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층-AI에게“추천해줘” 질문에 숨겨진 사고 포기 신호

“추천해줘”라는 질문에 숨겨진 사고 포기 신호

우리는 언제 판단을 포기하는가


카페에서 메뉴판을 오래 보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떼, 바닐라 라떼, 콜드브루, 디카페인, 오트밀크…


3분째 서 있다.
아무것도 고르지 못한다.


결국 직원에게 묻는다.


“뭐가 제일 많이 나가요?”


이 말은 사실 취향 질문이 아니다.
번역하면 이렇다.


“제가 고르기 부담돼요.
남들 고른 걸로 주세요.”


AI에게 “추천해줘”라고 말하는 순간도 똑같다.


영화 추천해줘.
노트북 추천해줘.
사업 아이디어 추천해줘.


겉으로는 질문처럼 보인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질문이 아니다.


결정권 포기 선언에 가깝다.



사람은 생각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틀릴까 봐’ 추천을 요청한다


“사람은 생각하기 귀찮아서 추천을 요청한다.”


그런데 실제 이유는 조금 다르다.


귀찮음이 아니다.
불안이다.


노트북을 잘못 사면 200만 원이 날아간다.
책을 잘못 고르면 돈보다 시간이 아깝다.
사업 아이디어를 잘못 고르면 몇 달이 사라진다.


선택 = 리스크다.


그래서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계산한다.


내가 고르면 → 내 책임
AI가 고르면 → 책임 분산


이 차이가 엄청 크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AI가 추천해줬어요.”

이 한 문장이 심리 보험이다.



“추천해줘”에는 항상 빠져 있는 것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사람들이 “추천해줘”라고 말할 때
거의 항상 빠지는 정보가 있다.


왜 필요한지
언제 쓸 건지
무엇이 싫은지
어떤 기준이 중요한지


이게 없다.


예를 들어 보자.


“노트북 추천해줘.”


이 말은 사실 아무 정보도 주지 않는다.


학생인지
직장인인지
게임용인지
영상 편집인지
휴대성 중요한지
예산 얼마인지


전부 비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이 질문이 ‘충분한 질문’이라고 느낀다.


왜일까?


내가 생각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AI 추천은 항상 ‘그럴듯하다’


AI가 주는 답을 보면 대부분 이렇다.

무난한 제품

평점 높은 것

많이 팔린 것

실패 확률 낮은 것


즉,


평균값


이다.


AI는 사실 “최적”을 주지 않는다.“안전한 중간”을 준다.


그런데 문장이 깔끔하게 정리돼 있으니까
우리는 착각한다.


“아… 분석했구나.”


실제로는 분석이 아니라
정리에 가깝다.


정리된 문장 = 깊은 판단
이 착시가 AI를 더 똑똑하게 보이게 만든다.



추천을 받았는데도 계속 다시 묻는 이유


이 장면, 다들 겪어봤을 거다.


추천 받는다.
마음에 안 든다.


“다른 거 없어?”
“좀 더 좋은 거?”
“진짜 이게 베스트야?”


이건 AI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처음부터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다.


기준 없이 고른 선택은

항상 찜찜하다.


왜냐하면
비교를 안 했기 때문이다.


사람은 ‘납득’해야 움직인다.


추천은 받았는데
내가 납득한 과정이 없다.


그러니 실행이 안 된다.


사놓고 안 쓴다.
저장만 하고 안 본다.


결정은 있었지만
결정자가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가 멈춘 사람은 이런 질문을 절대 안 한다


AI 고수들은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이 추천 기준이 뭐야?”
“왜 이게 1순위야?”
“제외된 선택지는?”
“언제 실패할 수 있어?”


반대로 1층 사용자는 이런 질문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미 판단을 AI에게 넘겼기 때문이다.


AI에게 사고를 넘긴 상태에서는
기준을 묻는 질문이 나오지 않는다.


질문이 멈춘 지점 = 사고가 멈춘 지점이다.



같은 상황, 완전히 다른 질문


차이를 극단적으로 보자.


❌ 추천형 질문
“노트북 추천해줘.”


→ AI가 고른다
→ 나는 소비자


⭕ 판단 유지 질문


“영상 편집용 노트북이고, 휴대성은 덜 중요하고,
예산 200만 원 이하일 때
성능 비교 기준이 뭐야?”


→ 내가 고른다
→ AI는 정리 도구


이 차이는 작아 보이지만
사고 구조는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외주
후자는 협업이다.



1층을 벗어나는 첫 문장


정리하면.....


거창한 사고 훈련이 필요하지 않다.


문장 하나만 바꾸면 된다.


“추천해줘” 대신


“추천 말고,
내가 판단할 기준을 정리해줘.”


이 한 문장으로 역할이 뒤집힌다.


AI는 결정자가 아니다.
정리자다.


AI는 선택하지 않는다.
비교만 해준다.


그리고 마지막 버튼은
여전히 내가 누른다.


결국 핵심은 이것이다.


AI를 덜 쓰라는 말이 아니다.
더 똑똑하게 쓰라는 말도 아니다.


단 하나.


판단권만 넘기지 말자.


사실 거창한 원칙이 아니다.


그저
내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을
남의 입으로 결정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AI는 도구다.
정리해주고, 비교해주고, 빠르게 찾아주는 계산기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걸 살까 말까”
“이 길로 갈까 말까”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까”


이 마지막 질문 앞에 서는 사람은
항상 나여야 한다.


“추천해줘”라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아주 조용히
그 자리를 비워준다.


그래서 이상하게도
추천을 받았는데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고,
결정을 했는데도 확신이 없고,
사놓고도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내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건
대단한 사고 훈련도,
복잡한 프롬프트 기술도 아니다.


단 한 문장.


“추천 말고,
내가 판단할 수 있게 정리해줘.”


이 짧은 문장 하나로
AI는 대신 고르는 존재에서
내 생각을 돕는 조수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택은 다시
내 것이 된다.


1층을 벗어나는 순간은
언제나 이렇게 작다.
거의 눈치채지 못할 만큼.



다음 회차 예고


다음 글에서는

"1층 사용자는 왜 결과를 검증하지 않는가 ― 검증 부재의 구조적 이유"


추천 → 판단 외주화 → 검증 부재
이 연결 고리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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