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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Aug 10. 2022

태국 여행하며 카페 인스타그램 협찬받기   

치앙마이 12일 여행기, 사장님 5명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한국에서 소소한 제품이나 식당/카페 협찬을 몇십 번은 받아 한 달 20만 원씩 절약하며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사진도 중요하지만 카피라이팅을 가이드라인에 맞춰 잘 작성하면 대부분 재부탁이 들어왔다. 받은 건 쓰고 남은 건 되팔 수 있으니 이득이었다.


  하지만 해외 협찬은 달랐다. 내 SNS(인스타그램, 브런치, 링크드인) 구독자는 한국인이고 인스타그램의 경우 팔로워는 고작 천 명을 넘지 않으니 다른 전략을 써야 했다. 여행을 어떻게 더 알차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치앙마이에 예쁜 카페가 많다는 걸 알고 떠오른 아이디어가 있었다. 내 소셜 미디어 활용과 설득 능력을 실험하고픈 욕구가 일어났다.


  어떤 절차를 만들면 되겠다 싶은 지도가 악보처럼 머릿속에 촤르륵! 펼쳐지자마자 든 생각이 '재밌겠다!'였다. 카페 사장님들을 설득하고, 통계 수치를 그려주며 예상되는 구독자 수를 알려주고, 정확히 몇 가지 결과물을 발행할 건지 자세히 짜야했다. 


  그렇게 태국의 치앙마이에 도착하자마자 시작했다. 혼자 여행하며 이것저것 보기만 하는 것보다 이런 걸 하는 게 현지인과 교류도 하고 비즈니스 구조도 파악하는 등 진짜 '여행'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덕분에 여행다운 여행을 했고, 어려웠던 만큼 배운 것도 많고, 카페에서 무료 음료도 많이 얻어먹었다 :) 




1. 내가 찾는 카페의 조건 세우기


  홍대에서 살고 종로에서 일했던 나는, 전 회사에서 재택근무가 자유로웠기 때문에 일주일 한 번은 노마드 카페를 찾아다녔다. 홍대는 카페가 많아서 돌아다니며 개인 노트북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해외여행을 하는 지금도 디지털 노마드로서 카페를 찾는다 하면 '작업할 공간'을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나같이 작업을 하거나 책을 읽을 공간을 찾는데, 기왕 예쁜 곳을 가고픈 사람들을 타기팅하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메모장에 적었다.


- 콘센트와 노트북, 아이패드 등을 놓을 테이블 구비됨, 와이파이 빠름

- 포토존이 적어도 2곳, 편안하고 차분한 노래, 바이브

- 무조건 개인 카페

- 대상은 치앙마이의 감성카페를 찾는 한국인

- 도심에서 가까움

- 현지인들에게 유명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



2. 인스타그램 키워드로 카페 찾기


  한국인, 외국인이 치앙마이의 카페를 찾을 때 넣는 키워드를 찾는데 한 시간이 걸렸다. #치앙마이카페, #카페치앙마이, #Chiangmaicafe, #chiangmaicafe 등 소문자와 대문자도 바꿔보며 인스타그램에 쳐봤다. #chiangmai cafe는 결과물이 21.1만이었다. 이것보다 범위가 적은 키워드를 찾고 싶었다. 이걸 #cafechiangmai로 바꿔 입력하니 15.8만의 결과물이 나와 이 키워드를 공략하기로 했다. '카페'와 '치앙마이'를 거꾸로 바꿔 조합한 것이다.


인스타 카페 키워드



  이유는 숨겨진 카페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현지 인플루언서들에게 유명하지만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기에 적합한 키워드였다. 한국인들이 #cafechiangmai 라는, '카페'와 '치앙마이'를 거꾸로 놓고 키워드를 입력하진 않을 테니까.


카페의 정보를 인스타그램에서 찾는 과정


  발행된 인기 혹은 최신 게시물들을 하나씩 클릭하면 카페의 인스타 계정과 위치가 태그 되어있다. 클릭하면 해당 카페를 가는 방향, 주소, 카페의 연락처를 파악할 수 있다. 


