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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Jul 15. 2022

방콕 칼튼 호텔에서 태국을 보다

링크드인 대신 라운지 카페/바에서 쌓는 비즈니스 관계

  칼튼(Carlton) 호텔은 싱가포르 회사가 태국 방콕에 건축한 지 얼마 안 된 5성급 호텔로 1박에 20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 대신 묵는 방은 도시 뷰가 한 번에 보이는 깨끗한 창문 벽에 내 신촌 월세방보다 큰 크기의 규모를 자랑한다.


  돈 아끼며 여행하는 내가 당연히 여기 지낼리는 없고, 여행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한국 주재원 직원 분 덕분에 호텔을 이틀 동안 드나들 기회를 얻었다. 이 분은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공채로 취업하여 회사에서 번 돈으로 숙박 중이셨다. 호텔의 저녁 식사, 루프탑 바, 수영장 등에 갈 때 지인 한 명을 무료로 데려갈 수 있다며 초대해주셔서 흔쾌히 갔다.


  방 번호만 부르면 무제한으로 다양한 종류의 무료 커피를 주문할 수 있는 1층 라운지 카페에서 이틀 동안 오후 내내 번역 작업을 했다. 커피가 떨어지면 와서 채워주겠다는 웨이터분들의 친절함도, 카페의 차분한 인테리어 색감도, 서빙 때마다 주시는 빵 조각도,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유리벽도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건 카페에서 근무하거나 대화하는 서양인들이었는데, 이들이 서로 명함을 주고받으며 비즈니스 관계를 맺거나, 각자 노트북으로 근무하거나, 퀵한 영상 미팅을 하는 모습을 보고 엿들으며 진심으로 재밌었다. 또 다른 비즈니스 세계를 간접 경험하는 느낌이었달까.



호텔 안의 비즈니스 여행객들의 정체


1. 동남아시아 경제 범위서 근무하는 모든 직종들


  호텔에 묶는 사람들은 내가 만난 사람들만 꼽자면 일반 여행객, 주재원 직원, 현지 기업에 채용되어 일하는 직원, 현지 지사 직원, 현지 지사 발령인.. 이 정도였던 것 같다. 분명 낯선 사람들인데 이들의 행동이 친숙했던 이유는 내가 온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종로에서 일했을 때 한 손에 노트북을 들고 뛰어다니는 정장 입은 사람들과 별다를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딱히 쓸 게 없는 것이 해외에 잠시 거주하는 직장인이라 하면 어렴풋이 왜 여기 있는지 우리 모두 알지 않는가. 방콕에서 내가 속할 '공동체'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이 호텔에서 묶을 거란 뜻이 아니다. 비즈니스 세상에는 여러 부류가 있는데 내가 어디 속해야 유리한지 알면 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는 현지인도 아니고 여행과 일을 동시에 하러 온 '디지털 노마드'이니, 태국을 넘어 동남아시아의 경제적 범위에서 근무하는 이들과 교류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2. 노후를 보내는 유럽인들


  노년층의 백인들을 호텔 루프탑이나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보았다. 부부가 다정하게 저녁 식사를 즐기는 모습도 보았고, 싱글인지 혼자 다니는 60~70대 서양 남성분들도 한 다섯 명쯤 본 것 같다.


  태국은 유럽 사람들이 노후를 보내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들었다. 이는 자국에서 나오는 연금으로 먹고살 수 있기 때문이다. 길게 동남아에 거주 중이라면 너무 비싼 호텔에 묶지는 않겠지만 돈이 많은데 쓸 곳이 없다면 나라도 이런 아름다운 호텔에 머물 것 같다.


3. 그래서 필요한 명함


  보니까 서로 비즈니스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맥을 쌓더라. 번역 작업 중인데 몇 분이 와서 내게 명함을 건네며 말을 건넸었다. 나는 건네줄 명함이 없어 미안했다. 명함은 내 비즈니스 정체성을 대표하고 이런 호텔에 오면 만날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기회가 있음을 대비해 준비해놓았어야 했다. 퇴사했지만 해외 업체 4개와 계약해 작은 규모의 C2B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와중에 백수라고 소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다음날 무료 툴로 디자인해 프린트 샵에서 바로 명함을 뽑았다.


  명함을 준비하고 항상 닥쳐올 기회를 위해 준비하길 바란다. 방콕이 아니어도 유용하게 쓰일 거 같다.




호텔 바깥에서 본 방콕의 비즈니스 세계


1. 방콕의 중국인은 돈이 많다.


