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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Jan 18. 2022

24살 프로젝트 매니저(PM)가 생각하는 필요 역량

결국 실력과 감정적 소통

해당 글은 출판된 [25살 문과생의 PM으로 살아남기]  글의 일부입니다 나머지 글들은 숨김 처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원래 부크크에서 팔다가, 배송비를 고려해 크몽 전자책으로 옮겨드렸습니다)


  스물넷 1월, 작년 2021년에 [Project management assistant] 타이틀을 얻고 5개월 만에 프로젝트 몇 가지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프로젝트 매니저 (Project manager)] 직함을 얻게 되었다. 이 악물고 죽어라 버텨 성공시킨 프로젝트들은 지금도 생각하면 스트레스받을 정도로 참 많이 힘들었었다. IT 계에 처음 발을 디딛은 만큼 당연히 힘들 거라 예상해서 다행이지, 사실 몇 번의 퇴사를 생각할 정도로 어려워 눈물을 마셔야 했다.


  게다가 회사가 파는 소프트웨어 제품은 직원들도 이해하고 소화하기가 힘들 정도로 복잡해서 경력자도 공부하는 마당에,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수습기간을 살아남았는지, 뭘 어떻게 공부한 건지 신기하다. 공부할 땐 전략을 짜서 하는 게 정석이지만 아무것도 모를 때는 닥치는 대로, 보고 들은 대로 전략이고 뭐고 막무가내 공부가 정답인 것 같다.


  작년 스물넷 1월 , 2021년에 입사했으니 현직에서 일한 지 현재 1년이 다 되어 간다. 개발팀에서 쓰는 두뇌부터 다른 개발자, 디자이너, CTO, 서비스 기획자 팀원들과 일하며 정말 많은 걸 보고 느끼고 배웠다. 그분들과 협력하기 위해 개선해야 하는 프로젝트 매니저의 역량이 뭔지 절실히 알고 공부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수 있지만, 현직자들은 아마 모두 동의할 역량일 것이다.




1. 커뮤니케이션 (소통) 능력


아주 사소한 사실조차 빠뜨리지 않고 팀원들과 나눈다.


  참 기본적인 건데 자주 실수하는 부분이 '내가 알고 있으니, 남들도 알 것'이라는 가정이다.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디테일을 서로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개발자 한 명이 어떠한 기능을 배포하려고 특정 서버의 코드를 건드리고 있다면, 그 개발자는 팀원 전체가 있는 슬랙 채널에 해당 사실을 올린다. 그럼 해당 서버에서 작업하고 있거나 작업하려는 개발자, 혹은 PM이 사실을 참고해 끝날 때까지 대기할 수 있다. 우리는 팀이기 때문에 모든 사실이 투명해야 한다.


  이때 추가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정보가 1) 얼마나 나눌 가치가 있는지, 2) 누구에게 나눠야 할지 알아채는 것이다. 사실 어느 정보가 누구에게 필요한지는 한 회사의 팀에 오래 있다 보면 저절로 습득하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건 따로 공부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그저 눈치 보며 주변을 자주 둘러보는 걸로 충분한다.


문서화는 못해도 관련 정보는 어디에든 올린다


  어떤 개발자가 기능을 만드는데 특정 사이트를 참고하였다던가, 혹은 관련 대화를 슬랙에서 나눴다면 그걸 캡처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개발자가 일하고 있는 Gitlab (프로젝트 추적 툴)의 이슈에 코멘트로 남긴다 (이슈란 개발자가 배포해야 하는 기능을 상세히 적어놓은 것이다). 즉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과 관련해 나눠지는 모든 대화를 한 곳에 집합시키는 게 목적이다. 이건 팀원들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을 자세히 추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모두가 진행상황을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대화 없이 쉽게 소통할 수 있다.


슬랙 업무용 메신저 내용. 출처: Google slack communication - Bing images


댓글 하나라도 읽는 이를 위해 "깔끔하게 정리"해서 올린다.


  슬랙에 글을 하나씩 올릴 때마다 생각을 몇 번이고 하며 올린다. 읽는 이가 오해할 소지가 없는 단어 (특히 영어를 사용할 때 조심해야 한다)가 없는지 보며, 글 문단이 지저분한지 않은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된 건 사수이자 내 직속 상사가 나를 트레이닝할 때 물려준 좋은 습관이다. 개발자들에게 이슈를 리스트업 해드릴 때도 깔끔하고 예쁘게, 스페이싱까지 띄어쓰기하며, 대문자 소문자 구분해 드린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집착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런 깔끔한 통일성은 팀원들에게 쉽고 한눈에 나의 메시지를 해석/파악하게 하는 데 커다란 도움을 준다.