  인스타에 사람들이 올린 후기 사진, 구글맵에 따로 검색해 위치와 시그너쳐 메뉴도 확인하며 내가 세운 조건에 부합한 지 철저히 조사한다. 카페 하나의 경우 평균 5분 ~ 10분의 조사 시간이 필요했다. 한국 고객들이 많이 가는 곳이라면 패스하고, 태국어로 설명이 많은 곳은 무조건 방문해봐도 괜찮은지 메시지 DM을 보냈다.




3. 소개글 작성하여 이메일, DM으로 보내기


  카페 사장님들이 인스타 DM을 잘 안 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애를 먹었다. 이메일로도 보내고, DM으로 보내고, 가까운 거리 카페라면 직접 찾아가 대화했다. 그렇게 스무 곳을 두드렸고 나와 기꺼이 협업하겠다는 카페가 다섯 곳이었다. 


  내가 카페에게 줄 수 있는 가치와 결과물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구글에 '치앙마이 감성카페' 검색 시 발행 글이 상단에 나오도록 조정 (SEO 검색엔진 활용 필요)

2) 브런치 플랫폼에 발행할 시 조회수가 100이 넘도록 조정 (키워드 활용 필요)

3) 치앙마이 한국인 여행자 카톡 그룹방에 발행 글 공유

4) 인스타그램 릴스 (지인들에게 추천용)


  이후 정리해서 DM, 이메일로 각 카페의 사장님들께 메시지를 보냈다. 처음 협업을 제안할 때는 2번과 4번만 생각했다가, 카페를 들리면서 확장시킨 리스트다. 무료 음료와 메뉴 선물해주신 사장님들께 더 많이 선물해드리고 싶기도 했고 말이다.


카페 직원에게 직접 묻고 받은 이메일로 연락한 내용


  애초에 다섯 곳만 선정하려고 해서 운이 좋았다 생각했다. 거절도 많이 당했고 아예 답변을 못 받은 곳도 많다. 그래도 당당하게 계속 내용을 조금씩 바꿔가며 연락했다. 어떻게는 5곳의 '5'를 채우고 싶었나 보다.


  바로 위 이미지의 세 가지는 고정으로 밀고 가고, 카페마다 조건을 달면 대부분 맞춰드렸다. 답변이 안 오는데 포기 못 하겠다 싶은 곳은 찾아갔다.


협업 제안에 수락한 카페 사장님들의 답변 (지메일/인스타그램)



  협업을 수락하는 답변을 받을 때마다 연애하듯 설렜다. 내가 좋은 가치를 전달해줄 것을 믿어줘서 고마웠다. 예외적인 상황이 있었다면 Khna Coffee Brewers (크나 커피 브루어스) 카페를 들릴 때였다. 원래 미리 연락하고 가는 게 예의인데 현지 친구 소개로 방문했다가 바로 인스타를 찾아 즉각 메시지를 보내고 직원에게 카페 사장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했다.


  무례할 수 있었지만 용기를 냈다. 카페 사장이 카페 뒤편 건물에 사는지 몰랐다. 사장이 내가 앉은자리로 오더니 내게 증명할 통계 자료를 달라고 했다. 커피의 사장님이 꽤 젊어서 놀랐다. 방콕에서 디지털 퍼포먼스 마케터로 일하신 경력이 있어서 그런지 이런 협업 제안에 깐깐하셨다. 내 머릿속에 구상한 이 프로젝트의 의도와 전달할 수 있는 결과물을 구두로 요약해드리고 브런치 방문자 수 통계도 보여드렸다. 오케이 사인을 받자마자 인터뷰 합격한 것처럼 가슴이 다 쿵쾅거렸다.



