 첫인사를 나눌 수 있다는 말이다. 놀랍게도 우리는 초면이 아닐지도 모른다. 내 삶에 좋은 표지판이 되어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듣고 있는 음악을 당신도 좋아하길 바란다.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Charlie Puth]의 [one call away]이다. 음악은 감미롭고 소리는 놀랍게도 진동이다. 공기를 진동시켜 파동이 내 귀에 닿을 때 나는 음악을 듣게 된다.


소리란 단순히 높낮이와 계이름이 아니다. 거기에 담긴 가사는 외국어라고 하여도 마음을 적신다.


이 노래의 주된 가사는 너의 전화 한 콜에 내가 너의 슈퍼맨이 되어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내가 필요하면 전화기를 들 용기만 있으면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도 하다.


나는 기꺼이 누군가의 슈퍼맨이 되고자 하겠지만, 인생이란 여로는 그 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나는 간혹 장애물에 걸려 허우적거릴 것이고, 내 인생에서 중요하지 않은 일로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응답에 대꾸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을 선물하기로 했다. 내가 응답할 수 없다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내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랐다.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만날 통로가 되어줄 책을 지금 나는 집필하고 있다.


그리고, 나를 알지 못하는 당신에게도 나는 수줍은 첫인사를 건네고자 한다. 멋진 첫인사를 하고 싶은데 생각나는 것이 하필 직업이었다니! 짐작할 수 있겠지만 나는 워커홀릭이다. 그리고 직업은 두 가지이다.


내 첫 번째 직업은 십일년째 지속되고 있다. 일하는 장소를 바꾸기도 했으나 결국 하나의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아마도 당신을 도운 적이 있을 것이다. 당신이 방황하는 10대이건, 고뇌하는 청년이건, 위기의 중장년이건 혹은 노년의 은퇴자이건 국가에서 내어둔 사업에서 내가 함께했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직장인이고, 다양한 정부 사업에서 크거나 작은 부분을 맡아 수행한다. 가끔 연구원의 직원이었고, 대학교의 행정직원이기도 했다. 부처의 산하기관에서 사업을 수행하기도 하고 출연기관이라고 불리는 기관의 직원이기도 했다. 한 개나 아니라 한 해에 다섯, 많게는 열 개의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기도 한다.


워커홀릭이 된 이유는 내 일을 좋아했기 때문일 것이다. 소외계층 혹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기 위해서 그저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니! 심지어 나는 기획파트를 담당하기도 한다. 내가 지원하고 싶은 대상을 선정하여 검토받고 사업을 수주받으면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지원할 수 있다니! 행운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은 재밌었고 심지어 잘하고 싶었다. 내가 멍청함으로 인해 누군가는 지원을 놓치게 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잘 듣고자 노력했다.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고뇌했던 것 같다.


가끔은 나를 스쳐 간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나는 충분한 담당자였을까.


나에게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면 대부분 석양이 함께 한다. 낮에는 충분한 빛을 뿌려지던 해가 저물면서 이번엔 세상을 주황빛으로 물들인다.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그에게 내가 도움이 되었을까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고민해도 답을 알 수 없기에 오늘 충분하지 않았다면 내일 더 노력하기로 결정한다.


그리하여 나의 20대는 일에 미쳐있었다. 밤을 새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고 잘 해내지 못하면 분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공부했다. 주변에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들을 쫓아다니며 내가 모르는 것을 물었고 지금의 말로는 물음표 살인마였을 것이다.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에 일조하고 있다는 보람이 들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은 내가 가진 직업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의 두 번째 직업은 내가 책을 사랑하던 것과 관련되어 있었다.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인터넷에 조각 글들을 띄웠던 것 같다. 더 잘 쓰고 싶었지만, 마음만큼 늘진 않았다.


그리고 우연히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꽤 여러 번이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나는 필명을 여럿 가진 작가가 되었다.


당신이 웹소설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작품을 통해서 나를 만난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유명한 작가도 아니고 필명처럼 소설도 여러장르를 썼기에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계속 글을 쓰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나를 만날 통로가 이토록 다양하다니!


소극적인 면이 있던 나는 어느 날 직장 동료 A에게 이런 말을 했다.


“나는 내향적인 성격인 것 같아.”


동료 A가 순간 지어 보인 기가 막힌다는 표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를 큼큼 소리를 내어 진정시키고 이렇게 말했다.


“맑음 님은 제가 만난 사람 중 외향적이기로 TOP 5 안에 들어요. 맑음님보다 외향적인 사람으로는 오늘 아침 시장에서 만난 생선 파는 아주머니도 있는데 외향적이기로는 비슷해요.”


놀라웠다. 내가 외향적이었나? 특별히 낯을 가리진 않았던 것 같지만 쉽게 마음을 문을 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나를 외향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있다니 신기했다. 그리고 이러한 반응은 내가 ‘내향적인 성격.’인 내 성격을 이야기할 때 마다 반복되었고 그냥 나는 외향적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받아들였다.


여전히 가설이지만 내가 외향적인 사람이라면 책을 펼치는 것으로 나에 대한 첫인사를 건네준 당신에게 기꺼이 내 이야기를 털어둘 것이다. 나에 대해서 당신이 알 수 있도록 재잘거릴 것이며 내 팔레트에 담긴 다채로운 색채로 남은 사람들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하여 오늘하고 싶은 말은 이것이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김 맑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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