첫 이슈 리스트업과 점점 진화되는 깔끔한 메시지




2. 프로젝트 툴 (Tool)을 다루는 기술


  팀원들의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추적하고 체크하는 데 애자일(Agile) 회사들은 여러 툴들을 사용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는 깃 랩 (Gitlab)과 클릭 업 (Clickup), 번다운 차트(Burndown chart) 등을 써서 트레킹 하는데, 나는 이 툴을 사용해 이슈들 진행 체크를 관할한다. 물론 그러려면 툴 사용법, 그리고 회사 일 진행 절차를 알아야 한다. 이걸 알아야, 회사 팀의 규모와 상황,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프로젝트 진행 절차에 맞춰 툴을 이용할 수 있다.


  우리 회사의 경우 내가 처음 왔을 때 깃 랩과 간트 차트를 이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팀의 규모가 커지니 지라 (Jira) 툴 사용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가, 깃랩에 더 많은 기능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나와 상사를 비롯한 PM들이 깃랩을 깊숙이 연구하여 다양한 기능을 다 끄집어내 팀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사는 각 보드에 [Open > 검토 중 > 개발 순]으로 Workflow를 짰다 (출처: gitlab work flow - Bing images)


  근무 시간이었지만 틈틈이 깃랩을 공부하고 여러 논의를 걸쳐 Workflow를 몇 번에 걸쳐 개편했다. 예를 들어 그 전의 절차는 <기획 - 디자인 - 개발 - QA>  정도였다면, 이제 <기획 - 마케터들 의견 리뷰 - 디자인 - 유저 테스팅 - 개발 - QA>로 툴에 반영하여 절차를 확장시킨 것이다.


  이런 절차들이 실제로 유저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로 프로젝트가 잘 배포되는 데 도움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팀워크가 빠르고 효율적으로 향상되는 것에 도움이 되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일 것이다. 회사 사정에 맞춰 툴을 이용하는 방법은 다른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3. 데이터 분석 능력


대시보드 데이터를 읽는 법 공부하기


  전문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회사가 파는 상품이 "대시보드"였기 때문에, 나의 경우 대시보드 데이터를 읽는 법과 데이터가 어떻게 구현되는 지를 공부해야 했다. 구글 애널리틱스, 페이스북 애즈 매니저 등으로 들어가면 "대시보드"가 나오는데, 한 마케팅 캠페인에 관련한 데이터가 쭉 나열된다. 그 데이터가 어디서 얻어지는지, 어떻게 나오는지 배경만 이해한다면 되었다고 생각해 구글 애널리틱스를 공부해 자격증을 땄고, 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각 기능의 위치를 알면 데이터 해석도 쉬워진다 (출처: Facebook ads manager - Bing images.)

  소프트웨어 회사마다 읽어야 하는 데이터가 다를 것이다. 어느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지 먼저 파악하고 그걸 공부하는 것을 추천한다.


데이터 분석 도구 사용해보기


  Hotjar, SEO 분석 등 유저가 회사 웹사이트 혹은 제품을 사용할 때 어떤 행동 양상을 보이는지 분석해주는 툴이 있다. 이 툴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정말 좋은 방법이다. 웹사이트에 설문지를 심어 유저에게 띄워주는 역할도 하는 도구들이 많다.


  Hotjar 같은 도구의 경우 특정 사이트 페이지의 버튼을 유저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자주 클릭하는지도 숫자로 표시해준다. 이런 것들을 이용해 데이터를 확보해서, 그걸 바탕으로 무엇을 개선시켜야 하는지 분석 도구의 힘을 빌리는 것도 좋다.


유저가 가장 자주 클릭한 곳이 빨갛다. (출처: hotjar image - Bing images)


  필요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찾아보고 회사에 청구해 사용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4. 감정적 캐치 능력 (=눈치)


각 팀원들의 행동 양상 파악하기


  나는 모든 팀플은 결국 서로가 얼마나 훌륭하게 감정적인 소통 (굳이 대화가 아니더라도)을 할 수 있느냐에 판단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평소 사람한테 관심이 많아 팀의 각 팀원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호기심이 많아 관심을 많이 기울였다. 슬랙으로 소통하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특정 팀원의 습관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팀원은 댓글 하나를 쓰더라도 철자에 신경 쓰는 습관이 있다던가, 메시지로 "무언가를 했다고" 업로드할 때 동시에 그 행동을 한다던가 (그래서 그 팀원에게 메시지를 받으면 난 항상 15분 뒤에 결과를 확인한다). 어떤 팀원은 슬랙 메신저로 질문을 받았을 때 확신이 없거나 이해하지 못했으면 '눈이 두 개 달린 남자' 이모지를 붙인다던가.