4. 현장 방문, 카페와 음료 촬영


  카페와 시간을 조율하고 방문하면 어떤 메뉴를 촬영하기 원하는지 직원이 묻는다. 나는 알레르기가 없으니 외국인에게 추천하고픈 메뉴를 달라고 했다. 카페에서 자랑스러워하는 시그너쳐 메뉴 하나라도 좋으니.


  무료 음료나 메뉴를 달라고 한 이유는 내가 글을 게시할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특성 때문이다. 심사를 거친 작가들이 글을 쓰는 이 공간을 그냥 후기 리뷰하는 글로 채울 수는 없었다. 그저 카페를 광고하는 게 아니라 카페 사장님들과 '협업'을 한다는 차원에서 주고받는 무언가가 있어야 할 것 같았다.


  이런 부분도 확실히 카페 사장님들에게 전달했더니 이유를 설명해줘서 고맙지만, 결과적으로 광고해주는 건데 음식을 제공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해주셔서 감사했다.


소니 카메라와 아이폰을 사용한 촬영. 


  따라서 모든 메뉴는 내가 아닌 카페 사장님들이 선정했다. 사장님들과 대화하며 카페의 역사와 스토리도 알 수 있고, 치앙마이 창작 예술인들과 바리스타인들의 생태계도 간접 경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촬영에 전문가는 아니지만 글을 위주로 카페를 소개할 생각이었기에, 바이브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정도의 영상과 사진을 찍었다. 촬영할 때 차례는 다음과 같다.


카페 이름: The baristro

틀어준 노래 : Dancing with your ghost 

외관: 하얀색

위치: 진자이 마켓 

내관 (바이브) - 에드 셰런 등 조용하고 차분한 노래가 흘러나옴

메뉴, 시그너쳐 메뉴: 3개 피처링할 예정 (사장과 대화 끝남)

포토존: 3곳 찾음

작업 여부 (와이파이 가능): 인터넷 무지 빠름. 




5. 광고할 플랫폼 선택


1) 브런치


  글로 크고 작은 기업과 잦은 협업을 하는 지라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해서 자신 있었다. 내 브런치가 승인된 이후 지금까지 조회수가 1만 8천 명이 넘고, 매일 방문자가 평균 50~80명, 새 게시물 발행 날 200~400명이 넘어간다. 그만큼 글쓰기에 자신이 있다. 내 정보가 나눌 가치가 있다는 걸 방문자 수가 증명한다. 여러분은 자신 있는 SNS를 골라 그 특성에 맞게 조절하면 될 것이다. 


실제 게시물 발행 날 조회수


  브런치는 글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는 글이나. 여행 글을 쓰는 사람들을 노려 키워드를 조정할 수 있는데 #여행에세이 #카페 #해외여행 등 키워드를 활용했다.


  SEO 관련 자격증을 공부 중이라 몇 가지도 적용해봤다. 이미지 캡션에 키워드를 포함하거나, 카페 정보를 정리하는 데 위치/분위기/특징/SNS 계정 차례로 나열해 정리해보는 등을 시도했다.



  올리고 이틀 후 구글 검색 최상단에 글이 올라간 걸 확인하고 많이 놀랐다. 사실 치앙마이 카페를 찾는 한국인을 타기팅한 것 자체가 틈새시장이긴 했다. 분명 카페를 찾는 이들은 많아지는데 구글 검색 결과가 희박해서 생각해낸 프로젝트였으니까. 승산이 있을 걸 예상했다. 


구글 상단에 올라간 SEO 결과창


  어쨌든 카페 사장님들은 정말, 정말 좋아하셨다. 이 스크린숏을 보내드렸을 때 감동하시며 다음에 오면 더 많은 커피를 무료로 제공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 태국 치앙마이 언제 다시 방문할지 모르겠지만 사장님들과 돈독한 동료 친구가 된 것 같아 기뻤다.


2) 인스타그램 릴스


  피드에 올리기보단 릴스를 활용해 짧은 영상을 만들었다. 인스타에는 구독자가 많지 않아 기대하진 않았지만 치앙마이에 사는 친구들 보라고 올렸다. 또 촬영한 결과물을 남겨야 하기도 했고 말이다.


