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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빈 Sep 26. 2021

(신입) 프로젝트 매니저 인생 - Prologue

문과생, IT 외국계 회사로 들어가다

  아프리카 지역학 전공하고 우연히 IT 회사로 들어가 PM이 돼버린 스물네 살 신입 직장인 스토리.

  홍대 살고 종로에서 일해요. 취미는 비건 베이킹, 시간 날 때 피포 페인팅, 좋아하는 건 한강 보러 가기, 카페 가서 인스타그램 포스팅하기.


만화 연재: pm_life_24


해당 글은 출판된 [25살 문과생의 PM으로 살아남기] 글의 일부입니다. 나머지 글들은 숨김 처리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나는 한국외대 아프리카 지역학을 전공한 문과생이다. 


  한국 정부는 외교적으로 아프리카와의 수교 관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동시에 아프리카 전문가 인재를 찾는데 급급했고, 덕분에 우리 학부 대학생들이 취직할 수 있는 기회는 다양했다. 나 또한 외교부에서 관련 대외 활동과 인턴십을 했고, 여러 기업에서 문화 강연을 도맡기도 했으며, 정부 전액 장학금으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와 케냐 국제기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4학년 때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내며 해외취재까지 했었다.


  내 전공은 내게 애착이 갈 정도로 흥미롭고 신비한 분야였다. 치열한 경쟁이 가득한 미래지향적인 한국 사회와 달리 아프리카 대륙 곳곳의 문화는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 여유롭다. 고요하고 평화롭고 다채로우며 숨 막히지 않다. 전공을 사랑한 만큼 그 분야의 전문가로 열심히 활동했었고, 졸업 후에도 관련 정부 기관에서 근무하게 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에티오피아 African union 국제기구 앞에서. (2020.01) - 출처: 외교부 산하 한 아프리카 재단


  그러나 졸업도 전에, IT 외국계 회사의 PM - 프로젝트 매니저로 채용되었다.


  가장 치열한 서울 직장인의 성지 중 한 곳인 종로. 개발팀 본부 (Production division)에서 개발자들, 디자이너들과 함께 일한다. IT와 마케팅을 결합해 제품을 만들어내는 우리 회사는 미국 실리콘밸리, 싱가포르, 북유럽 등 각지로 진출하고 있는 빠르게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다. 한국인뿐 아닌 프랑스, 미국, 노르웨이 등 다양한 국적의 엄청난 역량을 지닌 프로페셔널들이 모여 협동하는 곳이다. 모든 소통은 영어로 이루어지고, 모두가 극도의 효율성을 위해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을 따르고, 시도하고, 수시로 도입한다.


  막 학기를 앞두고 전혀 다른 분야에 취업하게 된 건 나도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인생의 새로운 장이 시작되며 루트가 완전히 바뀐 건 사실 내 선택이었지만 - 내가 이 회사에 지원한 건 맞으니까 -, 그 세계가 날 진짜 받아줄지는 몰랐다. 전혀 다른 분야지만 곧 이 세계에 매료되어 지금까지 열정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입사 6개월 후, PM assistant에서 매니저로 바뀐 명함

  비록 문과생이고, IT와 마케팅은 전혀 모르는 나였지만. 방금 보고 배운 걸 즉흥적으로 다른 곳에 기가 막히게 잘 써먹는 능력은 있었다. 아프리카 지역학에서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것처럼, 이 새로운 분야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다는 강렬한 목표가 생겼다. 


  매일 트렌드가 바뀌는 IT, 마케팅, 심지어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수시로 바뀌는 기업 문화를 고려하면.... 직장 생활은 하루도 고요할 날이 없다. 매일이 전쟁이고, 수많은 일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그런 나날이다. 동시에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진정한 인재들의 역동적인 활동이 가능한 환경이 바로 이곳이다.



지금 20대들이 성공하는 루트를 180도 바꿔야 한다. - 뉴타입의 시대


 예전에는 하나의 전공으로, 하나의 직업으로, 하나의 회사를 통한 '원 루트' 방식의 성공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무도 코로나 19가 지구를 덮을지 몰랐던 것처럼,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상식을 뒤엎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글을 읽었다. 


  개인은 최대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각 분야의 최고가 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잘하는 걸 하나씩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의 역량을 그렇게 발견하다 보면, 얼마 동안 시간이 지나 그 역량들을 어떻게 이을 수 있을지가 눈에 보인단다. 그렇게 끈을 묶듯이 잇다 보면 나만의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한 동시에 나 자체를 브랜딩해 기업화시키는 게 가능해진다. 어차피 이제 독특한 개인의 개성과 스토리를 주목하는 시대다.


  환경이 격변한다는 건 기회가 많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필요한 부분이 메꿔지기도 전에 다른 틈새가 생긴다. 그 틈새를 메꾸는데 내가 지닌 어떤 역량이 어떻게 발휘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중요한 건 어느 분야를 맞닥뜨리든, 그 분야에서 생존하려고 발버둥 치고 최고가 되려고 발버둥 치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를 알아보고, 맛보고, 무엇이라도 잘해보려는 노력은 후에 빛을 발한다.


  스물넷이라는 내 나이에 코로나 19는 큰 타격을 준 사건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생존해야 할지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다른 분야에 취직하기로 한 내 결정했고, 그 결정이 옳았다는 직감적인 확신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IT 마케팅으로 옮겨왔지만 기적적으로 잘 적응하고 있으며,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다.

  



  8개월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매일 새로운 이야깃거리들이 생겨 나누고 싶은 마음에 브런치를 열게 되었다.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직무는 고용 시장에서 경쟁이 심하지만 모두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제품'을 파느냐에 따라 또 직무 유형이 달라지기는 하지만, IT 분야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들려주고 싶은 직장 스토리가 많다. 


  직무에 관심 있는 여러분께 도움을 드리고 싶을 뿐만 아니라 막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신입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회에 대한 생각,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도 공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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