  방콕 역 근처에는 대형 백화점이 많은데 이 안을 걷다 보면 정말 많은 중국/일본/한국 음식점들이 있다. 가격표를 보면 죄다 비싸다. 비싼 초밥집을 갔는데 앉아있는 동양인들이 대부분 중국인인 걸 한눈에 알아봤다. 중국인이거나, 중국계 태국인이다.


  길을 걷는데 조금은 느낌이 다른 옷을 입은 사람들, 젊은 태국 여성과 손을 잡고 가는 남성들 등. 일반인이지만 조금은 다른 '여유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에 이들의 특성이 사람을 잘 보는 내게는 보인다. 너무나 명확히 보인다.


2. 태국은 틈새시장을 찾기 힘들다.


  탁 트인 수로와 교통 덕분에 잘 발전한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특이한 시장 아이템들과 음식의 종류를 보며 입이 벌어진다. 신기해서 구글 검색을 좀 해보니 외국 기업이 물건 하나로 태국 시장에 진입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란다. 이미 너무나 많은 물건이 들어와 있고 시장이 포화된 상태라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태국 사람들의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 경제적 특성 때문에 있다. 이건 나도 공신력 있는 문서 몇 개를 읽어보기 전까지 몰랐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다이아몬드보다 금을 선호하고, 일반 레스토랑보다 길거리의 싼 음식에 돈을 더 소비하는 등 우리와는 조금 다른 현지인들의 경제 행위의 변이성 때문에 해외 진출이 힘들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80% (통계적으로 대충 그렇단다. 정확히 입증되지 않은 출처) 정도가 태국에서는 여행업에 종사한다고 한다. 위의 서술한 이유 때문일 수도, 그저 태국에 입국하는 한국인들의 수요가 많아서 일수도 있겠다.


3.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다.


  두 번째로 노마드들이 근무하기 좋은 도시라고 알려진 방콕은 실제로 '패스트파이브'나 '위워크' 같은 공용 사무실이 발전되어 있다. 혹은 개인 노마드들이 일하기 좋은 카페들도 리스트로 찾아볼 수 있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다가 알아낸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IT 기기 (카메라, 마우스, 노트북, 충전기, 전자악기, 오디오, 메모리 카드 등 없는 게 없는 모든 것)를 거래하고 수리하는 공간이 있는 엄청난 규모의 대형빌딩이 방콕에 여기저기 많았다는 것이다. 카메라의 메모리 카드를 수리하러 소니 서비스 센터에 갔더니 고치지 못했는데, 오히려 역 근처 빌딩에서 고쳤다.


  내 카메라를 요리조리 보더니 한 번에 고쳐주는 걸 보며 'IT 산업 쪽을 태국 정부 자체에서 지원해줘서 이런 빌딩과 서비스가 가능한 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실제로 태국의 ICT (정보 통신 기술, IT, 정보 기술)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더니, 현장에서 직접 본 나로서는 놀라웠다. 입이 벌어질 정도로 놀라웠다.


  이 정도면 방콕 어디서든 근무해도 문제 될 것 없다 싶었다. 나같이 일하며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노트북과 아이패드, 카메라가 지갑만큼 소중하다. 고장 나도 어디서든 고치거나 새로 구입할 수 있다면 정말 문제없다.


 

4. 사람들이 좀 느리다


  한국인의 빠르고 급한 성질이 나한테도 있는지. 카메라 고쳐지는데 한 시간이 걸리고 명함 나오는데 40분이 걸린다고 할 때마다 짜증이 치솟았다. 노트북도 집에 두고 왔는데 그 시간 동안 할 게 없어서 돌아다니는 시간이 아까웠다. (다행히 아프리카보단 빠르다. 아프리카의 행정/비즈니스 속도는 레전드로 나무늘보였다)


  그래서 여행 모드로 태도를 전환해  근처를 돌아다녔다. 다음에는 아이패드를 가지고 와야겠다 생각했다.  안에 전자책들을  담아왔기 때문이다.



Reference

https://papam.net/185

Wikipedia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9/12/1016385/

코트라 태국 ICT 산업 현황



소프트웨어 회사 PM으로 일하다가, 고된 커리어의 길에서 잠시 쉬고 있는 스물다섯입니다. 세계를 여행하는 디지털 노마드 인생으로 잠시 살렵니다


인스타그램: @babylion.eun

티스토리: https://98eb12.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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