  수많은 카페 브이로그들을 훑어보다 보면 템플릿을 제공하는 브이로그들이 몇 개 있다. 그대로 활용하여 릴스를 빠르게 만들 수 있는데, 자세한 과정은 생략하겠다. 릴스의 캡션 즉 글을 쓸 때는 발행한 브런치 글을 차례만 정리해서 복사 붙여 넣기 했다.


프로필 그리드에 올린 카페 브이로그 인스타그램 릴스



  카페의 컨셉이 다 달라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는데 시간을 투자했다. 적어도 두 시간은 있어봐야 공간을 설명할 수 있기에 카페들을 촬영하고 오래 앉아 작업을 했었다. 그래서 카페에서 틀어주는 노래, 영업원 수, 인테리어 색깔, 바이브가 다 생각난다. 그 느낌을 간직한 채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전문가는 아니어도, 훗날 치앙마이를 찾는 한국인들이 참고할 수 있길 바라며.


3) 치앙마이 한국 여행자 커뮤니티에 공유


  393명의 이 톡방은 내가 치앙마이 있을 때 한국인을 만나거나 정보가 필요할 때 도움받았던 공간인데, 이들도 분명 니즈가 있을 거라 생각해 공유해줬다. 이걸 그대로 치앙마이 카페 현지 사장님들에게도 전달해주니 더 좋다고 하셨다. 양쪽이 행복하다면, 당연 나눌 가치가 있다. 


392명 멤버 톡방에 전체 공유

  


6. 최종 결과 공유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고 3일 동안 경과를 지켜본 결과 SEO 상단 노출과 몇 백명의 방문자 수를 확인했다. 카페 사장님들께 각각 DM, 이메일로 스크린숏과 결과를 보고했다. 



  카페 사장님들에게 "It looks great, awesome" 답변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비록 무보수지만 1만 원 이상의 무료 메뉴를 먹으며 훌륭히 광고해줬다는 게 좋았다. 업체만큼 전문적이진 않아도 생각했던 만큼 결과가 좋았다.


7. 프로젝트 마무리


  12일 동안 개인적으로 진행하며 느꼈던 여러 가지를 적어보자면


  첫째, 재밌는 작업을 해야 즐겁다. 커피를 좋아하고 공간 체험을 좋아해서 좋아한다. 그래서 '카페 방문'을 생각해냈고 '치앙마이'를 들리는 외국인들의 방문 목적을 결합해 생각해낸 프로젝트였다. 


  둘째, 돈벌이가 쉬운 시대다. 해외에서 디지털 노마드로 조금씩 벌다 보니 시간만 투자해도 돈이 들어오는 부업이 많다는 걸 알았다. 아마 내 세대의 과제는 시간을 덜 투자해도 몇 배의 수익이 나오는 장기적인 수단을 찾는 것과, 즐길 수 있는 일거리를 찾는 것일 것이다.


  셋째, 니즈가 있는 틈새시장은 언제나 성공한다. 즉 나와 상대방이 동시에 필요한 건 항상 옳다. 단기든 장기든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다. 


  둘째, 정보가 돈과 생계가 된다. 카페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건 여행자와 카페 사장님들 모두 니즈가 있었다. 그저 공유만 해주겠다는 제안으로 공짜 커피와 비싼 케이크를 먹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가진 정보와 경험한 것 모두가 돈이 될 수 있다. 다만,


  다섯째, 정보를 공유할 가치가 있게 잘 가공해 변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전자책, PDF, 온라인 강의 등의 방법도 있지만 좀 더 창의적인 지식창업 방법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 앞으로도 나는 스케일이 크지 않으면서 시도할 수 있는 많은 거리들을 찾아볼 것 같다. 정보를 잘 변환하는 능력을 앞으로도 잘 배우고 터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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