  이렇게 반응이 다양한 게 난 귀찮긴커녕 재밌고 신기하다. 사람을 찬찬히 뜯어보고 연구하는 걸 천성적으로 좋아해서 그런가 보다. 세상에 나란 스타일, 생각, 행동이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신기한데 옆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가깝고 자주 대화하니까 협력을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대상이 된다.



  실제로 팀원들의 행동 양상을 알면 소통이 쉬워진다. 그들이 포기할 수 있는 영역과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을 알게 되며 내 쪽에서 타협할 수 있는 거리를 찾게 된다. 굳이 대화를 하지 않아도 어떤 대답을 할지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되고, 그에 맞게 내 쪽에서 다시 필요한 자료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각 팀원들의 니즈 파악하기


  실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PM들은 팀에 들어가면 팀원 각각과 미팅을 하거나 설문 조사를 한단다. 아래와 같은 질문이 들어간다.


1. 업무 할 때 어떤 방식을 선호하세요?: 휴대폰, 슬랙 업무용 메신저, 이메일, 기타

2. 이 회사에서 가진 비전이 뭔가요?

3. 꼭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4. 재택근무를 하는 시간은 거의 일주일 중 언제가 편하세요?


  이건 팀원들의 회사 생활과 비전을 파악하는 단계이다. 이 정보를 알면 프로젝트를 같이 하며 어떤 방식으로 각 팀원을 동기 부여할지, 어느 프로젝트에 배정해야 할지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어쨌든 PM의 임무는 팀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배경을 세팅해주는 역할이다.


  어떤 환경에서 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 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이라고 배웠다. 주니어 프로젝트 매니저이기는 하지만, 상사가 이러한 자세로 팀을 이끄려는 자세가 보여서 그대로 따라 하고 또 나 스스로도 배우려고 노력 중이다.


회사 동료와 근무 끝나고. (흐릿해서 올리는 사진)


눈과 귀를 열어 주변 상황을 자주 둘러보기


  제대로 된 미팅보다는 팀원들은 서로의 자리로 가서 많은 것들을 설명한다. 즉 마이크로 미팅이 수시로 열리는 건데,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그 대화들이 다 귀에 들린다. 집중력이 분산되기는커녕 미팅 대화를 엿들을수록 내 일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나는 프로젝트 진행을 추적하는 직무이기 때문에, 대화를 들으며 해당 프로젝트에 어느 버그가 있고, 누가 그걸 고치고 있는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심리학자가 그러는데 멀티 태스킹 (Multi tasking)은 사실 두뇌 구조상 불가능하단다. 단지 업무 태도 전환 (Task shifting)이 존재할 뿐이다. 집중력은 분산시킬 수는 없지만 여러 군데에 차례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르게 집중력이 전환되도록 연습하면 단시간에 정말 많은 것들을 처리할 수 있다. 성장하는 스타트업은 이걸 연습하기에 정말 완벽한 환경을 가졌다. 우리 회사가 특히 그렇다. 그래서 미팅 내용도 듣고, 동시에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체크하고, 내 일에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배려하기


  '저 사람은 지금 뭐가 필요할까?', '이렇게 내가 행동하면 편해할까?' 등 수시로 질문하는 자세가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 같다. 그럼 "필요한" 행동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상사에게 보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상사에게 이렇게 보고하였다고 해당 개발자 팀원들을 태그 하여 같이 알려줄 수 있다. 또는

2) 특정 팀원이 프로젝트를 끝내는데 얼마나 많이 힘들었는지 알기에 CEO에게 보상으로 팀 성과 선물을 요구할 수 있다. 또는

3) 팀원이 OFF (휴가)라면 알람이 울릴 수 있으니 슬랙 메신저에 태그 하지 않다가 돌아오는 날 태그를 건다.


  등등 교류가 쉬워질 만한 모든 행동이 무엇일까, 어떻게 부담스럽지 않게 할까 등을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다. 이게 차갑고 냉정한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감정적으로 따뜻한, 서로가 서로를 챙겨줄 수 있는 분위기로 잘 밸런스 하여 조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 만화 연재: pm_life_24(인스타그램)

- 블로그: babylion.eun(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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